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상사고 134

[낙상사고 투병기 76] 샤워 - 낙상사고 후 77일 만에 혼자 샤워했다.

붕대와 거즈로부터의 해방 두 달 반만에 처음으로 혼자 샤워했다. 아내에게 칭찬도 받고, 덜 미안했다. 혼자 몸을 씻는다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삶의 행위이다. 두 달 반 동안 스스로 씻지 못한 안타까움 침대생활의 괴로움 중 어쩌면 최대의 불편함이다. 드디에 붕대와 거즈로부터 해방된 이틀 후 용기를 내어 욕실의 턱에 앉아 혼자 샤워를 했다. 내 스스로 내 몸에 물을 뿌렸다. 샤워물이 온 몸으로 흐른다. 피부가 느끼는 시원함을 넘어 지난 두 달 반 동안의 불편했던 씻음의 기억이 떠오른다. 병원에서 아내가 닦아준 거품티슈 퇴원 후 깁스한 팔과 다리를 높이 들고 아내가 거품티슈로, 나중에는 샤워기로 씻어주었다. 그렇게 아내가 고생하는 것을 보고 혼자 샤워라도 했으며 얼마나 좋을까? 혼자 샤워하는 기쁨과 행복을 언..

[낙상사고 투병기 75] 붕대 해방 - 다리의 핀 뺀 자리 붕대를 떼었다.

손발의 붕대가 사라졌다. 수술한 다리에 처음으로 샤워물을 댔다. 이제부터는 새로운 재활의 시간이다. 다리의 핀 뺀 자리 진료 때문에 이틀만에 통원치료 3일이 지난 후 붕대는 풀어도 되는데 물에 담그지 말고 샤워는 괜찮다고 한다. 5일이 지난 오늘, 핀 뺀 자리에 붙어있던 붕대를 풀었다. 핀 뺀 자리는 거머리가 문 것 처럼 벌겋게 보였다. 살갗은 껍질과 소독약에 엉겨 덕지덕지 껌이 되었다. 붕대가 없어진 다리의 모습이 짠하다. 근육이 빠진 허벅지는 두 손아귀에 잡힌다. 붕대를 없앤 시원함과 다리의 처참한 모습이 눈에 새겨진다. 수술한 다리에 샤워기를 갖다대었다. 샤워기가 뿜어대는 물을 맞는 다리 오랫만에 다리의 웃는 모습을 본다. 침대에 누워 다리를 올렸다. 다리야, 시원하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재활을 ..

[낙상사고 투병기 74] 꽁보리밥 - 입안에 굴러다니는 밥알이 전하는 얘기

"아! 맛있다. 방귀 뀌겠네!" 양치질 하다가 "아! 방귀 나왔다" "밤새 많이 뀔 걸! 배도 푹 꺼지고." 저녁 메뉴는 꽁보리밥이었다. 꽁보리밥은 순전히 보리쌀로만 지은 밥이다. 보리알이 굵어 물에 불려 밥을 해야 한다. 아내가 지은 꽁보리밥 외출하고 온 탓에 배도 출출하고 열무김치를 넣고 비벼 맛나게 먹었다. 옛날에는 쌀밥보다 보리밥이 주식이었다. 보리밥을 해서 큰 그릇에 담아 장독대에 얹어 놓아 식혔고 식은 보리밥도 배불리 먹지 못하던 시절 이젠 꽁보리밥이 건강식이라 불리며 별미로 먹고 있는 현실이다. 성남에서 자주 찾았던 약진로의 꽁보리밥집은 아파트로 변했다. 밥알이 입안에서 굴러다니는 시간 옛 생각이 절로 파노라마로 뜬다. 아내와 함께 방귀 얘기로 웃었다 꽁보리밥을 먹으면 왜 방귀가 자주 나올까..

