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운동 203

낙상사고 1년 - 변해도 많이 변했다.

[낙상사고 투병기 283] 낙상사고 1년이란 시간이 만든 너울 난파된 후 파도에 떠밀려 곤두박질 치듯 살아남으려는 발버둥이가 나의 길을 바꾸고 있다. 재활이 일상이 된 현실 매일 걸음수를 체크해야 하며 헬스장에서 아픈 다리를 꺾어야 한다. 만우절에 거짓말 같은 사고를 겪은 후 천운으로 살아난 안도감보다 잘 걸을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일상을 뒤덮었다. 걸음수 체크는 스트레스이고 헬스장 다리운동은 나를 시험하고 있다. 사람 구실을 할 수 없는 현실의 무력감이 나를 쉽쓴다. 그럼에도 긍정의 끈을 꼭 잡고 일어서려 발버둥친다. 새끼손가락은 장애로 굳어졌고 수술 다리는 나의 인내에 눌려 참고 있다. 작년 12월부터 하루 1만보 걷기운동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낮에 걷지 못하면 밤중에라도 걸었고 비가 와도 몸이 ..

두릅 산행 - 찾는 다리는 재활, 가시에 긁힌 살갗은 비명

[낙상사고 투병기 282] 벚꽃길을 달려 산으로 올라갔다. 걷기운동하며 발견했던 두릅밭 높은 나무 끝의 두릅을 집게로 땄다. 3월 하순의 제주는 여기 저기 벚꽃길이다. 이틀전에 본 정석비행장은 벚꽃과 유채꽃이 한창이었다. 산록도로의 벚꽃길을 달려 두릅이 많은 산으로 올라갔다. 지난 초봄 걷기운동을 하던 중 발견했던 두릅밭이다. 두릅철이 되어 다시 찾아갔는데 이미 다른 사람의 손이 더 빨랐다. 낮은 나무에 달린 두릅은 모조리 채취된 뒤었다. 높은 가지의 두릅과 선취자가 못본 두릅나무에서 겨우 따야 했다. 왼손에 코팅잡갑을 끼고 오른손에 집게를 쥐었다. 왼손으로 가지를 당기고, 오른손으로 집게를 높이 들어 두릅을 땄다. 톡! 두릅 새순이 부러지는 소리가 경쾌하다. 가지를 놓고 집게에서 두릅을 건진다. 이렇게..

손바닥의 굳은살 - 철봉에 매달려 안간힘

[낙상사고 투병기 281] 손가락 장애에 다리 깁스로 뒤틀린 몸 철봉에 매달려 손가락 힘을 키우며 몸의 균형을 잡는다. 손바닥에 굳은살이 박히도록 안간힘을 써야하는 장기 릴레이 낙상사고 여파는 사고 부위에 그치지 않았다. 팔과 다리에 깁스를 하고 침대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몸이 뒤틀려 인바디 검사 결과 "좌우심한불균형"이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철봉에 매달리기 손가락의 잡는 힘을 키우며 뒤틀린 몸의 균형을 잡아주기 위한 운동이다. 지난 12월6일에 인바디 검사를 했으니 벌써 100일이 넘도록 매일 철봉 매달리기를 했다. 처음에는 매달리지 못하고 바로 손을 놓아야 했다. 낙상사고로 왼손의 새끼손가락이 장애가 되어 굽어지지 않는 손가락의 아귀힘이 약해져 철봉에 매달리기가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매일 매달리기 ..

꽃잎을 밟으며 - 상상 속을 걷는다.

[낙상사고 투병기 280] 비 내리는 날 눕지 않고 버티며 꽃잎을 밟았다. 봄비가 내리고 있다. 오전은 신문을 읽고 책장을 정리했다. 집에 있으면서 눕지 않고 버틴 날이다. 오후는 강창학 숲길을 걸었다. 봄비에 벚꽃잎이 많이 떨어져 있다. 하얀 꽃잎을 밟는 산책길이다. 꽃비가 내린 길을 걷는다고 생각하며 힘을 낸다. 걷는 지루함도 달래며, 상상의 나래를 활짝 핀다. 불편한 다리를 잊고 상상 속을 걷는다. 김소월의 진달래도 떠올리고 함께 걷고 싶은 누군가도 그리면서 걷기운동에 상상의 메뉴를 올려놓는다. 그 날의 기분에 따라 같은 길도 다르게 다가온다. 힘의 높낮이가 파노라마를 그린다. 어떤 때는 수월하게, 어떤 때는 아주 힘들게... 오늘은 오전에 눕지 않았잖아 그래 오늘은 다른 날이다. 흰눈을 밟는다고 ..

뚜껑별꽃 - 무릎이 구부려지지 않아 누워 반영을 찍었다.

[낙상사고 투병기 279] 섬바위 위를 걸으며 뚜껑별꽃을 찾는다. 반영은 아예 누웠다. 다리를 다치고 나서는 팀 탐사는 갈 수 없다. 그러고 보니 1년 이상 보지 못한 꽃객들이다. 전화가 와서 서귀포 탐사 시에 얼굴을 반갑게 보았다. 함께 새연교를 건너 새섬 둘레길을 걸었다. 넓은 섬바위 위로 조심조심 딛이며 해변 가까이 가서 뚜껑별꽃을 찾았다. 풍성히 꽃대를 올린 뚜껑별꽃이 보인다. 쭈그려 앉지 못해서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 꽃을 찍었다. 그때 반영을 찍는다는 소리가 들렸다. 뚜껑별꽃도 반영을 찍을 수 있구나 자리를 옮겨 물이 있는 곳으로 갔다. 몸을 쭈그려 앉아 반영을 찍고 있었다. 나는 아예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 누웠다. 그래야 겨우 반영을 찍을 수 있다. 엉덩이가 젖어 축축해도 뚜껑별꽃의 반영이잖아..

