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살이/한라산 낙상사고

[낙상사고 투병기 102] 수련(睡蓮) - 재활기간이란 인생의 잠자는 시간

풀잎피리 2022. 11. 2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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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시장천 물길에 턱을 만들어 물이 고인 곳
물 위를 덮은 수련 잎 위에 몇 송이 꽃이 피었다.
나도 재활기간이라는 인생에서 잠자는 시간이구나

 

수련(睡蓮) (2022-07-19)



한 여름의 목발 걷기 연습은 쉽지 않다.
혼자 연습하기 위험해서 아내와 함께 걷는다.
가다가 서서 쉬면서 손바닥과 손목을 풀어주면서...

굴다리가 있는 곳에서는 늘 쉬어갔다.
이번에는 굴다리가 아닌 곳에서 쉬었다.
우시장천의 물길을 막아 물이 고인 곳 앞이다.

우시장천 양쪽에 계단 관람석을 만들어 놓았고
그 사이 고인 물에 수련 꽃이 피어 있어서다.
꽃을 좋아하는 꽃객으로서 꽃이 피어있는 곳을 지나칠 수 없다.

물 위를 녹색으로 덮은 수련 잎
그 사이 여기 저기 빨갛게 꽃잎을 연 수련
아내와 함께 계단에 앉아 수련꽃을 보았다.

'수련'하면 통상 물(水) 위에 핀 연꽃(蓮)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수련은 졸음 수(睡)와 연꽃 연(蓮)을 쓴다.
즉 수련(睡蓮)은 잠자는 연꽃을 뜻한다.

밤이 되면 수련은 꽃잎을 접기 때문에 꽃이 잠을 잔다고 하는 것이다.
평상시에는 그 연유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낙상사고로 재활하면서 수련의 의미를 다시 되새겼다.

뜻밖의 낙상사고가 던져준 다리 골절과 긴 재활기간
어쩌면 내 삶에서 긴 잠을 자는 기간 같다.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침대생활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다행이게도 우시장천이 있어 이렇게 매일 걷기 연습은 하지만
이것은 자면서 꿈을 꾸는 것인지도 모른다.
잠에서 깨어날 때 나는 한라산에 오를 수 있을까?

꿈속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뒤죽박죽 엉켜지는 것처럼
재활운동의 고통과 통증, 그리고 불안의 시간들이 흘러간다.
어쩌면 잠을 깨기가 두려운 아이처럼 옹크리고 이불 속에 있는 시간이다.

내년에는 다리에 박힌 철심을 빼는 재수술이 기다리고
다시 또 재활의 기간을 가져야하는 은퇴자의 설움
자꾸 조바심이 꿈틀거리는 이 여름, 참 덥기도 하다.

시시포스가 바위를 굴리는 것처럼
재활을 공을 고통스럽게 굴리며
환히 밝아올 그 날을 향한다.

(2022-07-19)

 

목발 연습하다가 앉아 수련을 보다. (2022-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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