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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신고 걷기 - 비가 내린다고 재활 운동을 멈출 수 없다.

[낙상사고 투병기 285] 재활에 이유를 달 수 없다. 비가 내리면 우산, 우비, 장화가 있다. 꽃잎에 달리 물방울을 보는 보너스도 있잖아 재활의 절박함과 간절함은 당사자가 제일 잘 안다. 비가 오면 집에서 빈대떡이나 붙여먹자는 노래가 있듯이 좀 쉬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 같다. 그러나 재활에는 이유가 없다. 하루라도 밥을 먹지 않을 수 없듯이 재활도 매일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 비가 오면 우산을 들고 장화를 신고 걷는다. 비가 많이 오면 우비도 있지만 매우 덥다. 그래서 가능한 비옷은 입지 않는다. 걷기운동하는 숲길은 빗물이 고여있거나 냇물이 되어 흐른다. 저벅 저벅 걸으며 1만보를 채운다. 빗길에 재활운동하는 것을 꽃들이 격려한다. 물방울을 단 예쁜 모습으로 힘든 순간을 잊으라고 하는 듯 거기에 화답..

계곡 걷기 - 금식나무를 찾아서

[낙상사고 투병기 284] 계곡의 건천을 걸어서 금식나무가 있는 비탈을 올랐다. 야생의 암수꽃과 열매의 랑데뷰 금식나무는 식나무에 무늬가 있는 종이다. 마을이나 생태숲에서 볼 수 있다. 그런데 야생에서도 금식나무가 살고 있다. 낙상사고가 나기 전 빨빨거리며 돌아다닐 적에 발견했던 야생의 금식나무 작년에 꽃과 열매를 보기 위해 탐사계획까지 세웠지만 낙상사고로 재활하는 바람이 1년이 늦어졌다. 낙상사고 1년이 지난 오늘 계곡 건천을 걸었다. 다리에서 계곡에 내려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조심조심 내려가며 손을 나뭇가지에 단단히 잡은 후 이동했다. 계곡에 내려가서는 아주 천천히 이동했다. 높은 바위를 건널 때는 엉덩이를 붙이고 비탈을 오를 때는 나뭇가지를 붙잡고 금식나무를 찾아 길 없는 덤불을 뚫는 낙상자 이런..

낙상사고 1년 - 변해도 많이 변했다.

[낙상사고 투병기 283] 낙상사고 1년이란 시간이 만든 너울 난파된 후 파도에 떠밀려 곤두박질 치듯 살아남으려는 발버둥이가 나의 길을 바꾸고 있다. 재활이 일상이 된 현실 매일 걸음수를 체크해야 하며 헬스장에서 아픈 다리를 꺾어야 한다. 만우절에 거짓말 같은 사고를 겪은 후 천운으로 살아난 안도감보다 잘 걸을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일상을 뒤덮었다. 걸음수 체크는 스트레스이고 헬스장 다리운동은 나를 시험하고 있다. 사람 구실을 할 수 없는 현실의 무력감이 나를 쉽쓴다. 그럼에도 긍정의 끈을 꼭 잡고 일어서려 발버둥친다. 새끼손가락은 장애로 굳어졌고 수술 다리는 나의 인내에 눌려 참고 있다. 작년 12월부터 하루 1만보 걷기운동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낮에 걷지 못하면 밤중에라도 걸었고 비가 와도 몸이 ..

두릅 산행 - 찾는 다리는 재활, 가시에 긁힌 살갗은 비명

[낙상사고 투병기 282] 벚꽃길을 달려 산으로 올라갔다. 걷기운동하며 발견했던 두릅밭 높은 나무 끝의 두릅을 집게로 땄다. 3월 하순의 제주는 여기 저기 벚꽃길이다. 이틀전에 본 정석비행장은 벚꽃과 유채꽃이 한창이었다. 산록도로의 벚꽃길을 달려 두릅이 많은 산으로 올라갔다. 지난 초봄 걷기운동을 하던 중 발견했던 두릅밭이다. 두릅철이 되어 다시 찾아갔는데 이미 다른 사람의 손이 더 빨랐다. 낮은 나무에 달린 두릅은 모조리 채취된 뒤었다. 높은 가지의 두릅과 선취자가 못본 두릅나무에서 겨우 따야 했다. 왼손에 코팅잡갑을 끼고 오른손에 집게를 쥐었다. 왼손으로 가지를 당기고, 오른손으로 집게를 높이 들어 두릅을 땄다. 톡! 두릅 새순이 부러지는 소리가 경쾌하다. 가지를 놓고 집게에서 두릅을 건진다. 이렇게..

손바닥의 굳은살 - 철봉에 매달려 안간힘

[낙상사고 투병기 281] 손가락 장애에 다리 깁스로 뒤틀린 몸 철봉에 매달려 손가락 힘을 키우며 몸의 균형을 잡는다. 손바닥에 굳은살이 박히도록 안간힘을 써야하는 장기 릴레이 낙상사고 여파는 사고 부위에 그치지 않았다. 팔과 다리에 깁스를 하고 침대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몸이 뒤틀려 인바디 검사 결과 "좌우심한불균형"이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철봉에 매달리기 손가락의 잡는 힘을 키우며 뒤틀린 몸의 균형을 잡아주기 위한 운동이다. 지난 12월6일에 인바디 검사를 했으니 벌써 100일이 넘도록 매일 철봉 매달리기를 했다. 처음에는 매달리지 못하고 바로 손을 놓아야 했다. 낙상사고로 왼손의 새끼손가락이 장애가 되어 굽어지지 않는 손가락의 아귀힘이 약해져 철봉에 매달리기가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매일 매달리기 ..

꽃잎을 밟으며 - 상상 속을 걷는다.

