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운동 203

[낙상사고 투병기 115] 거미줄 - 거미줄에 걸린 삶, 낙상사고를 당한 삶

거미줄에 걸린 삶 낙상사고를 당한 삶 알 수 없는 삶의 미래 삶의 반전은 모든 생물의 가능성일 것이다. 목발 짚고 걷기 연습길에서 거미줄에 걸린 삶을 본다. 낙상사고로 뜻밖을 삶을 살고 있는 나를 보는 것 같다. 스파이더맨은 거미줄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영웅적인 활동을 한다고 하나 대다수 곤충은 거미줄에 취약하다. 거미줄에 걸려 몸부림 치다가 체액을 빨린 후 말라버린 흔적에서 눈물겨운 삶의 애환을 유추해 본다. 재활이라는 어려운 시간을 보내며 살아났다는 안도감은 희미지해지고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곤 한다. 손바닥과 손목의 통증을 넘어서 몸의 여기저기에서 아우성이 꿈틀거린다. 그래도 참아야 한다. 거미줄을 모아 끈적이는 껌을 만들고 막대기 끝에 거미줄껌을 붙여 앉아있는 잠자리에게 살며시 다가가던 추억이 ..

[낙상사고 투병기 113] 손님맞이 - 도서관 휴게실, 물고기 어항

나에게 도서관의 역할은 책이 아니다. 공용 pc로 블로그를 올리며 앉아있기 연습이다. 이번에는 찾아온 손님을 맞았다. 낙상사고로 주로 집의 침대에 누워있고 아파트 산책길 걷기연습과 도서관 블로그 포슽이 유일한 외출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하므로 갈 곳이 없다. 집 문제로 직접 찾아가지 못하니 방문하여 승낙서를 받아야 한다는 손님을 도서관에서 만났다. 관계 서류를 확인하고 승낙서를 써주었다. 요즘은 프라이버시 문제로 손님을 식당이나 커피숍에서 만난다. 아파트 컴뮤니티에 차를 마시도록 준비된 곳에서 손님을 만난다고 한다. 도서관에서 손님을 맞으니 요즘의 현상을 실감한다. 도서관 공간에 이렇게 손님을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니 놀랄 뿐이다. 그런데 더 놀란 것은 도서관 1층에 물고기 어항이 있는 것이 아..

[낙상사고 투병기 112] 손바닥 물집 - 열심히 목발 짚기한 선물이던가?

그렇게도 손바닥이 아프더니 동그란 물집 2개가 생겼다. 열심히 재활운동 했다는 선물이던가 여름의 한증막에 땀을 질질 흘리는 계절이다. 장맛비로 습기 많은 공기가 몸을 끈적인다. 목발로 걷기 연습하는 길에 고난이 이어진다. 목발을 짚을 때 가장 힘든 것은 손목과 손바닥의 아픔이다. 아픔을 완화시키려 목발 손잡이에 붕대를 감았지만 가다 쉬다를 반복하며 아픔을 풀어주어야 한다. 그렇게도 힘들게 했던 여름의 목발 연습길 급기야는 손바닥에 물집까지 생겼다. 그래도 재활운동은 해야한다. 물집이 생기지 않은 손바닥에 힘을 더 준다. 균형이 맞지 않은 목발 연습이 어렵다. 엉치까지 아프다고 하소연이다. 약도 바르지 않고 이튿날도 걷기 연습하고 3일째 날에는 물집이 터져 뭉그러졌다. 쓰라린 물집 흔적에 땀이 스며들었다...

