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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상사고 투병기 104] 메꽃 - 오리지날 나팔 소리, 힘을 얻는다.

구름 낀 시원한 걷기 연습길 오리지날 나팔 소리 들린다. 나팔수의 붉은 얼굴에 맺힌 땀방울 장맛철에 접어드니 비가 자주 내린다. 오늘도 아내와 함께 걷기연습이다. 목발도 이젠 익숙해질 만도 한데 아직은 어설프다. 요즘의 걷기연습은 우시장천 산책길 왕복 2.2km이다. 힘들어도 왕복하기로 마음 먹은 후 계속 연습한다. 1.1km를 가서 유턴하여 꺾어지는데 빨간 메꽃이 산책길 울타리에 피었다. 비를 맞아 꽃잎에 물방울이 맺혔다. 산책길을 바라보고 핀 메꽃 꼭 나에게 힘내라고 나팔을 부는 것 같다. 하도 힘차게 불어 붉은 얼굴에 땀방울을 흘리면서 내가 힘드니 식물에게 내 마음을 호소하게 된다. 어릴 때 메꽃의 뿌리를 캐서 밥을 할 때 쌀 위에 메꽃 뿌리를 얻고 익혀 먹기도 했다. 또 제사지낼 때는 "메"를 고..

[낙상사고 투병기 103] 복부비만 - 침대생활이 준 또 하나의 골치덩어리

골절에는 잘 먹어야 뼈가 잘 붙는다는데 평생 배 홀쪽이가 배가 나오다니 침대생활이 준 또 하나의 골치덩어리 지금까지 내 사전에 비만이라는 단어는 올라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살을 찌려고 노력했던 시절이 있으리만치 평생 홀쪽이로 살아왔었는데.... 낙상사고로 침대생활을 주로하고 점심까지 잘 챙겨먹다 보니 올챙이 배처럼 튀어나온 복부 낙상사고로 인하여 몸의 여기저기 아우성이다. 아내도 확실히 배가 나왔다고 지적한다. 건강의 먹구름이 차차 오고있는지 군대생활을 제외하고 70kg를 넘어보지 못한 몸무게 너무 홀쭉해 직장내 목욕탕을 가기를 꺼려했었고 60kg 아래도 떨어질 때는 특별 프로그램으로 체중을 올리기도 했었다. 우리 집은 원래 엥겔지수가 높은 편이다. 처가집에 가서는 밥을 잘 먹는데 왜 그렇게 마르느냐 소..

[낙상사고 투병기 102] 수련(睡蓮) - 재활기간이란 인생의 잠자는 시간

우시장천 물길에 턱을 만들어 물이 고인 곳 물 위를 덮은 수련 잎 위에 몇 송이 꽃이 피었다. 나도 재활기간이라는 인생에서 잠자는 시간이구나 한 여름의 목발 걷기 연습은 쉽지 않다. 혼자 연습하기 위험해서 아내와 함께 걷는다. 가다가 서서 쉬면서 손바닥과 손목을 풀어주면서... 굴다리가 있는 곳에서는 늘 쉬어갔다. 이번에는 굴다리가 아닌 곳에서 쉬었다. 우시장천의 물길을 막아 물이 고인 곳 앞이다. 우시장천 양쪽에 계단 관람석을 만들어 놓았고 그 사이 고인 물에 수련 꽃이 피어 있어서다. 꽃을 좋아하는 꽃객으로서 꽃이 피어있는 곳을 지나칠 수 없다. 물 위를 녹색으로 덮은 수련 잎 그 사이 여기 저기 빨갛게 꽃잎을 연 수련 아내와 함께 계단에 앉아 수련꽃을 보았다. '수련'하면 통상 물(水) 위에 핀 연..

