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388

[통영 여행] 통영 루지, 해저터널, 충무대교

통영 루지통영루지 이정표 길위에 새겨졌고케이블카 풍경속 루지 유혹 폭발했지속도감 느끼는 찰나 흐뭇한 미소라네 통영 입구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의 도로에 새겨진 방향 표시와 ‘케이블카, 루지’라는 글자는 선명하다. 통영에서 보낸 2년의 시간 동안 그 이정표는 집에 가는 방향의 이정표이자, 한번은 타봐야지 하는 기대를 품고도 일상의 흐름으로 이어졌다. 경남의 발길 닿는 곳마다 들꽃을 찾고, 버섯과 미물들의 숨결을 렌즈에 담느라 집에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그곳은 언제나 ‘나중에’라는 미룸의 영역에 남아 있었다.지난 10월 1일, 미륵산 케이블카에 몸을 실었다. 발아래로 까마득하게 펼쳐진 풍경 속에서 뱀처럼 굽이치며 내려가는 루지 코스가 눈에 들어왔다. 은빛 트랙을 따라 바람을 가르는 이들의 역동적인 ..

♪ 통영살이 2026.10.27

[거제여행] 갈매기, 똥광, 해금강, 외도 보타니아, 고등어회, 정갱이회

1수 / 산괭이산괭이 찾는 눈에 갈매기 똥을 싸네다음 달이 11월이라 똥광을 보여줬니내 바람 부가 아니라 내 다리 정상이야2수 / 갈매기의 일갈똥광을 바라는 너희들 심보에내지른 내 똥맛이 엉뚱하게 튀었어미안타 시니어 재활 나도 응원할게3수 / 풍경의 하소연해금강 좋다는 사람들 엿됐네외도 보타니아 한숨소리 들리네3수로 밀려난 풍경 똥싸는 얼굴이라 똥광과 나의 두 다리해금강의 웅장한 바위 병풍을 돌고 외도 보타니아의 이국적인 정원길을 가쁘게 거닌 길이었다. 가을 바닷바람을 맞으며 돌아오는 여객선 갑판 위, 갑자기 선장님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울려 퍼졌다."여기가 바로 토종 고래 산괭이가 자주 출몰하는 지점입니다. 바다를 자세히 한번 관찰해 보세요! 먼저 산괭이를 보는 사람은 크게 소리치세요. 그럼 모두..

♪ 통영살이 2026.10.25

세뿔투구꽃 - 10년의 얼굴

미이색 투구야 아안녕 반갑구나청량산 옷만 보고 그 세월 강산이라이제야 네 얼굴 보니 내 얼굴도 변했어 추억 길잡이, 그리고 10년의 얼굴10년도 더 전, 봉화 청량산의 호젓한 숲길에서 세뿔투구꽃의 그 독특한 잎을 처음 마주했다. 그때는 꽃을 보지 못하고 특유의 뾰족한 잎새만 마음에 담아두고 돌아서야 했다. 그것이 세뿔투구꽃과의 애틋한 기다림의 시작이었다. 세월은 무심히 흘렀다. 작년에는 창원에서 세뿔투구꽃의 자생지를 알았지만 신강 길에 오르느라 때를 놓쳤다. 지난 12월 열매를 숲에서 발견하고는 ‘올해는 꼭 만나리라’ 기대를 이어갔다. 잎은 꽃을 감싸 쥐고 있던 '옷'이었고 나는 그 옷자락만 매만지며 십수 년의 세월을 보낸 셈이었다.게다가 통영살이 마무리를 앞둔 바쁜 일정 속에서 가까스로 시간을 내어 ..

♪ 통영살이 2026.10.21

[통영탐사] 해변싸리, 며느리밑씻개, 층꽃나무, 해변의 여인, 로댕의 마음

해변의 여인 ㅡ 해변싸리 섬에서 시집 온 여인 싸리문 곁에 기대바람에 살랑이는 가슴 속 꽃님에게그리움 쏟아낸 심정 꽃객 마음 적시네 신기루를 찍는 카메라​​10미터 앞은 쌩쌩 달리는 차들과 활기찬 관광객들의 소음이 넘치는 세상이다. 그러나 내가 삼각대를 세운 등산로 초입 바로 뒤편은 ‘진드기 주의’라는 무심한 현수막이 내걸린 서슬 퍼런 야생의 숲이다. 문명과 야생, 그리고 남해 통영 바다가 교차하는 이 기묘한 경계에 서서, 나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작은 해변싸리 꽃에 초점을 맞춘다. 빽빽한 나뭇가지와 숲의 그늘은 끝내 푸른 바다를 허락하지 않는 장소, 해변싸리는 바람에 살랑이며 자줏빛 꽃잎을 떨면서 렌즈의 초점을 자꾸만 흔들어 놓는다. 그 모습을 보면서 섬에서 시집온 여인이 싸리문에 기댄 모습을 ..

