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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방석 - 추석날의 단상

​#1. 수줍게 물든 기억젊은 시절 빨간 방석 운동하러 준비했고해프닝 운동이라 장롱 속에 숨었는데늦즈막 사용한다니 얼굴 홍조 더 붉구나#2. 무릎을 다독이는 온기부러진 다리 수술 후에 무릎이 울퉁불퉁제사상 굽히는 무릎 가만히 달래보려무릎의 구세주라며 빨간 방석 대령했소​#3. 향 연기 속의 사랑통영을 떠나기 전 처음 올린 참돔이라그렇구나 맛보시는 조상님 그림자네 앞의 빨간 방석이 가슴을 뜯는구나 ​#4. 불꽃이 이어주는 시간지방을 사르는데 형태대로 재가 되어깔끔히 탔다 하는 아들의 한마디에눈 감은 타임머신이 그리움 끌어안네#5 에필로그빨간방석 아련한 싯귀로 간지러운 귀방석은 왜 찍어 아내의 말 들린다추석날 빨강방석이 내 하루의 주제#6 비하인드 스토리네 식구 모여 앉아 시끌벅적 저녁 외식떠오른 싯귀 생..

♪ 통영살이 04:27:54

미륵산 케이블카 - 아껴둔 공중 데이트

통영살이 이년 세월 화살촉 날아가듯관광은 잊은 채로 풀꽃 길 취했었네아뿔싸, 야속한 시간 케이블카 올라타자 아껴둔 공중 데이트 아내 손 꼭 잡고서십호차 노란 무늬 시인의 숨결 찰랑연필 끝 통영 시그널 문학 향에 물드네 통영에 둥지를 튼 지난 2년, 뒷산인 미륵산은 나에게 가장 익숙하고 아늑한 정원이었다. 이 코스 저 코스를 발로 누비며 소박한 야생화와 미물들이 이어주는 꽃길에 취해 살았다. 하지만 정작 통영의 명물이라는 케이블카에는 한 번도 발을 올리지 않았다. 언젠가 아내와 함께 손을 잡고 탈 날을 위해 아껴두었던 까닭이다.목포로의 이사가 확정되고 나니 마음이 바빠졌다. 그동안 미처 다다르지 못했던 곳, 아껴두었던 풍경들을 아내와 함께 채워 넣어야 했다. 그 첫 번째 순서가 바로 미륵산 케이블카..

♪ 통영살이 2026.10.06

목포 도장 ㅡ 푸른 신호등을 기다리며

제주 통영 거쳐온 길 깡통전세 서슬 퍼레보증보험 바짓가랑이 겨우 잡아 탈출했네목포 땅 새로 얻은 집 눈물로 지켜본다 따르릉! 목포의 시간이 열리는 순간, 나도 모르게 환호했다.깡통전세 지뢰밭 속에 홀로 켜진 유일한 푸른 신호등 하나.나에게까지 기회가 오기를 바라마지않던 며칠간의 안타까움이 한순간에 날아가는 듯했다.몇 달을 지켜본 목포는 온통 붉은 신호등뿐이었다.목포에 안착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대타로 눈여겨보던 여수의 푸른 신호등 몇 개를 외면했고,때로는 전주와 남원을 엿보며 방황하기도 했다.제주에서 시작해 통영을 거쳐 제3의 터전을 찾아 나선 여정은,깡통전세라는 서늘한 그늘을 피해 안식처를 찾아 헤맨긴장과 집념의 시간이었다.통영에서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바짓가랑이를 움켜쥐다시피 하여집주인을 압박해..

♪ 통영살이 2026.10.04

향부자 ㅡ 구근 보니 십년 체증 내렸네

[향부자]1수. 꽃객의 사연양재천 동방사니 공부하던 시절에뿌리 구근 향부자 보고싶어 했는데세월아 야속하구나 까마득이 잊었구나2수. 향부자의 답변바다 곁 척박한 땅 여러 해 살려니까겨울에 먹을 음식 뿌리에 저장했네꽃객아, 내 창고 보니 십년 체증 내렸겠지3수. 향부자 구근 약효향부자 구근은 오랜 시절 한방 인기막힌 기운 뚫어주고 소화를 도왔다지풀의 말 정말이구나 꽃객 체증 나았어 보통의 방동사니류는 한해살이풀이며 뿌리가 얕고 구근이 없지만,일부 여러해살이 방동사니류는 땅속에 단단한 덩이줄기를 만들어 번식하고 생존한다.향부자는 방동사니 종류 중 구근을 가진 가장 대표적인 식물이다.이 덩이줄기에서 강한 방향성 향기가 나며,한방에서는 이를 향부자(香附子)라는 이름의 중요한 약재로 사용한다.향부자는 바닷가 모래땅..