강창학 숲길 - 쉬지 않고 1.8km 왕복 2회

[낙상사고 투병기 278] 비가 오는 날 다른 데 가지 않고 숲길 걷기 왕복 2회 7.2km 안간힘을 쓰다. 제주살이하는 집 근처에는 관공서와 공공기관, 큰 상점들이 많아 생활하기가 아주 좋다. 그 중 하나가 강창학경기장과 숲길이다. 숲길은 동아마라톤 연습 코스이기도 하다. 재활하면서 초기에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숲길은 편도 1,8km로 높낮이가 큰 지그재그 코스이다. 걷기 연습장으로 몇번 이용했었다. 오늘은 쉬지 않고 왕복 2회를 할 작정이다. 첫 1.8km는 함차게, 거뜬하게 걸으며 빗소리, 발소리, 경쾌한 소리를 듣는다. 돌아오는 길도 힘 안들게 걸었다. 그런데 왕복으로 한 번 더 걸을 때는 무릎이 찌르륵 통증을 통하여 압박하고 절룩이며 목마름을 참아야한다. 몸 상태가 힘드니 처량한 소리가 들리는..

여주 쌀 - 새 먹이로 주고, 양계장에 기부하다

[낙상사고 투병기 277] 낙상사고로 8개월 동안 빈 집 뜯지도 않은 포대 속의 쌀에 곰팡이가 슬었다. 새 먹이로 주는 것도 힘이 든다. 낙상사고가 던져준 피해는 엄청나다. 그런데 뜯지도 않은 쌀포대 속의 쌀이 상했을 줄이야 제주의 습기가 정말 징하다. 8개월 만에 제주에 다시 내려와 수원에서 먹다 남은 쌀을 제주에서 모두 소비한 후 보관되어 있던 쌀포대로 뜯어보니 곰팡이 냄새가 났다. 여러번 씻어 밥을 했는데 색깔도 검으스름하고 냄새가 좋지 않다. 그렇다면 떡을 하면 어떻까 했으나 그것도 냄새가 날 것이라 아예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걷기운동하러 나갈 때 배낭에 한 봉지씩을 가지고 가서 새가 많이 있는 나무 아래의 돌 위에 조금씩 뿌렸다. 쌀 한 봉지를 10번 이상 나누어 적당한 곳을 찾아 놓는데..

휴식 - 낮에 눕지 않고 책상에 앉았다.

[낙상사고 투병기 276] 비가 오고, 소나기가 내려 오전은 쉬었다. 청소를 하고 책상에 앉아 한라산 총서를 읽었다. 낙상 후 처음으로 낮에 눕지 않았다. 낮에 쉰다는 것은 가물에 콩나듯 만나는 기회이다. 비가 오는 것을 핑계로 쉼을 택했다. 집안 청소를 돕고, 느긋하게 커피를 마셨다. 책상에 앉아 한라산 총서를 읽었다. 흥미진진한 글들에 푹 빠졌다. 처음으로 하루종일 바닥에 눕지 않았다. 책상에 앉아있는 연습도 필요한 것이다. 흥미로운 책이 도움을 준다. 오전의 꿀같은 시간이다. 늦은 점심을 먹고는 걷기운동 재활에 나섰다. 휴식은 오전에 국한된 시간뿐이다. 오후되면 1만보 걷기운동을 서둘어야 한다. 오후 3시 11분 현재 걷기 데이터 106보이다. 마음이 급해진다. 시간 상 1만보를 걸으려면 걸음이 빨..

한라산 총서 - 한라산 낙상사고에 대한 위로의 선물 같다.

[낙상사고 투병기 275] 한라산총서 16권 1박스 중량 9kg 3층 계단 들고 올라가는데 다리 통증 낙상사고 다리 수술 후 최대 무게 들었다. 제주살이의 목적은 야생화 탐사이다. 당초 2년을 넘어 5년째 제주생활이다. 그만큼 꽃이 좋고 제주가 좋다. 그런데 낙상사고를 당하고 나서 인생의 반전이다. 지독하고 끈질김을 요구하는 재활이란 놈에 맞서게 되었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는 의지로 싸우고 있다. 사고 후 1년이 다되어가지만 겨우 가벼운 가방을 메고 낮은 산행을 하는 정도이다. 무거운 물건을 든다는 것은 다리 수술자에겐 쥐약이다. 시청에서 연락이 와서 달려갔다. 한라산총서 1박스를 받았다. 자동차에 싣는데 묵직했다. 상자에 붙은 중량을 보니 9kg이다. 3층 계단을 오르는데 다리에 통증이 짜..

청소 - 밀대로 밀며 수술 발에 힘을 주다

[낙상사고 투병기 274] 밀대로 바닥을 미는 것 조차 힘이 든 낙상자의 설음 그만큼 아내의 고생이 크다. 낙상사고의 여파를 가장 많이 당하는 것은 낙상사고 당사자가 아닌 아내의 몫이다. 침대의 케어를 비롯하여 많은 부분에서 의지해야 한다. 그래고 집안일 대부분이 아내의 몫이다. 그 중 아마 제일 힘든 것이 생수 구입이다. 생수를 구입하여 계단으로 3층을 올리는 일이 장난이 아니다. 낙상후 물건을 들 수 없으니 모두 아내가 들어올려야 한다. 늘 미안한 마음이지만 현실은 어렵다. 그리고 청소 또한 마찬가지다. 오늘의 청소부터는 도와주겠다고 밀대로 방바닥을 미는 것을 해봤다. 수술 발에 힘을 실어야 방바닥이 잘 닦인다. 몸에서 진땀이 나도록 힘을 써야 한다. 이것이라도 도와주어야 미안한 마음이 덜 들 것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