[낙상사고 투병기 111] 컨디션 꽝 - 걷기 연습 목표 미달

목발 짚고 걷는 길 쉽지는 않다. 그런데 몸의 컨디션까기 꽝인 날. 너무 힘들어 걷기 연습 목표 미달이다. 기분파란 말이 있다. 아마 몸의 컨디션도 최고치에 달할 것이다. 그런데 그 반대의 상황도 있다. 몸의 컨디션이 꽝이다. 맛난 점심을 먹었는데도 흥이 나지 않는다. 간간히 비까지 내리는 날 그래도 걷기연습은 해야한다. 벨크로를 벗고 깁스신발만 신었다. 종아리가 걷는 압박에 몸서리친다. 손목과 손바닥은 더없이 아프다. 걷다 정지했다 걷다 정지했다. 굴다리에 앉아 쉬는데 처량하다. 다시 걷는데 목표까지는 못가겠다. 중간에 유턴해서 돌아오는 길 허리까지 아우성이다. 적어도 전날보다 적게 재활하지는 않겠다고 했으나 기분이 다운되니 어불성설이다. 몸이 이렇게 슬럼프에 빠지다니 재활의 어려움이 다시 실감한다. ..

[낙상사고 투병기 109] 파리매 - 송곳같은 빨대로 체액을 빨아먹는 곤충의 드라큘라

산책길의 파리매 한 마리 목발을 놓게 한 노려보는 눈동자 낙상자의 파리매 초접사의 희열 목발 짚고 걷는 고단한 재활의 길 하지만 우시장천이란 생태가 재활에 힘을 준다. 자연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오후 다섯시가 넘은 여름 날 땀을 흘리며 낑낑대는 길 파리매 한 마리가 보안등 위에 앉아있었다. 목발로 살금살금 다가갔는데도 움직이지 않는다. 목발을 땅에 놓고 핸드폰을 들었다. 멀리서 부터 찍으면서 넘 가까이 다가가다 획 날아가면 말짱 꽝이니 조금씩 다가갈 때 마다 셔터를 눌렸다. 그런데 아주 가까이 갔는데도 가만히 앉아있다. 그러다가 날아오르더니 다시 보안등 위 정 중앙에 앉는다. 또다시 움직이지 않는다. 숨을 죽이며 이 모습 저 모습, 그리고 동영상까지 갤러리에서 확대해본 후 앗싸 주먹을 쥐었다. 엄청 무서..

[낙상사고 투병기 106] 재활도 삶의 시간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오늘은 미래의 과거 미래에 생각하는 오늘 그 오늘을 이렇게 보냈다. 재활의 시간은 어쩌면 꿈의 세계 같다. 시공간이 파괴된 쥐죽박죽의 혼란한 꿈 깨어나면 기억에서 아스라히 멀어진 흔적들 에디슨은 그 꿈을 잡았기에 발명왕이 되었다고 한다. 나의 이 꿈 같은 재활 시간에서 무엇을 얻어야 할까? 육체적 재활과 정신적 위로를 갈망하는 나 누군가의 일상적 생활이 나에겐 희망이다. 오늘을 특별하게 만드는 흔적들은 일상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 자세일 것이다. 자전타기 운동 3회 120분, 식탁의자팔굽혀펴기 1회 5분 대둔근 3회 15분, 고관절외전근 1회 5분, 대퇴사두근 1회 5분 오늘도 재활운동 빠짐없이 할려고 했다. 우시장천 산책길 목발 연습 왕복 1,8km 걷고 도서관에서 들러 투병기 올리며 앉아있기 연습했다...

[낙상사고 투병기 101] 서양톱풀 - 처치실의 톱날소리, 재활운동의 치유

산책길 보도블록에 뿌리내린 서양톱풀 목발 짚는 다리 수술자의 눈에 띄었다. 톱날소리 울리던 처치실의 그림을 떠오르면서... 제주살이 하면서 영실코스에 꽃탐사를 많이 갔다. 그 등산길 옆에서 제주 바람을 견디며 육지보다 작지만 강하게 크는 톱풀을 보았다. 낙상사고 후 100일이 지나 수원의 우시장천 산책길에서 목발을 짚고 걷기연습을 매일 한다. 보도블럭과 석축 사이의 작은 땅에 서양톱풀이 자리했다. 톱풀은 잎의 모양이 양날의 톱날같이 생겨 이름지어졌다. 토종 톱풀은 잎이 한 번 갈라지나 외래종 서양톱풀은 잎 두 번 갈라진다. 그리스의 영웅 아킬레스(Achilles)가 톱풀로 부상당한 병사들의 상처를 치료했다는 전설에 따라 톱풀의 속명은 Achillea이며, 꽃말은 치유이다. 낙상사고로 수원에서 재활하면서 ..