♪ 통영살이 2026.10.19

[우포늪] 목포 갈림길, 자라풀, 전주막걸리, 따오기, 누꼴라피자

목포 갈림길 이 길도 저 길도 인생의 갈림실목포라 눈에 띈 우포늪 서쪽길통영에 이어진 목포 눈앞에 다가온 듯 우포늪 서쪽길, 목포(木浦) 시그널​통영 여정을 마무리하던 길, 그동안 못 가본 우포늪이 떠올라 급히 발길을 옮겨 우포늪 생태관 입구에 닿았다. ​우포 생태길 코스를 보니 한 바퀴를 완전히 도는 데는 9km, 약 3시간이 걸리는 코스다. 길고 깊은 길이라 오늘은 그저 조금만 걷다 되돌아오고 싶었다. 갈림길 앞에 서서 코스를 살펴보니, 동쪽은 철새를 볼 수 있는 대대제방길이고, 서쪽은 '목포제방'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 순간, '목포'라는 글자가 시그널처럼 강렬하게 반짝였다.​제2의 시니어 삶을 시작하며 한 달 후 통영살이를 마무리지어 전남 목포살이로 넘어가게 되는데, 우포에서 만난 '목포'라는..

♪ 통영살이 2026.10.17

항라사마귀 - 통영행 금산휴게소에서

금산길 쉬어 가는 난간 위 뜻밖의 손앞다리 노란 점에 검은 무늬 선명하고은은한 누런 모시 옷 살포시 걸쳤구나이름을 불러주면 고운 꽃이 된다더니투명한 날개깃에 햇살을 가득 담아오늘 먼 여행길을 환하게 밝혀주네 (2026-09-29)길을 나서는 일은 때로 생각지 못한 작은 기적을 품고 있다. 추석연휴 후 통영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잠시 쉬어 가려는 금산휴게소 난간에서 뜻밖의 귀한 손님을 만났다. 바로 우리 토종 곤충인 항라사마귀였다. 초록빛 단정한 자태로 날카로운 사냥다리를 모으고 있는 모습은 신앙심이 깊은 기도를 뜻하는 학명 Mantis religiosa로 새겨졌다. 또한 항라사마귀는 사마귀목(Mantodea) 및 사마귀과(Mantidae) 전체를 대표하는 모식종(기준종)이면서, 세계적으로 사마귀라는 곤충..

♪ 통영살이 2026.10.14

드론 로딩 비행 - 핸드폰 화면에 펼쳐진 통쾌함

안되면 뚫어라 되게 함이 마땅하리짐작했던 이미지를 가볍게 조이니처리중 답답한 마음 환획의 갈라침손가락 끝에서 페이지 이동 찰나내 글이 드론에 올라타 날아간다전자책 꿈을 향하는 이륙의 짜릿함(2026-10-11)어제의 마감은 온통 '처리 중'이라는 무심한 글자 속에 갇혀 있었다. 손끝에서 피어난 글과 사진이 화면 위로 미려하게 펼쳐지길 바랐건만, 기술의 장벽은 차갑게 멈춰 서서 답답한 시름만 깊게 만들었다. 하지만 안 되면 뚫고, 되게 하는 것이 어디 하루이틀 마주해 온 삶의 이치던가.짐작했던 이미지의 무게를 640×304로 가볍게 조였다. 묵직했던 데이터의 빗장이 풀리는 순간, 어제 가슴을 짓누르던 답답함은 단칼에 베어지듯 깨끗하게 쓸려 내려갔다. 스마트폰 화면 위로 단절 없이 맑게 흘러내리는 글과 시조..

♪ 통영살이 2026.10.12

통영의 하루 - 다시 도전하는 리플로우

1수 (배움)이북이 무엇인가 하루 종일 공부하니리플로우 방식이 핸드폰 보기란다그 옛날 에치티엠엘 이렇게 발전했군 2수 (몰입과 회상)음담패설 웃고 넘긴 옛 세월 지나치고어두운 모니터에 태그를 얹던 나날물저어 다가온 추억 오늘에야 마주하네 3수 (태그의 시간)그림 위로 흐르는 글씨 마퀴 태그엠베드 음악 태그 조합하며 끙끙댔어그 열정 떠오른 도전 리플로우 글씨들4수 (멈춰 선 화면)땀흘린 처음 글 화면 속에 갇혀서답답한 기다림만 먹먹히 켜져 있고몰입의 뜨거운 마음 문턱을 넘어서네5수 (재활길과 통영대교)리플로우 씨름하다 뒤늦게 나선 길에밤공기 속 울어 예는 귀뚜라미 울음소리저 불빛 통영대교야 이별이 가깝구나6수 (울어 예는 삶)세월을 품에 안고 울어 예는 발걸음통영 밤 조용한 물결 가슴을 적셔오고가만히 스쳐..

