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870

3살 아기 - 거실에서 걸음마

[낙상사고 투병기 370] 오전은 거실에서 아장아장 아기걸음 연습 오후는 도서관 계단 살금살금 오르는 연습 저녁은 짧은 보폭으로 조심조심 걷기 연습 다리의 실밥을 뽑고 나니 신발을 벗고 처음으로 맨발로 걷는 느낌이라면 딱이다. 무릎에서 다리로 전달되는 통증에 적응되지 않은 살이 아우성 친다. 오늘은 다리를 좀 쉬어줘야 하는 것이 오늘의 운세인 것 같다. 그래서 거실에서 아기 걸음마처럼 아장아장 걸었다. 웹소설 '오늘의 운세'를 보면서 귀신의 애교도 읽었다. 나이가 들어도 귀신에 홀린다는 얘기는 유쾌하지는 않다. 그 때 K의 전화를 받고는 내가 더 많은 말을 했다. 재활의 외로움과 안타까움이 만든 스트레스를 토했다. 그냥 입풀이라도 주절대니 속이 다 시원한 느낌이다. 그러다가 무심코 걷기 데이터를 열어보았..

실밥 뽑기 - 무장 해제된 다리의 어리둥절한 통증

[낙상사고 투병기 369] 철심제거수술 후 2주 만의 실밥 제거 반깁스, 롤붕대, 쿠션신발 탈출 무장 해제된 다리의 어리둥절한 통증 아침을 먹고 다리의 꿰맨 자리의 실밥을 세어보았다. 무릎 3군데 21개, 발목 2군데 8개, 총 29개였다. 처치실에서 29번이나 얼굴을 찡그려야한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는다. 우시장천을 걸어 가서 버스를 타고 수병원에 갔다. X-ray를 찍지 않고 아내와 함께 바로 진료실에 들어갔다. 다리를 살핀 후 예정대로 실밥을 뽑아도 된단다. 그 때 아내가 말한다. "처치실에 사람이 많아 한참 기다려야 돼요." 그러자 주치의는 작은 핀셋 가위로 실밥을 뽑는다. 따끔! 따끔! 눈을 찡그린다. 처음에는 실밥을 뜯어놓고, 처치실에 뽑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진료실에서 실밥을 뽑고 있는 것이..

통원 진료 - 꿰맨 자리 실밥 뽑기 전 최종 점검

[낙상사고 투병기 368] 택시가 아닌 시내버스를 탔다. 발목 꿰맨 자리가 퉁퉁 부었다. 비급여 롤붕대 처방을 일반 롤붕대로 바꿨다. 2월 26일 통원진료 후 바로 3월 2일 실밥 뽑는 줄 알았다. 그런데 2월 29일 통원진료 받으러 오란다. 추가 통원진료 없이도 실밥을 뽑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내버스를 타고 가니 택시보다 오히려 편하다. 택시에서는 뒷자리에 앉아 다리를 펼쳤으나 불편했다. 그러나 시내 버스는 공간 넓어 앉은 자리에서 편히 다리를 펼 수 있다. 진료에서는 예정대로 3월 2일 실밥을 뽑는단다. 냉각분사치료를 받으라는 처방에 굳이 냉각치료를 받아야 하나? 냉각분사치료는 아물지 않는 수술 부위에 냉찜질하는 역할을 한다. 그렌데 꿰맨 자리가 아물어 이틀 후 실밥을 뽑는 날이다. 냉각분사치료를..

할머니의 손주 교육 - "아파도 걸어야 하는 거야"

[낙상사고 투병기 367] "아파도 걸어야 하는 거야" "아빠도?" "응!" 앞질러간 재활자의 걸음이 어느 할머니의 손주 교육이 되었다. 철심 제거 수술 후 꿰맨 자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롱붕대로 허벅지부터 발까지 싸매고 바지 밖으로 반깁스를 채운 후 쿠션 덧신을 신고 걷기운동을 한다. 이런 무장 상태는 꿰맨 상처 부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또 한편으로 자전거 등 미리 조심해서 지나가라는 시그널의 열할도 한다. 그러면서도 조심 조심하는 걷기운동 행여나 부딪치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으로 걸으면서도 주위도 보고 가끔 뒤도 돌아본다. 조급한 재활자의 뇌리가 예민해진다. 앞에 할머니와 손주가 정답게 걷고 있다. 들리는 소리는 경상도 지리에 관해 손주에게 알려주는 것 같다. 걸음을 좀 빨리하여 앞질러 갔..

철새는 날아가고 - 하늘을 뒤덮은 철새야~ 떼거지로 어딜 그렇게 가느냐

[낙상사고 투병기 366] 벌건 석양이 마지막 정열을 쏟는 시간 수많은 철새들이 하늘을 난다. 천수만 가창오리 군무를 못본 아쉬움을 달랜다. 수원에서의 재활은 우시장천, 마중공원, 장다리천이 걷기에 좋다. 우시장천은 자주 걷는 코스이고, 마중공원과 장다리천은 드물게 걷는 코스이다. 오전에는 우시장천을 걷고, 점심 후에는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창가로 보이는 마중공원 방향의 저녁 놀이 물들어온다. 도서관에서 나와 마중공원을 향하며 저녁 걷기운동를 한다. 전날 빗물이 고여있어 노을이 반영된다. 마중공원에 다가가니 소나무숲 사이에 석양이 찬란하다. 급히 방향을 틀어 소나무숲을 벗어났다. 반쪽이 된 석양이 찬란하게 빛을 토한다. 석양을 본 흡족함으로 장다리천을 향하여 발길을 옮긴다. 그 때 하늘을 시꺼멓게 ..

