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상사고 136

[낙상사고 투병기 140] 석벽 그림자 - 골절된 경비골, 찢어진 마음

오후의 햇빛이 갈라진 석벽에 만든 그림자 내 다리요, 내 마음이다. 목발 짚고 걷기 연습하는 길 삼복더위를 견디고도 쉽지는 않다. 그래도 해야하는 재활길이다.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뚜벅 뚜벅 목발을 짚는다. 아파트 석벽에 나무 그림자가 짙다 나의 걷는 모습이 석벽에 투영된다. 선명한 그림자가 나에게 말한다. "이게 진정한 당신의 모습일세" 돌의 모양대로 틈새를 이은 석벽 엑스레이 사진으로 보는 경비골이 골절된 모습이자 갈갈이 찢어진 내 마음의 표현 같다. 한참을 서서 그 모습을 본다. 나의 낙상사고 영화를 보는 착각이 들 정도로 5개월의 여정이 파노라마를 그린다. 나의 처지를 석벽 텍스처에 보여주는 그림자는 석벽을 지나면 키다리 나라도 데려가 준다. 변화무쌍한 그림자의 행동이다. 그림자는 아프지도 않고 ..

[낙상사고 투병기 132] 블로그 티스토리 이전 - 도서관 공용 pc에서

도서관 공용pc 남은 시간 72분 티스토리 이전 단추를 눌렀다. 그 동안의 댓글들이 사라지는 아픔 다음 블로그가 티스토리로 이전한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아쉽고 안타까웠는지 모른다. 또 댓글들이 사라지는구나 하고 원통하기도 했다. 책의 일방통행과 달리 웹의 글은 방문자의 댓글이 있어 쌍방으로의 소통이 핵심이다. 그런데 블로그가 이전하면서 그 댓글이 없어진다. 낙상사고 후 공공 도서관에서 근근히 이어갔던 포슽들 하루 최대 3시간의 범위 안에서 공용 PC를 사용했다. 걷기운동을 한 후 앉기연습도 할 겸 도서관을 찾았다. 올린 글의 댓글 때문이라도 신속히 블로그를 이전하여야 하는데 플래닛시절의 본문 댓글과 방문자 댓글을 시간채굴로 다시 보느라고 한 달이나 늦어졌다. 17년전의 사연을 모두 읽은 후 블로그 이전..

[낙상사고 투병기 131] 걸음마 시도 - 목발 없이 7cm 첫 발 떼기

목발에 의지하지 않고 걸음마 시도 정갱이뼈 통증 딛고 한 발 떼기 7cm 저녁에 보니 힘썼다고 다리가 부었다. 처음으로 깁스신발을 벗고 슬리퍼만 신고 집을 나섰다. 발이 가벼운 듯 했지만 허전한 느낌 그리고 몸에서 전해오는 긴장감 오늘은 야외에서 목발 없이 걸음 떼기 방 안에서 수없이 연습한 대로 용기를 냈다. 보도블록 1칸이 두 걸음이니, 보폭이 7cm 정도이다. 그야말로 아기의 첫 걸음처럼 후들후들 떨리고 혹시라도 넘어질라 온 몸은 바짝 신경이 곤두섰다. 휴~ 몇 발 떼기 하고보니 스스로가 대견스럽다. 목발을 짚고 쉬면서 그네타는 어린이를 본다. 무릎을 자유자재로 구부리며 잘도 탄다. 자유스럽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나 간절해본 적이 있나 걸음을 걷다 잠시 멈춰서서 사람들을 본다. 부러움을 넘..

[낙상사고 투병기 130] 죽단화 풍경 - 땀이 범벅, 걷기 연습하다가 뭐얌!

다시 더워진 날씨 같다. 죽단화가 예뻐 땡빛 아래서 촬영했다. 땀이 범벅, 걷기 연습하다가 뭐얌! 말복이 지난 후 하늘은 가을을 연습한다. 나는 목발을 짚고 걷기 연습을 계속한다. 여름은 그렇게 나를 땀으로 몰아갔다. 나를 몰아가는 세월 그 세월을 탓할 순 없다. 왜, 나 때문이니까 이제는 걸어야 하는 삶 찌들고 힘들어도 걸어야 사는 삶 그 삶의 끄나풀은 꽃이다. 원래는 야생화를 더없이 좋아하는데 재활하는 마당에 그냥 꽃이라도 좋다. 우시장천 산책길에 핀 죽단화 노란 겹꽃이 군데 군데 남아있었다. 홑꽃이면 황매화, 겹꽃이면 죽단화(겹황매화)이다. 죽단화는 옛날 시골에서 클 때 화단에서 보았던 꽃이다. 재활하며 보는 꽃은 색다르다. 재활과 관련해 보기 때문일 것이다. 목발을 짚고 걷기도 힘든데 말이다. 목..

[낙상사고 투병기 129] 위대한 걸음 - 목발 짚고 걷기 연습하는 자의 부러움

걷는 자의 직립 보행 부러운 시선의 산책길 평범함을 위대함으로 본다. 침대에 누워있을 때는 목발이라도 짚고 걸어보았으면 했다. 그런데 땀 흘리며 목발로 걷기연습 하다보니 산책길을 걷는 사람들이 제일 부럽다. 이런 간사한 마음을 갖는 것이 낙상자의 아픔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간사한 것일까? 어쩌면 생존의 기초적 욕구를 달리 표현함일지도 모르겠다. 목발 연습한 지 두 달이 되었다. 우시장천 산책길을 왕복하는 걷기 연습이 매일 이어진다. 왕복 2km를 처음 2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였다. 그러나 목발 짚기가 만만치 않은 재활이다. 걷기 연습할 때마다 통증과 아픔을 참아야 한다. 가다 쉬다 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본다. 잘도 걷는다. 자유롭게 걷는다. 즐겁게 걷는다. 저 모습이 나에겐 위대함으로 보인다. 저렇게..