♪ 통영살이 2026.10.10

빨간 방석 - 추석날의 단상

​#1. 수줍게 물든 기억젊은 시절 빨간 방석 운동하러 준비했고해프닝 운동이라 장롱 속에 숨었는데늦즈막 사용한다니 얼굴 홍조 더 붉구나#2. 무릎을 다독이는 온기부러진 다리 수술 후에 무릎이 울퉁불퉁제사상 굽히는 무릎 가만히 달래보려무릎의 구세주라며 빨간 방석 대령했소​#3. 향 연기 속의 사랑통영을 떠나기 전 처음 올린 참돔이라그렇구나 맛보시는 조상님 그림자네 앞의 빨간 방석이 가슴을 뜯는구나 ​#4. 불꽃이 이어주는 시간지방을 사르는데 형태대로 재가 되어깔끔히 탔다 하는 아들의 한마디에눈 감은 타임머신이 그리움 끌어안네#5 에필로그빨간방석 아련한 싯귀로 간지러운 귀방석은 왜 찍어 아내의 말 들린다추석날 빨강방석이 내 하루의 주제#6 비하인드 스토리네 식구 모여 앉아 시끌벅적 저녁 외식떠오른 싯귀 생..

♪ 통영살이 2026.10.09

미륵산 케이블카 - 아껴둔 공중 데이트

통영살이 이년 세월 화살촉 날아가듯관광은 잊은 채로 풀꽃 길 취했었네아뿔싸, 야속한 시간 케이블카 올라타자 아껴둔 공중 데이트 아내 손 꼭 잡고서십호차 노란 무늬 시인의 숨결 찰랑연필 끝 통영 시그널 문학 향에 물드네 통영에 둥지를 튼 지난 2년, 뒷산인 미륵산은 나에게 가장 익숙하고 아늑한 정원이었다. 이 코스 저 코스를 발로 누비며 소박한 야생화와 미물들이 이어주는 꽃길에 취해 살았다. 하지만 정작 통영의 명물이라는 케이블카에는 한 번도 발을 올리지 않았다. 언젠가 아내와 함께 손을 잡고 탈 날을 위해 아껴두었던 까닭이다.목포로의 이사가 확정되고 나니 마음이 바빠졌다. 그동안 미처 다다르지 못했던 곳, 아껴두었던 풍경들을 아내와 함께 채워 넣어야 했다. 그 첫 번째 순서가 바로 미륵산 케이블카..

♪ 통영살이 2026.10.06

목포 도장 ㅡ 푸른 신호등을 기다리며

제주 통영 거쳐온 길 깡통전세 서슬 퍼레보증보험 바짓가랑이 겨우 잡아 탈출했네목포 땅 새로 얻은 집 눈물로 지켜본다 따르릉! 목포의 시간이 열리는 순간, 나도 모르게 환호했다.깡통전세 지뢰밭 속에 홀로 켜진 유일한 푸른 신호등 하나.나에게까지 기회가 오기를 바라마지않던 며칠간의 안타까움이 한순간에 날아가는 듯했다.몇 달을 지켜본 목포는 온통 붉은 신호등뿐이었다.목포에 안착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대타로 눈여겨보던 여수의 푸른 신호등 몇 개를 외면했고,때로는 전주와 남원을 엿보며 방황하기도 했다.제주에서 시작해 통영을 거쳐 제3의 터전을 찾아 나선 여정은,깡통전세라는 서늘한 그늘을 피해 안식처를 찾아 헤맨긴장과 집념의 시간이었다.통영에서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바짓가랑이를 움켜쥐다시피 하여집주인을 압박해..