[낙상사고 투병기 101] 서양톱풀 - 처치실의 톱날소리, 재활운동의 치유

산책길 보도블록에 뿌리내린 서양톱풀 목발 짚는 다리 수술자의 눈에 띄었다. 톱날소리 울리던 처치실의 그림을 떠오르면서... 제주살이 하면서 영실코스에 꽃탐사를 많이 갔다. 그 등산길 옆에서 제주 바람을 견디며 육지보다 작지만 강하게 크는 톱풀을 보았다. 낙상사고 후 100일이 지나 수원의 우시장천 산책길에서 목발을 짚고 걷기연습을 매일 한다. 보도블럭과 석축 사이의 작은 땅에 서양톱풀이 자리했다. 톱풀은 잎의 모양이 양날의 톱날같이 생겨 이름지어졌다. 토종 톱풀은 잎이 한 번 갈라지나 외래종 서양톱풀은 잎 두 번 갈라진다. 그리스의 영웅 아킬레스(Achilles)가 톱풀로 부상당한 병사들의 상처를 치료했다는 전설에 따라 톱풀의 속명은 Achillea이며, 꽃말은 치유이다. 낙상사고로 수원에서 재활하면서 ..

[낙상사고 투병기 100] 잉어 구출 작전 - 아이들에게 목발을 빌려주었다

목발 짚고 가며 쉬는 굴다리 잉어가 돌에 막려 팔닥인다. 학생들의 도움 요정, 목발을 빌려주었다. 목발 연습하는 산책길 가운데는 우시장천이 흐른다. 생태천이 조성되어 각종 동식물이 자란다. 생태천 물웅덩이에는 잉어들이 자란다. 비가 많이 오면 웅덩이를 벗어나 아래로 떠내려오기도 한다. 목발 짚고 가다가 쉬는 굴다리 어렵사리 앉아 다리를 쉬려는데 눈에 들어오는 잉어의 팔닥이는 모습 앗! 저기 잉어다. 팔닥이다가 암석 사이로 들어갔다. 어린 학생들이 모여 안타까워한다. 아이들에게 목발을 빌려주었다. 목발로 잉어를 구하라고 발이 성하면 건너가서 잉어를 구할텐테 아이들이 목발을 들고 돌 사이로 잉어를 빼내려는데 구출이 쉽지 않다. 나중에는 아내까지 나섰지만 돌 사이의 모래를 퍼내 잉어가 나갈 수 있는 길을 터주..

[낙상사고 투병기 99] 만수무강탕, 꼬치구이 - 두 달 만의 가족 식사

수원에 있어도 자식들 보기 힘들다. 두 달 만에 가족이 모두 모였다. 첫 날은 만수무강탕, 둘째 날은 훈제고기 어려운 시국에도 아이들이 직장에 잘 다니고 있어서 다행이다. 그런데 회사 일이 많아도 너무 많은 것 같다. 결혼도 안 하고 회사일에 찌들고 참 안 됐다. 낙상사고로 수원에 와서 재활하고 있는데도 자식들 얼굴 보기가 힘들다. 초복이 되어서야 두 달 만에 아이들이 모였다. 모처럼 저녁부터 집안에 활기가 넘친다. 아들이 유명 맛집에서 만수무강탕을 사가지고 왔다. 오리1마리, 대하, 전복, 노루궁뎅이버섯 등 보골 보골 끊는 소리에서 아들의 마음이 우러나왔다. 다리 골절 수술로 술을 마시면 안 되므로 자식들의 건배를 보며, 만수무강탕을 맛보았다. 한 시간 정도 지나자 앉아 있기가 너무 힘들다. 침대에 누..

[낙상사고 투병기 98] 물총놀이 - 창문에서 내려보는 동심

아이들의 물총놀이 아픈 다리로 내려다본다. 뛰놀 때를 그리면서 창밖이 아침부터 소란스럽다. 창문을 열고 내려다보니 무슨 놀이를 준비한다. 아이들과 부모들이 보이고, 선생님이 리드한다. 물총놀이를 하고 물풍선을 던져넣기 하고 신나는 아이들, 보조하는 부모들 초등학교 운동회날이 떠오르고 운동장의 뛰놀던 추억이 눈아래 어린다. 마음 같아서는 내려가서 보고싶은데 목발 짚은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민망하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한참이나 내려다 보았다. 걷고, 뛰고 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아이들이 노는 모습 또한 신기하게 바라본다. 이 신기함이 내가 얻은 재활시간의 결과이다. 세상의 모습을 달리 볼 수 있다는 것 지루한 재활시간에 한줄기 햇살이다. 그 햇살의 따스함 속에서 힘든 시간을 버틴다...