영국난장이방귀버섯 - 다시 보니 반갑다. 영국 난장이야

[낙상사고 투병기 365] 자연은 내 친구 이름을 불러주고, 격려를 받는다. 그 매개체가 밴드의 격려로 이어졌다. 재활 목적으로 산책길을 의무적으로 걷는 것은 힘든 일이다. 재활 걷기운동 중에 눈을 돌려 호기심을 쏜다. 두리번거리면서 안테나를 세우며 걸으면 힘든 재활도 잠시 잊을 수 있다. 철심 제거수술을 앞두고는 불안감이 커져갔다. 수술 이틀전 수술할 다리를 위로하려고 온천 가는 길 먼지버섯 비슷한 아주 작은 버섯이 눈이 띄었다. 버섯 밴드에 "먼지버섯인가요?" 질문했다. 그랬더니 "영국난장이방귀버섯" 또는 "사람닮은방귀버섯"이란 댓글과 함께 귀한 버섯이니 다시 촬영하여 올려달라는 부탁이 있었다. 그래서 수술 전날 다시 버섯을 촬영하여 버섯밴드에 올렸다. 그리고 다음날 철심제거수술 및 입원을 했다. 3..

아들과 함께한 시간 - 오늘만 같아라

[낙상사고 투병기 364] 아들과 함께 한 시간 식단이 달라졌다. 젊은 세대로 좀 더 다가갔다. 아들은 인천에 살면서 직장에 다니고 있다. 인천에서 수원오는 길은 많이 막혀 낮에는 2~3시간도 보통이란다. 그래서 주로 새벽에 오고 간다. 철심제거 후 퇴원해서 휴일을 기해 모처럼 수원에 왔다. 딸도 와서 저녁을 먹고 새벽에 떠났다. 그래서 낮에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오전에는 우시장천 산책길 걷기운동을 하고 집에 와서 점심을 먹으러 밖으로 나갔다. 투썸플레이스에 들려 아들이 콜드 브루와 파니니를 주문했다. 콜드 브루와 피니니가 뭔지 검색을 해봐야 했다. 콜드 브루(cold brew)는 차가운 물로 커피방울을 떨어트려 만든단다. 아들은 태양초와 건조고추를 비유로 들어주니 바로 이해되었다. 콜드 브루는 ..

참고 견딘다 - 철봉에 매달려 아등바등

[낙상사고 투병기 363] 블로그 댓글의 격려를 번역 철봉에 매달려 아등바등하는 hang in there S24울트라가 전해주는 과거와 현재의 버티는 시간들 낙상사고 후 2년의 재활은 굴곡이 심한 삶이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옆에 두고 집 주위만 뱅뱅돈 재활의 시간 안타까운 시간과 안감힘의 땀방울이 뒤엉겨 재활떡이 되었다. 1년반이면 철심을 뺀다고 했는데 덜 붙었다는 소리에 실망했고 슬럼프를 딛고 이를 악물고 버티며 고된 재활을 이어갔다. 허리를 삐끗하여 걷기 외 모든 재활을 중단하는 돌발사항도 발생했다. 그러다가 설 쇠러 와서 엉겹결에 철심제거수술을 받고 비오는 날 목발을 짚지 못해 침대에 누워 핸드폰 놀이를 했다. 그 포슽에 격려의 댓글들이 달렸다. 그 중 노당님의 댓글이 눈에 크게 들어왔다. "..

철심 제거 후 걷기 - 얼떨결에 하루 1만보

[낙상사고 투병기 362] 오전, 목발 들고 살금살금 우시장천 왕복 오후, 목발 없이 성큼성큼 우시장천 왕복 덧양말 찾으러 뻐근뻐근 또 한바퀴 퇴원 후 4일째 오전 산책이다. 전날 통원치료시 주치의는 목발을 짚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혹시나 해서 목발을 들고 우시장천을 왕복했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이번에는 목발을 놓고 집을 나섰다. 목발 들고 오전에 살금 살금 걷던 발길이 성큼 성큼으로 바뀌고 발걸음도 가볍다. 목발없이 걷는다는 시너지 효과가 발휘된 것 같다. 집에 거의 다 와서 보니 발끝이 시리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밭끝을 감쌌던 덧양말이 없어졌다. 어? 어디다가 흘린 거지? 다시 찾으러 갈까? 쫀쫀하게 그 걸 갖고 뭘 그런데 아내가 만들어준 거다. 발끝이 시리다니 아내가 만든 마음의 덧양말 몸은 벌..

발씻기 - 1주일 만에 발가락을 씻다

[낙상사고 투병기 361] 붕대를 싸는 방법이 바꿨다. 1주일만에 발가락을 씻으며 철심 박았을 때 2달만의 발씻음을 떠올렸다. 퇴원하고 4일만의 통원치료에서 붕대로 다리를 싸메는 방식을 바꿨다. 그 차이가 환자에게는 엄청난 차이이다. 퇴원할 때는 허벅지부터 발까지 모두 붕대로 쌌다. 발끝만 조금 보이게 발을 완전히 감쌌다. 그래서 양말도 신을 수 없어 걷기연습할 때 발끝만 감싸는 덧양말로 버텼다. 그런데 통원치료 끝나고 붕대를 감을 때 이번에는 발목까지 붕대로 감고 발은 노출시켰다. 그덕에 발을 씻을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무릎 바로 아래의 골절이니 처음부터 발목까지만 붕대로 감아도 되었다. 4일동안 발을 씻지 못한 찝집함을 겪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다. 조금만 더 배려했더라면 환자에게 보다 나은 결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