♪ 통영살이 2026.09.30

[거제 탐사] 뱀허물쌍살벌 - 산딸기 따먹는 손 쏘였네

뱀허물쌍살벌 산딸기 따먹는 손 앗! 쏘였네 따끔해왕눈이 이마에 일자무늬 띄우고뱀허물 닮은 긴 집에 수비수 무섭네 산딸기 붉은 혀를 내민 숲의 유혹에손을 뻗었을 뿐인데초록 잎 그늘 뒤숨죽이던 가시와 독침이유월의 서슬 퍼런 전율을손등 깊숙이 집어넣었다사나흘 밤낮을붉게 부풀어 오르고지독하게 가려웠던 것은탐닉의 대가로 치른야생의 지독한 맛,손등에 남아 꿈틀거리는일자 무늬의 환영을끝내 시 한 줄로 벼려내는이 서늘하고 뜨거운 멋미쳐야 미치는 아이러니의 조합이어라 금계국, 곰딸기, 넓은잎갯돌나물3곳을 바삐 도는 거제도 탐사의 길뜻밖의 뱀허물쌍살벌에 판정패한 꽃들 곰딸기 (붉은가시딸기) ㅡ 거제 노자산 임도길에서 ㅡ 제1수 / 설렘과 조바심해운..

♪ 통영살이 2026.09.28

[거제 탐사] 순백파이프버섯 ㅡ 그 아찔했던 구멍의 기억

질통 진 아나방 위 아찔한 파이프 기둥 파이프버섯 끝에 오십 년 전 추억 걸려 저 많은 버섯구멍들 내 삶 새긴 점박이 비가 지나간 뒤, 숲의 썩은 나무 등걸 여기저기가 마치 하얀 소금을 뿌려놓은 듯 부분 부분 하얗게 덮여 있었다. 육안으로 보았을 때는 그저 가지를 치지 않은 민산호점균의 일종인가 싶었다. 노안이 찾아온 흐릿한 눈을 보완하려 늘 들고 다니는 '이동용 돋보기', 폰카의 10배 줌 렌즈를 들이대고 나서야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그토록 보고 싶어 찾아 헤매던 '순백파이프버섯'이었다.​빽빽하게 모여 있는 순백의 미세한 관들, 그리고 그 끝에 송송 뚫린 무수한 구멍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렌즈 속 화면이 거대한 시공간의 통로가 되어 나를 50년 전의 어느 날로 날려 보냈다.​그날은 ..

♪ 통영살이 2026.09.26

[거제 탐사] 진퍼리까치수염 - 축축한 진퍼리에서 건져 올린 평화

​축축한 저수지 모래땅에 꽂은 흰깃발수변을 평정하고 소란한 들판 잠재우니멋지다, 속명 뜻대로 하얀 풍경 장관이로세 ​— 진퍼리까치수염과 속명 Lysimachia에 관하여 ㅡ​식물의 이름을 들여다보는 일은 때로 고고학자의 붓질을 닮았다. 이름 뒤에 숨은 생태와 어원을 가만히 쓸어내리다 보면, 수백 년 혹은 수천 년 전 그 풀을 처음 물끄러미 바라보았던 누군가의 시선과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저수지 수변, 물기가 축축하게 젖은 모래땅에 닿았다. 습지(진퍼리)에 누군가 마음으로 심어두었을 진퍼리까치수염 한 포기. 그 작던 생명이 땅속줄기를 따라 벋어나가며 수변 한쪽을 하얗게 채워낸 광경을 보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수많은 하얀 꽃대들은 마치 들판을 온통 장악한 평화로운 깃발 같았다.​이 무성한 번성을 바라보다 ..

♪ 통영살이 2026.09.24

[양산 탐사] 음양고비 ㅡ 일반화의 오류를 깨는 2억년 짜리 미소

음양고비의 미소아픈 허리 감싸쥐고 흐린 시력 다독이니강의와 열정 고맙다는 2억 년 진짜 미소오늘은 음양고비날 양치식물 웃음이라 경남수목원 고사리 공원에는 헛웃음이 나오는 간판이 하나 서 있다. 한쪽에는 '은행나무', 또 한쪽에는 '고사리류'이라 적힌 간판. 은행나무는 1종의 나무로 명확히 특정한 반면, 전 세계 만 종이 넘는 고사리를 그저 '고사리류'라는 뭉뚱그린 명칭과 3억년의 나이로 퉁쳐버린 행정 편의주의적 게으름이라니. 참 웃기고도 민망한 노릇이다. 흔히 고사리라고 하면 고생대 석탄기부터 살아 있는 원시 식물이라 생각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곤 한다. 하지만 현생 고사리류의 80%는 중생대 백악기 후기, 속씨식물이 만든 그늘에 적응하며 폭발적으로 진화한 '가장 세련된 현대적 생명체'들이다. 그래..

