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블로그 이전에는 다음 플래닛이라는 미니홈피가 있었다.
플래닛의 방을 꾸미고, 친구들의 방문과 덕담, 고민의 토로가 활성화 되었었다.
시절의 추억은 어려움을 즐거움으로 치환한 타임캡술이 되었다.
다음 블로그로 개편한 후에는 다음 플래닛의 글과 댓글, 방명록이 모두 이전되었다.
플래닛 시절의 방명록을 핸드폰으로 보니 2005년 10월4일까지 볼 수 있었다.
9월에 다음 블로그가 폐쇄되니, 서둘러 도서관 pc로 방명록을 찾아보았다.
pc로 보는 방명록은 점프 기능이 없어 최근부터 일일히 클릭해야 한다.
즉, 1번 클릭하면 1번의 방명록 몇개가 펼쳐지고
아래로 3번 정도 스크롤하여야 2번을 클릭할 수 있다.
복마동에 보관된 기서를 찾기 위해 기관의 장애물을 뚫는 것처럼
가상화폐를 채굴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처럼
지루한 짓을 되풀이 하는 시간 채굴이었다.
300번으로 클릭(스크롤)해서 볼 수 있었던 17년 전의 여름
그 마저도 금년 10월이 되면 찾을 수 없는 시간
낙상사고로 땀흘리며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금년 여름
도서관 PC 3시간을 배정받아 어제에 이어 오늘도 시간 채굴에 나섰다.
300번을 클릭하는데 10분 이상이 걸리는 시루한 시간
그 결과 2005년 뜨거운 여름을 조우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마음속의 생각을 나누며
좌절과 절망, 스트레스에 점철된 사연을 공유하며
방문록에 그날 그날의 기분을 주고받았다.
그 사연 중 80일간의 긴 줄다리기 끝에
6시간에 걸친 굴욕의 시간으로 만든
사무실 이전 계약 건이 생생하게 살아있었다.
나만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
위로를 받으며 잠깐이라도 웃을 수 있는 시간들
2005년의 시간은 나를 성숙시키는 과정이었다.
플래닛(planet)은 행성(行星)이라는 뜻도 있지만
인간의 운명을 좌우하는 운성(運星)이라는 뜻도 있다.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의 플래닛 방문록에 담긴 진한 스토리
낙상사고와 수술, 재활이라는 60대 말의 이 시간도
지나고 보면 시간 속에 묻혀버리겠지만
그래도 잘 극복했다고 추억으로 떠올리는 시간채굴이 되었으면....
(2022-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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