[낙상사고 투병기 73] 달팽이 - 미나리 줄기에 붙어 측은지심 발동

침대생활은 밖의 그리움 미나리를 함께 따라온 민달팽이 아내의 측은지심에 풀 속으로 침대생활을 하는 낙상 환자 날씨는 벌써 녹음의 계절이다. 아내가 들려주는 밖의 얘기들 밖의 그리움이 호기심을 발동하는 시간 미나리를 뜯어와 다듬던 아내가 급히 내게로 왔다. 미나리 줄기에 벌레가 붙어있었다. 자세히 보니 민달팽이였다. 응! 달팽이가 우리집까지 왔네 순간, 패닉의 달팽이 노래가 떠올랐다. 달팽이 노래가 유행하던 1990년대 후반 그 때의 5년은 나의 인생 최악의 저점이었다. 이적의 가사가 좋아 흥얼거리며 그 시절을 보냈다. 그런데 침대생활이라는 패닉 상태에서 아내가 보여준 달팽이 한 마리가 속삭이는 듯 하다. 바다를 건너 제주의 품안으로 돌아갈 꿈을 꾸라고 은퇴 후 다행이도 꿈같은 제주살이였는데 낙상사고로 6..

[낙상사고 투병기 72] 손가락의 눈물 - 영구 장애 어떡 하니?

내 몸을 찢은 최초의 수술 칼 기어이 내 삶에 흔적을 남기는구나 장애라는 이름으로 통증과 함께 통원치료 8차 다리의 핀을 뺀 것 때문에 이틀만에 다시 수술병원을 찾았다. 잘 아물고 있으니 3일 후 붕대 풀고 씻데, 담구지는 말라고 한다. 이번에는 손 진료 손가락 끝이 접히지 않아 궁금했었다. 그런데 청천벽력의 소리가 들린다. 새끼손가락 끝마디 신경이 죽어 장애가 남는단다. 그래서 나중에 실비보험 장애진단서를 끊어준다고 ㅠㅠ 눈 앞이 아득하니 힘이 죽 빠진다. 침울 모드로 아득함에 빠지는 시간 주마등처럼 시간의 굴곡이 눈앞에 스친다. 새끼손가락에 얽힌 사연들이... 서귀포에서 통기타 수업 후 이튿날 낙상사고가 났다. 통기타에서는 왼손가락은 코드를 잡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제 통기타 코드를 잡을 수 없게..

[낙상사고 투병기 71] 손샤워 - 한 스텝 위의 행복을 찾아서

손에 붕대가 사라진 이튿날 수도꼭지에서 쏟아지는 물로 손샤워를 했다. 손의 일상화를 실감한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손씻기는 중요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손을 씻는 일상이다. 그러나 한손에 깁스한 침대생활에서는... 새끼손가락 수술로 왼손과 팔에 반깁스 고양이 세수처럼 얼굴도 한손으로 간신히 씻었다. 그러다가 통원치료 7차, 새끼손가락 단추를 뗐다. 붕대가 사라진 손을 수도꼭지 밑에 대었다. 쏟아지는 물줄기의 쾌감을 온몸의 전율로 느낀다. 한 참의 손샤워에 흐뭇한 시간 두 손으로 세수를 했다. 왼손 새끼손가락이 잘 펴지지 않아 어색한 행동이지만 두 손으로 물을 받아 얼굴을 씻는다. 두 손으로 세수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이고 축복인지 낙상사고 후 재활과정에서 절실히 느꼈다. 건강한 사람들은 대부분 모..

[낙상사고 투병기 70] 새끼손가락 손톱 단추 제거 - 손에 붕대를 없애다.