♪ 통영살이 2026.09.22

[함안 탐사] 계요등유리나방 - 짝짓기에서 배운다

나방의 짝짓기는 더없는 공부 재료움직이지 않으면서 암수모습 보여주고벌이냐 착각하도록 위장의 명수라네동식물 의태는 기발한 변신이라 오프리스난초는 벌을 끌어들이고계요등유리나방은 침입자를 겁주네인간도 완벽한 의태생물 족보라네 예쁘게 성형하여 상대 마음 사로잡고고함쳐 가시 돋워도 속은 벌벌 떨리네 ​계요등유리나방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녀석들의 애벌레는 계요등(鷄尿藤) 줄기 속을 갉아먹으며 자란다. 암수가 몸을 포갠 채 미동도 하지 않았던 것은, 이곳이 바로 조만간 태어날 아기 애벌레들이 마음껏 먹고 자랄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계요등유리나방은 이름처럼 날개 대부분에 인편이 없어 유리처럼 투명하고, 배에는 선명한 노란색 띠를 두르고 있어 언뜻 보면 영락없는 벌의 모습입니다. 이러한 완벽한 의태(B..

♪ 통영살이 2026.09.20

[통영 탐사] 백강균(소나무좀), 각시달팽이 ㅡ 솔잎에서 건져올린 1타 2수

백강균 ​1수 / 수난​육미리 작은 몸이 딱정벌레 가족이라약해진 솔가지에 둥지를 튼 소나무좀바늘잎 푸른 그늘에 가만가만 스며드네 ​2수 / 반전​하얗게 피어난 포자 원수 몸을 꽁꽁 묶어그리도 기승 떨던 숨통을 끊어내니시원타 백강균 녀석 솔나무 칭찬이네 각시달팽이 ​1수 / 찰나​숨죽인 솔바람 소리 뷰파인더 좁은 세상하얗게 피어난 백강균 간신히 초점 잡을 제눈 비벼 겨우 찾은 일밀리 투명한 눈물 2수 / 고유(固有)​통영 땅 마른 솔잎 위 어린 각시달팽이라오층 나층 무늬 융내낸 투명한 빛을 품고육미리 소나무좀 밑에서 새 세상을 배우네 ​2년째 숲을 헤매며 찾는 구멍빗장버섯은 올해도 좀처럼 모습을 허락하지 않았다. 보고 싶은 주인공을 마주하지 못한 아쉬움을 안고 숲길을 서성이다 마른 솔잎 하나에 ..

♪ 통영살이 2026.09.16

[함안 탐사] 찾고 찾은 이름이 또 에러

좀겨풀좀 곁에 있게 해줘 물속 나라 풀아이름 찾아 돌고 돌아왔더니 삐졌니정말로 섭섭했어요 다른 이름 불러주고 고사리 찾아가는 길 저수지를 지난다.저수지에 벼과 식물이 올라와 꽃을 피웠다.물잔디에서 좀겨풀로 이름을 수정했다. 이렇게 시조까지 지으면서 좀겨풀이라고 확신했건만알고보니 좀겨풀은 수술이 3개, 나도겨풀을 수술이 6개였다.사진을 다시 면밀 확인하니 수술이 3개를 넘었다. 그래서 확인한 이름 나도겨풀이다.벼과가 이렇게 어려운데 사초과는 더하리라좀겨풀 시조를 파기해야 하는데 나도겨풀 시조를 짓지 않았으니. 확신했었는데 에러라니 맥이 풀린다.수술 3개, 수술 6개로 이름이 갈리다니나도겨풀아! 난 시조 지를 힘도 없구나 (2026-06-17)

♪ 통영살이 2026.09.14

[창원, 함안 탐사] 가뭄 현장 - 우거(憂居)에서 길을 묻다

우거저수지 (憂居貯水池)​창원의 버섯 언덕 미끄러져 넘어오니 말라버린 우거저수지 쓸쓸히 마주하고 청개구리 슬픈 소리 엄마 찾아 울부짖네 ​어디선가 뻐꾸기 소리 애처롭게 들려오고땀나는 얼굴 위로 추억 놈 헤엄칠 때 떠돌이 시니어 삶에 우거(憂居)의 넋두리라 길을 걷다 보면 지명이 먼저 다가와 마음을 건드리는 날이 있다. 창원수목원의 버섯 언덕을 찾았다. 단비라도 머금었어야 할 언덕은 먼지만 풀풀 날릴 만큼 바짝 말라 있었고, 보고 싶었던 달걀버섯은 말라비틀어졌다. 딱딱한 비탈에서 사진을 찍는데 발이 자꾸 미끄리진다. 내심 촉촉한 습기와 생명력을 기대하며 경계를 넘어 함안군 법수면 우거리(于巨里)의 우거저수지로 발길을 옮겼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것은 물을 품은 저수지가 아니라, 바닥을 드러낸 황량..