[낙상사고 투병기 97] 우산 2개 - 나는 목발, 아내는 우산

장맛비가 내린다. 목발을 짚으니 우산을 들 수 없다. 아내가 우산 2개를 들었다. 점심을 먹고나서도 장맛비가 그치지 않는다. 그렇다고 침대에만 있을 수 없어 도서관이라도 가자. 아내가 우산 2개를 들고 나는 목발을 짚고 집을 나섰다. 나는 목발을 짚으니 우산을 쓸 수 없다. 아내가 우산 1개는 들고 1개는 펴서 옆에서 걸었다. 그러나 목발을 움직여야 하니 좀 떨어져야 한다. 그랬더니 우산 넓이의 범위를 벗어나 몸 한쪽이 젖었다. 도서관에서 나올 때가 되니 비는 더욱 많이 내린다. 아내가 우산 2개를 다 폈다. 1개는 나를 씌워주고, 1개는 아내가 썼다. 2개의 우산이 비바람에 휘청거린다. 나는 나대로 힘들고, 아내는 팔이 너무 아프다고 한다.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니 배수구가 막혀 길에 물이 고였다. 10..

[낙상사고 투병기 96] 목발 손잡이 붕대 - 손바닥이라도 덜 아프게

목발 짚고 걷기운동 보름 손바닥이 아파 손잡이에 붕대를 감았다. 손잡이의 큐션이 손바닥을 덜 아프게 한다. 병원에서 목발 손잡이에 붕대를 감은 것을 보았다. 그런데 그때에는 더운데 왠 붕대까지 감았나 했다. 그러나 막상 목발을 짚고 걷게되니 장난이 아니다. 우선 손목이 아릴듯이 아프다. 손바닥은 아픔과 열로 벌겋게 되었다. 조금 걷다가 쉬고, 또 걷다가 쉬면서 손을 풀어주어야 했다. 목발 걷는 거리가 조금씩 더 늘어났다. 손목과 손바닥은 더욱 아파온다. 거기다가 새끼손가락 수술한 손은 잡기도 어설프다. 안되겠다. 목발 손잡이에 붕대를 감자. 퇴원 후 자가 소독할 때 사용하고 남은 압박붕대를 감았다. 손바닥이 덜 아픈 느낌이다. 이번에는 첫번째 굴다리에서 조금 더 갔다. 굴다리 지나 첫번째 목교까지 걸었다..

[낙상사고 투병기 95] 백일상 - 낙상사고 100일, 칼국수샤브샤브

목발을 짚고 식당가로 가서 칼국수샤브샤브를 먹었다. 따져보니 낙상사고 100일에 백일상 받았네 어제의 우시장천 2.2km 목발연습 처음으로 이를 악물고 왕복했더니 온몸이 아우성을 쳐서 오늘은 걷기운동을 생략했다. 엉덩이, 다리, 손이 아파 욱직일 때마다 욱신거린다. 한번 무리를 하니 이렇게 몸이 엄살을 부린다. 그래서 하루쯤을 쉬어줘야지 밖에 나가지 않고 하루종일 집안에 있으려니 갑갑하다. 목발을 짚을 수 있으니 모처럼 외식이라고 하자. 엘리베이터와 식탁이 있는 식당을 찾아보았다. 날이 더워지니 벨크로로 된 반깁스도 땀이 찬다. 그래서 이번에는 벨크로를 하지 않고 깁스신발만 신었다. 목발을 짚고 산책로 나와 가장 가까운 식당가를 찾았다. 처음으로 통행인들이 지나다니는 인도를 간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