새끼손가락 손톱의 봉합사가 연결된 단추 수술 최후의 흔적을 제거했다. 왼손이 붕대에 해방된 날이다. 통원치료 7차는 홀가분한 기분이다. 다리의 핀을 뽑고, 손톱의 단추를 떼었다. 수술의 잔유물을 치우는 시원한 날이다. 단추를 핀셋으로 떼는데 따금한 정도였다. 단추에 달린 봉합사가 손톱을 뚫어서 부위가 껄끄럽다. 희한하게 손톱도 자라지 않았다. 사람은 죽은 직후에도 손톱은 자란다는데 수술할 때 봉합사가 연결된 손톱이 자라지 않다니 손톱도 많이 아팠나보다. 손톱의 단추로 떼니 손에서 붕대가 사라졌다. 왼손을 보는 시선에 감회가 어린다. 이젠 잘 씻어주어주고 재활의 힘을 쏟아야겠다. (2022-06-07)

[낙상사고 투병기 69] 다리의 피눈물 - 피가 철철, 진료실 바닥으로

수술의 마지막 단계로 핀을 뽑았다. 수술 다리가 피눈물을 흘린다. 피눈물은 다리를 지나 진료실 바닥을 적신다. 경비골 모두 골절되었는데 경골 만 수술받고, 비골은 비수술이었다. 골절 부위가 무릎 바로 아래이기 때문에 수술시 애를 먹었다. 경골의 부러진 곳을 이어주는 금속판을 대고 나사로 조이는 수술이었는데 수술한 후 살갗에는 핀이 2개 돌출되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매일 드레싱을 했고 퇴원시에는 통깁스 위에 뚜껑의 달아 통원치료시마다 핀 주위를 드레싱했다. 낙상사고 후 68일째, 통원치료 7차 진료실에서 주치의가 핀을 뽑겠다고 펜치를 들었다. 순식간에 핀 2개를 쑥! 쑥! 뽑았다. 뽑혀진 두 곳에서 피가 솓구쳤다. 그리고 다리를 타고 흐른다. 빨간 두 줄기의 피흔적이 다리가 피눈물을 흘리는 것 같았다. ..

[낙상사고 투병기 68] 통원치료 7차 - 대기번호 31, 기다림 1시간 30분의 병원 풍경

사람들이 모이는 곳 대부분 비슷한 심정일 것이지만 그 차이야말로 천양지차다. 수병원은 언제나 그렇듯 사람들로 붐빈다. 골절환자들, 보호자, 간병인들 등 비좁은 로비와 복도는 시장 골목을 방불케 한다. 특히나 정형외과이니 목발을 짚거나 휠체어를 탄 환자. 깁스 부위를 보면 무슨 수술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골절환자도 이렇게나 많구나. 다치게 된 사연이 이 환자 수 만큼이나 다양하겠지. 골절의 대부분은 저전거타기, 낙상사고, 스키, 공사판이다. 대기 넘버 31을 받고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 양장을 입고 손가방을 든 어느 젊은 여인의 손붕대를 보았다. 어쩌다가 손을 다쳤길래 정형외과에 온 것일까? 손가락 수술로 휘어진 내 손가락을 보며 궁금증이 생긴다. 그런데 우연히 사연이 들린다. "뾰족구두에 유리가 박혀 ..

[낙상사고 투병기 67] 대전현충현 - 아내 혼자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왔다.

아내가 부모님께 드릴 꽃다발을 사왔다. 대전현충원에 다녀온 아내의 말 "마음이 편하게 깨끗하네요." 현충일에 가까웠으나 갈 수 없는 침대생활 아내가 대전현충원에 다녀온다고 꽃다발을 사왔다. 침대에 누워있는 미안함, 아내에 대한 고마움 수원에서 대전현충원 가는 길이 만만찮다. 더구나 수원터미널에서 대전 가는 버스 노선도 코로나로 감축되어 4번으로 줄었다. 집에서 수원터미널까지 버스 수원터미털에서 대전 유성까지 시외버스 유성에서 현충원역까지 버스로 간 후 대전현충원역에서 셔틀버스로 현충원에 가는 것이다. 아내의 부모님 인사에 총 11시간이 걸렸다. 집에 온 아내의 얼굴에 피곤이 덕지덕지 그래도 아내의 웃음을 짓는다. 다녀오니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말한다. 부부로 산다는 것, 고맙고 애잔한 마음이다. 아내가 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