♪ 통영살이 2026.09.12

알버섯 - 대포알 위의 젖꼭지, 송로버섯의 랑데부

소나무 그늘 아래 숨어 있던 솔잎 이슬도감속 보고픈 사진 눈앞의 현신이라알버섯 오각형 속살 디자인 단초라네대포알 머리 위에 알버섯 놓고 논 날유럽여행 돌아온 아내 트러플 선물이라아침의 야쿠루트에 솔향시간 깔리네 버섯 교수님으로부터 통도사 품에 ‘댕구알버섯’이 피어났다는 급보를 받았다. ‘댕구알’이 무엇인가, 바로 조선 시대 무기였던 ‘대포알’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 아니던가. 그런데 달려가는 날이 아내가 유럽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이다. 바로 그날 새벽, 4시에 눈을 떴다. 서둘러 아침밥을 해먹고 설거지까지 깔끔히 끝낸 뒤, 어둠을 뚫고 통도사를 향하여 차를 달렸다. 아내의 귀국 시각에 맞춰 통영으로 돌아가야 했기에 마음이 바빴다. 장경각 아래 숲에서 보고싶었던 댕구알버섯에 환호하고 곧장 통..

♪ 취미/버섯 2026.09.10

댕구알버섯 - 장경각의 둥근달, 내 마음의 환한달

​통도사 장경각에 둥근달 떠올랐네대장경 가피 입은 신묘한 달이여새벽길 달려온 보람 환한달 피었네​숲속의 대포알은 깨끗한 자연이라향기 나는 말랑함 소원 성취 이루었네내 사랑 마스코트가 축하 인사 전하네 통도사 서운암은 나에게 자연과 생명의 오묘한 순환을 눈뜨게 해 준 버섯 배움터였다. 성파큰스님의 서원으로 팔만대장경의 뜻을 16만 장의 도자기에 새겨 모신 거룩한 장경각 아래는 부처님의 말씀과 자비가 정갈하게 젖어 있는 땅이다. 이곳에서 나는 축구공만 한 댕구알버섯이라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생명을 마주했다. 대지 위로 하얗게 솟아오른 직경 25센티미터의 댕구알버섯은 영축산 통도사의 자연생태가 건강하고 맑게 숨 쉬고 있음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새벽 어둠을 헤치고 달려가 마주한 댕구알버섯은 부처님의..

♪ 취미/버섯 2026.09.08

쌍살벌 쏘임 사건 - 벌독 면역의 두 얼굴

​[1수] 우연한 두 번의 쏘임산딸기 따먹다가 쌍살벌에 쏘이고케이본(K-BON) 야간등재 쌍살벌이 쏘아붙여각각의 사흘 통증을 익숙하다 여겼네 [2수] 바이러스와 벌독의 다른 길​감염은 싸울수록 면역을 얻건마는벌독은 쏘일수록 아픔을 키워가니아이쥐(IgE) 쥐가 나는가 독을 들고 서구나​[3수] 관용의 그늘과 경고​날마다 쏘여 관용 얻은 양봉업자어쩌다 맞닥뜨린 일반인 어찌할까섣부른 과신 거두고 산길 고쳐 걷는다 ​거제 노자산에서 산딸기를 따먹다가 산딸기 줄기에 붙은 뱀허물처럼 생긴 집을 건드려 뱀허물쌍살벌에 손등을 쏘인 후 3일간 아린 통증을 견뎠다. 2달 후 2026 K-BON 소백산 합동조사 시 곤충 유인용 야간 불빛 천막에서 곤충을 촬영할 때였다. 뒷목이 간지려워 손을 터치한 순간 집게손가락에 ..

♪ 통영살이 2026.09.06

하룻밤 후 이별​ - 그대는 어디 갔나요?