♪ 통영살이 2026.10.04

향부자 ㅡ 구근 보니 십년 체증 내렸네

[향부자]1수. 꽃객의 사연양재천 동방사니 공부하던 시절에뿌리 구근 향부자 보고싶어 했는데세월아 야속하구나 까마득이 잊었구나2수. 향부자의 답변바다 곁 척박한 땅 여러 해 살려니까겨울에 먹을 음식 뿌리에 저장했네꽃객아, 내 창고 보니 십년 체증 내렸겠지3수. 향부자 구근 약효향부자 구근은 오랜 시절 한방 인기막힌 기운 뚫어주고 소화를 도왔다지풀의 말 정말이구나 꽃객 체증 나았어 보통의 방동사니류는 한해살이풀이며 뿌리가 얕고 구근이 없지만,일부 여러해살이 방동사니류는 땅속에 단단한 덩이줄기를 만들어 번식하고 생존한다.향부자는 방동사니 종류 중 구근을 가진 가장 대표적인 식물이다.이 덩이줄기에서 강한 방향성 향기가 나며,한방에서는 이를 향부자(香附子)라는 이름의 중요한 약재로 사용한다.향부자는 바닷가 모래땅..

♪ 통영살이 2026.09.30

[거제 탐사] 뱀허물쌍살벌 - 산딸기 따먹는 손 쏘였네

뱀허물쌍살벌 산딸기 따먹는 손 앗! 쏘였네 따끔해왕눈이 이마에 일자무늬 띄우고뱀허물 닮은 긴 집에 수비수 무섭네 산딸기 붉은 혀를 내민 숲의 유혹에손을 뻗었을 뿐인데초록 잎 그늘 뒤숨죽이던 가시와 독침이유월의 서슬 퍼런 전율을손등 깊숙이 집어넣었다사나흘 밤낮을붉게 부풀어 오르고지독하게 가려웠던 것은탐닉의 대가로 치른야생의 지독한 맛,손등에 남아 꿈틀거리는일자 무늬의 환영을끝내 시 한 줄로 벼려내는이 서늘하고 뜨거운 멋미쳐야 미치는 아이러니의 조합이어라 금계국, 곰딸기, 넓은잎갯돌나물3곳을 바삐 도는 거제도 탐사의 길뜻밖의 뱀허물쌍살벌에 판정패한 꽃들 곰딸기 (붉은가시딸기) ㅡ 거제 노자산 임도길에서 ㅡ 제1수 / 설렘과 조바심해운..

♪ 통영살이 2026.09.28

[거제 탐사] 순백파이프버섯 ㅡ 그 아찔했던 구멍의 기억

질통 진 아나방 위 아찔한 파이프 기둥 파이프버섯 끝에 오십 년 전 추억 걸려 저 많은 버섯구멍들 내 삶 새긴 점박이 비가 지나간 뒤, 숲의 썩은 나무 등걸 여기저기가 마치 하얀 소금을 뿌려놓은 듯 부분 부분 하얗게 덮여 있었다. 육안으로 보았을 때는 그저 가지를 치지 않은 민산호점균의 일종인가 싶었다. 노안이 찾아온 흐릿한 눈을 보완하려 늘 들고 다니는 '이동용 돋보기', 폰카의 10배 줌 렌즈를 들이대고 나서야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그토록 보고 싶어 찾아 헤매던 '순백파이프버섯'이었다.​빽빽하게 모여 있는 순백의 미세한 관들, 그리고 그 끝에 송송 뚫린 무수한 구멍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렌즈 속 화면이 거대한 시공간의 통로가 되어 나를 50년 전의 어느 날로 날려 보냈다.​그날은 ..

♪ 통영살이 2026.09.26

[거제 탐사] 진퍼리까치수염 - 축축한 진퍼리에서 건져 올린 평화

​축축한 저수지 모래땅에 꽂은 흰깃발수변을 평정하고 소란한 들판 잠재우니멋지다, 속명 뜻대로 하얀 풍경 장관이로세 ​— 진퍼리까치수염과 속명 Lysimachia에 관하여 ㅡ​식물의 이름을 들여다보는 일은 때로 고고학자의 붓질을 닮았다. 이름 뒤에 숨은 생태와 어원을 가만히 쓸어내리다 보면, 수백 년 혹은 수천 년 전 그 풀을 처음 물끄러미 바라보았던 누군가의 시선과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저수지 수변, 물기가 축축하게 젖은 모래땅에 닿았다. 습지(진퍼리)에 누군가 마음으로 심어두었을 진퍼리까치수염 한 포기. 그 작던 생명이 땅속줄기를 따라 벋어나가며 수변 한쪽을 하얗게 채워낸 광경을 보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수많은 하얀 꽃대들은 마치 들판을 온통 장악한 평화로운 깃발 같았다.​이 무성한 번성을 바라보다 ..

