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살이/한라산 낙상사고

낙상사고 1년 - 변해도 많이 변했다.

풀잎피리 2023. 9. 11.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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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상사고 투병기 283] 

낙상사고 1년이란 시간이 만든 너울
난파된 후 파도에 떠밀려 곤두박질 치듯
살아남으려는 발버둥이가 나의 길을 바꾸고 있다.

 

토종 목련 / 일본산 백목련을 목련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굳이 토종이란 수식어를 써야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2023-04-01 한라생태숲)


 
재활이 일상이 된 현실
매일 걸음수를 체크해야 하며
헬스장에서 아픈 다리를 꺾어야 한다.
 
만우절에 거짓말 같은 사고를 겪은 후
천운으로 살아난 안도감보다
잘 걸을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일상을 뒤덮었다.
 
걸음수 체크는 스트레스이고
헬스장 다리운동은 나를 시험하고 있다.
사람 구실을 할 수 없는 현실의 무력감이 나를 쉽쓴다.
 
그럼에도 긍정의 끈을 꼭 잡고 일어서려 발버둥친다.
새끼손가락은 장애로 굳어졌고
수술 다리는 나의 인내에 눌려 참고 있다.
 
작년 12월부터 하루 1만보 걷기운동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낮에 걷지 못하면 밤중에라도 걸었고
비가 와도 몸이 피곤해도 걷고 걸었다.
 
헬스장의 다리운동은 1주일에 6일이다.
헬스장 하루의 휴일이 그렇게나 반가울 정도로
매일 파김치를 만들어야 하는 시간이다.
 
이제는 제주살이 본래의 목적인 꽃을 찾은 일도 병행한다.
그러다보니 피곤이 일상화되었다.
피곤과 땀과 눈물이 뒤범벅된 나의 재활의 시간
 
스스로 응원을 외치며
꽃을 찾고 고사리를 찾으며 재활을 한다.
슬기로워야 할 은퇴의 시간이 절박함과 애절함의 시간이 되었다.
 
고사리들아 나를 응원해줘라
꽃들아 나에게 웃음을 찾아줘라
제주 길을 달리며 미친놈처럼 절규하는 자화상
 
그 누가 알아주랴
처철함이 제주 하늘에 흩어진다.
아련하게 보이는 실루엣에 게슴츠레 커지는 촉촉한 눈망울
 
(202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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