저녁에 만날 때는 내 가슴 뛰었어 아침에 일어나니 그대는 어디 갔나 이 마음 안타까움 계곡의 메아리라 8월 31일, 참나무 썩은 줄기 아래에 둥지를 틀고 네크워크를 뻗치는 점균을 처음 목격했다. 황색망사점균이 이렇게도 거대한 모습을 보이다니 베어놓은 썩은 참나무 줄기를 채워갈 네트워크가 기대되었다. 이틀 후 꽃탐사로 바쁜 일정이 끝나고 저녁이 되어서야 노란 점균을 보러 어슴름한 계곡을 들어갔다. 노란 점균을 보는 순간 가슴 속에서 소름이 솟구치고 환호성을 터트렸다. 이 엄청난 장면은 어두워지는 계곡을 밝게 만드는 것 같았다. 이 풍경은 황색망사점균은 아니다. 노란 자루 끝에 매달린 황색 자실체를 닮은 모습은 저녁의 어스름 속에서도 환희였다. 버섯이나 이끼를 쫓아 숲을 누비며 수많은 찰나를 기록해 왔..

♪ 취미/버섯 2026.09.05

[함안탐사] 모감주나무 암술 미션

​노랗게 물든 가지 수많은 꽃송이들수꽃 속 숨어있는 양성화 찾으려고오기로 버티다보니 초록 암술 보인다​땀방울 굴리며 모기 떼 극성여도복주머니 맺을 암술과 수꽃을 한컷에진하다 돈 주고 못 살 이 순간의 이 기쁨원예종이나 공원 식재는 쳐다보지도 않는똥고집이 이름 그대로의 야생화에제2의 삶을 투자한다. 사람 손 타서 보기 좋게 다듬어진 공원의원예종이나 식재 식물들은 편하게 찍을 수 있을진 몰라도,자연의 숨 막히는 서사나 야생의 거친 생명력은 품고 있지 않다.모기 떼 윙윙거리는 풀밭을 헤집고 들어가면 각종 벌레들이 우굴거리고그 속에 아마도 진드기도 있을 것이다. 등이 근질거려 탐사 후에서 늘 박박 문지른다.작년에 끝내 못 찾고 돌아섰던 야생의 모감주나무 양성화미성숙 꽃봉오리처럼 앙다물고 숨어 있어하마터면 왕복1..

♪ 통영살이 2026.09.02

[함양상림] 시조 한수가 내 인생 후반부 이야기

육십령 터널육십터널 통과하니 전경이 달라지네함양상림 산책하니 가슴이 함양하듯뜻밖의 좀소리쟁이 송장헤엄치개라육십령을 넘어 상림에서 나를 함양하다 예부터 사람들은 ‘함안(咸安)’과 ‘함양(咸陽)’을 참 많이도 헷갈려했다. 글자 한 끗 차이로 남강을 사이에 두고 엇갈리는 두 지명은 옛 선비들에게도 단골 소동의 소재였다는데, 나 역시 그 유구한 착각의 역사에서 비껴가지 못했다. 꽃길을 찾아 떠났던 어느 날, 집결지를 두고 두 곳을 혼동해 엉뚱한 길을 잡을 뻔한 적이 있었는가 하면, 바로 어제만 해도 차량 청소를 하다가 발견한 명함 속 ‘함양’이라는 글자를 으레 익숙한 ‘함안’이겠거니 지레짐작하고 무심히 넘겨버리기도 했다.내게 함안은 발길이 자주 닿는 친숙한 이웃이었지만, 함양은 늘 고속도로를 통해 스쳐 지나가는..

♪ 통영살이 2026.09.01

[처녀고사리 탐사] 가는 길에 시조 읊으니 얼굴좀 보여다오

이끼 이름 처녀 좀처녀 구름처녀고사리 이름 처녀 큰처녀 가는잎처녀재밌다 고사리 처녀 삼총사 두 가족볼 수 있을까 없을까 읊조리는 차 안에서처녀 이름 퍼즐 맞추는 소박한 넋두리여가슴에 열정 차오르니 고운 자태 보이리 양치식물 중에서 처녀이끼, 좀처녀이끼, 구름처녀이끼 3총사와처녀고사리, 큰처녀고사리, 가는잎처녀고사리 3총사가 있다.이 두 가족 중 처녀고사리만 빼놓고 모두 보았다. 처녀이끼 무리들은 일반적인 고사리들과 달리 잎이 아주 얇고 투명해서얼핏 보면 이끼처럼 촉촉한 바위나 나무둥치에 이끼와 뒤섞여 살아가곤 한다.그래서 옛사람들이 이름은 '이끼'라고 붙였지만,그 속을 들여다보면 멋진 포자낭을 맺는 고사리 가족이다. 마지막 처녀고사리의 기대와 설렘이 컸다.처녀고사리를 찾아가는 자동차 속에서 읊조리는처녀..

♪ 통영살이 2026.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