[낙상사고 투병기 100] 잉어 구출 작전 - 아이들에게 목발을 빌려주었다

목발 짚고 가며 쉬는 굴다리 잉어가 돌에 막려 팔닥인다. 학생들의 도움 요정, 목발을 빌려주었다. 목발 연습하는 산책길 가운데는 우시장천이 흐른다. 생태천이 조성되어 각종 동식물이 자란다. 생태천 물웅덩이에는 잉어들이 자란다. 비가 많이 오면 웅덩이를 벗어나 아래로 떠내려오기도 한다. 목발 짚고 가다가 쉬는 굴다리 어렵사리 앉아 다리를 쉬려는데 눈에 들어오는 잉어의 팔닥이는 모습 앗! 저기 잉어다. 팔닥이다가 암석 사이로 들어갔다. 어린 학생들이 모여 안타까워한다. 아이들에게 목발을 빌려주었다. 목발로 잉어를 구하라고 발이 성하면 건너가서 잉어를 구할텐테 아이들이 목발을 들고 돌 사이로 잉어를 빼내려는데 구출이 쉽지 않다. 나중에는 아내까지 나섰지만 돌 사이의 모래를 퍼내 잉어가 나갈 수 있는 길을 터주..

[낙상사고 투병기 99] 만수무강탕, 꼬치구이 - 두 달 만의 가족 식사

수원에 있어도 자식들 보기 힘들다. 두 달 만에 가족이 모두 모였다. 첫 날은 만수무강탕, 둘째 날은 훈제고기 어려운 시국에도 아이들이 직장에 잘 다니고 있어서 다행이다. 그런데 회사 일이 많아도 너무 많은 것 같다. 결혼도 안 하고 회사일에 찌들고 참 안 됐다. 낙상사고로 수원에 와서 재활하고 있는데도 자식들 얼굴 보기가 힘들다. 초복이 되어서야 두 달 만에 아이들이 모였다. 모처럼 저녁부터 집안에 활기가 넘친다. 아들이 유명 맛집에서 만수무강탕을 사가지고 왔다. 오리1마리, 대하, 전복, 노루궁뎅이버섯 등 보골 보골 끊는 소리에서 아들의 마음이 우러나왔다. 다리 골절 수술로 술을 마시면 안 되므로 자식들의 건배를 보며, 만수무강탕을 맛보았다. 한 시간 정도 지나자 앉아 있기가 너무 힘들다. 침대에 누..

[낙상사고 투병기 98] 물총놀이 - 창문에서 내려보는 동심

아이들의 물총놀이 아픈 다리로 내려다본다. 뛰놀 때를 그리면서 창밖이 아침부터 소란스럽다. 창문을 열고 내려다보니 무슨 놀이를 준비한다. 아이들과 부모들이 보이고, 선생님이 리드한다. 물총놀이를 하고 물풍선을 던져넣기 하고 신나는 아이들, 보조하는 부모들 초등학교 운동회날이 떠오르고 운동장의 뛰놀던 추억이 눈아래 어린다. 마음 같아서는 내려가서 보고싶은데 목발 짚은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민망하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한참이나 내려다 보았다. 걷고, 뛰고 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아이들이 노는 모습 또한 신기하게 바라본다. 이 신기함이 내가 얻은 재활시간의 결과이다. 세상의 모습을 달리 볼 수 있다는 것 지루한 재활시간에 한줄기 햇살이다. 그 햇살의 따스함 속에서 힘든 시간을 버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