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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에 걸린 삶
낙상사고를 당한 삶
알 수 없는 삶의 미래
삶의 반전은 모든 생물의 가능성일 것이다.
목발 짚고 걷기 연습길에서 거미줄에 걸린 삶을 본다.
낙상사고로 뜻밖을 삶을 살고 있는 나를 보는 것 같다.
스파이더맨은 거미줄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영웅적인 활동을 한다고 하나
대다수 곤충은 거미줄에 취약하다.
거미줄에 걸려 몸부림 치다가
체액을 빨린 후 말라버린 흔적에서
눈물겨운 삶의 애환을 유추해 본다.
재활이라는 어려운 시간을 보내며
살아났다는 안도감은 희미지해지고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곤 한다.
손바닥과 손목의 통증을 넘어서
몸의 여기저기에서 아우성이 꿈틀거린다.
그래도 참아야 한다.
거미줄을 모아 끈적이는 껌을 만들고
막대기 끝에 거미줄껌을 붙여
앉아있는 잠자리에게 살며시 다가가던 추억이 저 멀리 있고
제주 오름길 막탐사에서
얼굴을 감싸는 거미줄을 손으로 걷어내면서
오름 탐사에 열을 올렸던 그간의 제주 생활이 가까이 있다.
야생화를 찾아가는 것이 은퇴 후 삶의 1순위였는데
지금은 초강력 거미줄에 걸려 파닥거리 듯
재활이라는 과제를 1순위로 일상을 회복하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그러기에 걸어야하고
통증, 게으름, 무력감을 이겨야하고
긍정의 끄나풀을 꼭 붙잡아야 하는 현재의 안간힘이다.
(2022-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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