[낙상사고 투병기 280] 비 내리는 날 눕지 않고 버티며 꽃잎을 밟았다. 봄비가 내리고 있다. 오전은 신문을 읽고 책장을 정리했다. 집에 있으면서 눕지 않고 버틴 날이다. 오후는 강창학 숲길을 걸었다. 봄비에 벚꽃잎이 많이 떨어져 있다. 하얀 꽃잎을 밟는 산책길이다. 꽃비가 내린 길을 걷는다고 생각하며 힘을 낸다. 걷는 지루함도 달래며, 상상의 나래를 활짝 핀다. 불편한 다리를 잊고 상상 속을 걷는다. 김소월의 진달래도 떠올리고 함께 걷고 싶은 누군가도 그리면서 걷기운동에 상상의 메뉴를 올려놓는다. 그 날의 기분에 따라 같은 길도 다르게 다가온다. 힘의 높낮이가 파노라마를 그린다. 어떤 때는 수월하게, 어떤 때는 아주 힘들게... 오늘은 오전에 눕지 않았잖아 그래 오늘은 다른 날이다. 흰눈을 밟는다고 ..

뚜껑별꽃 - 무릎이 구부려지지 않아 누워 반영을 찍었다.

[낙상사고 투병기 279] 섬바위 위를 걸으며 뚜껑별꽃을 찾는다. 반영은 아예 누웠다. 다리를 다치고 나서는 팀 탐사는 갈 수 없다. 그러고 보니 1년 이상 보지 못한 꽃객들이다. 전화가 와서 서귀포 탐사 시에 얼굴을 반갑게 보았다. 함께 새연교를 건너 새섬 둘레길을 걸었다. 넓은 섬바위 위로 조심조심 딛이며 해변 가까이 가서 뚜껑별꽃을 찾았다. 풍성히 꽃대를 올린 뚜껑별꽃이 보인다. 쭈그려 앉지 못해서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 꽃을 찍었다. 그때 반영을 찍는다는 소리가 들렸다. 뚜껑별꽃도 반영을 찍을 수 있구나 자리를 옮겨 물이 있는 곳으로 갔다. 몸을 쭈그려 앉아 반영을 찍고 있었다. 나는 아예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 누웠다. 그래야 겨우 반영을 찍을 수 있다. 엉덩이가 젖어 축축해도 뚜껑별꽃의 반영이잖아..

강창학 숲길 - 쉬지 않고 1.8km 왕복 2회

[낙상사고 투병기 278] 비가 오는 날 다른 데 가지 않고 숲길 걷기 왕복 2회 7.2km 안간힘을 쓰다. 제주살이하는 집 근처에는 관공서와 공공기관, 큰 상점들이 많아 생활하기가 아주 좋다. 그 중 하나가 강창학경기장과 숲길이다. 숲길은 동아마라톤 연습 코스이기도 하다. 재활하면서 초기에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숲길은 편도 1,8km로 높낮이가 큰 지그재그 코스이다. 걷기 연습장으로 몇번 이용했었다. 오늘은 쉬지 않고 왕복 2회를 할 작정이다. 첫 1.8km는 함차게, 거뜬하게 걸으며 빗소리, 발소리, 경쾌한 소리를 듣는다. 돌아오는 길도 힘 안들게 걸었다. 그런데 왕복으로 한 번 더 걸을 때는 무릎이 찌르륵 통증을 통하여 압박하고 절룩이며 목마름을 참아야한다. 몸 상태가 힘드니 처량한 소리가 들리는..

여주 쌀 - 새 먹이로 주고, 양계장에 기부하다

[낙상사고 투병기 277] 낙상사고로 8개월 동안 빈 집 뜯지도 않은 포대 속의 쌀에 곰팡이가 슬었다. 새 먹이로 주는 것도 힘이 든다. 낙상사고가 던져준 피해는 엄청나다. 그런데 뜯지도 않은 쌀포대 속의 쌀이 상했을 줄이야 제주의 습기가 정말 징하다. 8개월 만에 제주에 다시 내려와 수원에서 먹다 남은 쌀을 제주에서 모두 소비한 후 보관되어 있던 쌀포대로 뜯어보니 곰팡이 냄새가 났다. 여러번 씻어 밥을 했는데 색깔도 검으스름하고 냄새가 좋지 않다. 그렇다면 떡을 하면 어떻까 했으나 그것도 냄새가 날 것이라 아예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걷기운동하러 나갈 때 배낭에 한 봉지씩을 가지고 가서 새가 많이 있는 나무 아래의 돌 위에 조금씩 뿌렸다. 쌀 한 봉지를 10번 이상 나누어 적당한 곳을 찾아 놓는데..

휴식 - 낮에 눕지 않고 책상에 앉았다.

[낙상사고 투병기 276] 비가 오고, 소나기가 내려 오전은 쉬었다. 청소를 하고 책상에 앉아 한라산 총서를 읽었다. 낙상 후 처음으로 낮에 눕지 않았다. 낮에 쉰다는 것은 가물에 콩나듯 만나는 기회이다. 비가 오는 것을 핑계로 쉼을 택했다. 집안 청소를 돕고, 느긋하게 커피를 마셨다. 책상에 앉아 한라산 총서를 읽었다. 흥미진진한 글들에 푹 빠졌다. 처음으로 하루종일 바닥에 눕지 않았다. 책상에 앉아있는 연습도 필요한 것이다. 흥미로운 책이 도움을 준다. 오전의 꿀같은 시간이다. 늦은 점심을 먹고는 걷기운동 재활에 나섰다. 휴식은 오전에 국한된 시간뿐이다. 오후되면 1만보 걷기운동을 서둘어야 한다. 오후 3시 11분 현재 걷기 데이터 106보이다. 마음이 급해진다. 시간 상 1만보를 걸으려면 걸음이 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