[낙상사고 투병기 128] 소금쟁이 - 생태천 아이들의 자연 놀이

생태천 아이들의 자연 놀이 잡은 소금쟁이 보여주고 놓아주며 "얘들야! 잘 살아!" 휠체어를 빌린 후 처음 휠체어를 타고 외출한 날 목발 짚고 100m를 처음으로 걸으며 목교 위에서 소금쟁이가 노는 것을 본 것은 지난 6월 하순이었다. 그런 후 두 달 가까이가 되어서야 혼자 목발을 짚는다. 점심을 먹고 산책길을 걷는데 아이들이 물가에서 뭔가 열중한다. 궁금해서 "뭣들하고 노는 거니?" 물었다. 한 아이가 뛰어와서 커다란 구슬을 보여준다. "소금쟁이예요" 구슬 안에 소금쟁이가 보인다. "다시 살려줄 거예요" 아! 소금쟁이를 잡으며 놀고 있었구나 고맙기도 하지, 이렇게 뛰어와 보여주고. 다시 뛰어가서 친구들과 합류한다. 그리고 들리는 소리 "얘들아! 잘 살아!" 생태천의 아이들, 심성이 곱기도 하다. 자연은 ..

[낙상사고 투병기 127]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아파트 도색 안전사고 방지를 기원하면서

낙상사고로 목발 짚는 걷기연습길 무궁화 꽃 배경의 아파트 도색하시는 분 안전사고 방지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낙상사고를 당한 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당연함을 소중함으로 객관적에서 주관적으로 목발 짚고 걷기 연습하는 길은 재활의 길인 동시에 사색의 길이다. 생태에 관하여, 인간에 관하여 한여름을 통과한다는 것은 땀의 시간이요, 고통의 시간이다. 그러나 가야하는 길이기에 긍정 쪽을 붙잡는다. 수술 다리의 통증과 불안을 느끼면서 생태에서 위로를 찾고 사람들에게서 응원을 받으며 측은지심을 배운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어릴 적에는 술래잡기 놀이를 했고 커서는 분단된 약소국의 아픔을 소설로 읽었다. 오늘의 무궁화 꽃은 놀이도 아니고 소설도 아니다. 다리골절자의 안타까운 시선으로 아파트 도색공사 하시는 분의 안전..

[낙상사고 투병기 126] 구름송편버섯 - 뭉게구름 플러스 알파

장맛비가 끝나니 무더위가 꺾였다. 푸른 하늘 뭉게구름 보며 걷는 목발 연습길 구름송편버섯도 매미소리를 듣고 있다. 드디어 삼복더위도 끝나가는지 하늘은 가을하늘처럼 푸르고 뭉게구름이 저만치 일어난다. 그럴수록 매미소리는 더 크게 들린다. 목발 걷기 연습도 이젠 제법 익숙해졌다. 목발을 짚고 가다가 꽃이나 곤충을 보면 걷기연습을 멈추곤 한다. 장맛비가 끝난 오늘의 산책길도 눈이 호강한다. 벚나무 줄기에 구름송편버섯이 무수히 붙어있다. 운지버섯 또는 구름버섯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목발을 짚고 나무 가까이 다가갔다. 구름버섯이니 이왕이면 뭉게구름을 넣고 사진을 찍어보자. 디카와 달리 핸드폰으로는 응달과 양달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핸드폰만의 초강력 스킬이다. 구름송편버섯은 항암효과가 있고 다이어트와 고혈압에도..

[낙상사고 투병기 123] 매미소리 - 심기일전 보폭 10cm 아기 걸음마

장마가 끝나니 요란한 매미소리 목발을 살짝 짚고 걸음 떼기, 보폭 10cm 두렵고 통증 느끼며 아기가 걸음 떼듯 매미소리 동영상 (2022-08-12) 새끼손가락 장애 판정으로 다운 되었던 마음 심기일전하며 스스로를 격려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란 말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었다. 걷기 연습길에 매미소리가 요란하다. 굼뱅이였던 벌레가 매미가 된 후 쏟아내는 절규 매미소리를 들으며 왜 절규를 떠올릴까? 뭉크가 왜 절규란 작품을 만들었을까? 무엇인가 불안감의 표현이 아닐까? 자연을 자신의 느낀 감정으로 치환하여 보는 것은 자연을 해석하는 권리이자 고유의 생각일 것이다. 목발을 짚고 서서 매미소리에 귀기울이는 낙상자 아기 걸음 같은 보폭 10cm 걸음 떼기 그것도 목발이라..

[낙상사고 투병기 122] 걸음 떼기 - 목발을 살짝 짚고

통원치료 14차(낙상사고 133일차)는 병주고 약주고 다리는 목발 없이 걷기 해볼 것 그런데 새끼손가락은 아예 굳어버렸단다. ㅠㅠ 기대에 못미친 통원진료 결과이다. 물리치료 받으며 혼자있는 시간 지루한 여름, 슬퍼지는 마음 (2022-08-11) 그러나 어쩌랴? 다시 용기를 갖자 이튿날부터 다시 재활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새로운 2가지를 시도했다. 목발을 살짝 짚고 걸음 떼기를 시작했다. 겁이 나고 후들후들 떨렸다. 아기도 아닌데, 그렇지, 힘을 내자. 두번째 시도는 무릎을 구부렸다가 일어서기 무릎은 90도 정도 겨우 구부린다. 제일 문제다. 아이구, 그 놈의 금속판. 이렇게 또 재활의 길이다. 이 여름, 땀을 많이 요구한다. 정상(正常)을 바라고, 정상(頂上)을 그리는 마음이다. (2022-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