♪ 통영살이 2026.09.24

[양산 탐사] 음양고비 ㅡ 일반화의 오류를 깨는 2억년 짜리 미소

음양고비의 미소아픈 허리 감싸쥐고 흐린 시력 다독이니강의와 열정 고맙다는 2억 년 진짜 미소오늘은 음양고비날 양치식물 웃음이라 경남수목원 고사리 공원에는 헛웃음이 나오는 간판이 하나 서 있다. 한쪽에는 '은행나무', 또 한쪽에는 '고사리류'이라 적힌 간판. 은행나무는 1종의 나무로 명확히 특정한 반면, 전 세계 만 종이 넘는 고사리를 그저 '고사리류'라는 뭉뚱그린 명칭과 3억년의 나이로 퉁쳐버린 행정 편의주의적 게으름이라니. 참 웃기고도 민망한 노릇이다. 흔히 고사리라고 하면 고생대 석탄기부터 살아 있는 원시 식물이라 생각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곤 한다. 하지만 현생 고사리류의 80%는 중생대 백악기 후기, 속씨식물이 만든 그늘에 적응하며 폭발적으로 진화한 '가장 세련된 현대적 생명체'들이다. 그래..

♪ 통영살이 2026.09.22

[함안 탐사] 계요등유리나방 - 짝짓기에서 배운다

나방의 짝짓기는 더없는 공부 재료움직이지 않으면서 암수모습 보여주고벌이냐 착각하도록 위장의 명수라네동식물 의태는 기발한 변신이라 오프리스난초는 벌을 끌어들이고계요등유리나방은 침입자를 겁주네인간도 완벽한 의태생물 족보라네 예쁘게 성형하여 상대 마음 사로잡고고함쳐 가시 돋워도 속은 벌벌 떨리네 ​계요등유리나방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녀석들의 애벌레는 계요등(鷄尿藤) 줄기 속을 갉아먹으며 자란다. 암수가 몸을 포갠 채 미동도 하지 않았던 것은, 이곳이 바로 조만간 태어날 아기 애벌레들이 마음껏 먹고 자랄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계요등유리나방은 이름처럼 날개 대부분에 인편이 없어 유리처럼 투명하고, 배에는 선명한 노란색 띠를 두르고 있어 언뜻 보면 영락없는 벌의 모습입니다. 이러한 완벽한 의태(B..

♪ 통영살이 2026.09.20

[통영 탐사] 백강균(소나무좀), 각시달팽이 ㅡ 솔잎에서 건져올린 1타 2수

백강균 ​1수 / 수난​육미리 작은 몸이 딱정벌레 가족이라약해진 솔가지에 둥지를 튼 소나무좀바늘잎 푸른 그늘에 가만가만 스며드네 ​2수 / 반전​하얗게 피어난 포자 원수 몸을 꽁꽁 묶어그리도 기승 떨던 숨통을 끊어내니시원타 백강균 녀석 솔나무 칭찬이네 각시달팽이 ​1수 / 찰나​숨죽인 솔바람 소리 뷰파인더 좁은 세상하얗게 피어난 백강균 간신히 초점 잡을 제눈 비벼 겨우 찾은 일밀리 투명한 눈물 2수 / 고유(固有)​통영 땅 마른 솔잎 위 어린 각시달팽이라오층 나층 무늬 융내낸 투명한 빛을 품고육미리 소나무좀 밑에서 새 세상을 배우네 ​2년째 숲을 헤매며 찾는 구멍빗장버섯은 올해도 좀처럼 모습을 허락하지 않았다. 보고 싶은 주인공을 마주하지 못한 아쉬움을 안고 숲길을 서성이다 마른 솔잎 하나에 ..

♪ 통영살이 2026.09.16

[함안 탐사] 찾고 찾은 이름이 또 에러

좀겨풀좀 곁에 있게 해줘 물속 나라 풀아이름 찾아 돌고 돌아왔더니 삐졌니정말로 섭섭했어요 다른 이름 불러주고 고사리 찾아가는 길 저수지를 지난다.저수지에 벼과 식물이 올라와 꽃을 피웠다.물잔디에서 좀겨풀로 이름을 수정했다. 이렇게 시조까지 지으면서 좀겨풀이라고 확신했건만알고보니 좀겨풀은 수술이 3개, 나도겨풀을 수술이 6개였다.사진을 다시 면밀 확인하니 수술이 3개를 넘었다. 그래서 확인한 이름 나도겨풀이다.벼과가 이렇게 어려운데 사초과는 더하리라좀겨풀 시조를 파기해야 하는데 나도겨풀 시조를 짓지 않았으니. 확신했었는데 에러라니 맥이 풀린다.수술 3개, 수술 6개로 이름이 갈리다니나도겨풀아! 난 시조 지를 힘도 없구나 (2026-06-17)

♪ 통영살이 2026.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