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상사고 134

[낙상사고 투병기 66] 지방선거 투표 - 장애인 투표지원제도 활용

다리 골절 침대생활인데 투표는 뭐 그러다가 선거일 오후, 그래도 투표해야지 장애인 투표지원제도를 이용하여 간신히 기권은 면했다. 6월1일 초여름의 문은 열렸지만 다리 골절로 침대생활하는 신세이니 봄날은 가고 여름이 와도 시무룩이다. 지방선거일이라고 뉴스에서는 호들갑을 떤다. 오후가 되자 기권한다는 게 왠지 찜찜한 마음이다. 그래서 동주민자치센터에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장애인 투표지원 제도를 모르고 있다. 다시 선관위에 전화를 해서 장애인 투표지원을 예약했다. 거소투표 신고를 못했더니 참 복잡하다. 선거 시작 전 거소신고를 하면 선관위에서 투표용지를 집으로 배달하여 준다. 그런데 거소투표기간을 경과한 이튿날에야 겨우 생각났었다. 중증의 장애인이라도 선관위에 사전에 거소신고를 하지 않으면 선거일에 직접 투..

[낙상사고 투병기 65] 손가락 초음파 검사 - 새끼손가락이 이상하다.

주치의 얼굴이 밝지 않다. 새끼손가락 초음파 검사를 하고 오란다. 초음파 화면에 의아심이 뻗는다. 통원치료는 늘 병주고 약주는 식이다. 다리의 핀은 조만간 뽑겠다는 좋은 소식 그러나 새끼손가락 초음파 검사라니 ㅠㅠ 초음파실에 가서 손가락을 펼쳤다. 화면에 보이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기사도 아무 말도 안 한다. 새끼손가락 초음파 사진을 자세히 살피는 주치의 둘째 마디의 힘줄이 떡이 됐단다. 장애라는 말은 하지 않지만, 재활이 힘들 것이란 뜻이다. 손톱의 단추도 아직 떼지 않았고 손가락의 붕대도 풀지 않은 상태여서 적극적 재활운동을 하기도 어려운데 ㅠㅠ 갈수록 태산이랄까? 새끼손가락! 왜 이리 애태우니? 제주의 새끼노루귀는 귀엽기만 한데

[낙상사고 투병기 64] 호랑나비애벌레 전용(前庠) - 두 달 만에 발을 씻다

두 달 만에 발을 씻었다. 물에 담궈 불리니 허옇다. 허물을 벗는 벌레처럼... 수술한 다리로 계속되는 침대생활 언제 일어나 걷게 될까? 봄날의 나른함이 엄습하는 시간 반깁스를 푼 발이 며칠 간의 적응이 지났기 발을 씻는다 하니 아내가 재활용 쓰레기장에서 김치냉장고 통을 주어왔다. 그 통에 뜨거운 물을 붓고 발을 담궜다. 시간이 흐르자 발이 불어 물이 뿌여졌다. 뜨거운 물이 식어 다시 뜨거운 물을 부었다. 불은 발은 허옇게 곰팡이 슬은 것처럼 올라왔다. 문득, 제주 산양곶자왈에서 본 호랑나비애벌레가 떠올랐다. 입구에서 2.5km 곶자왈에 들어가야 볼 수 있는 호랑나비애벌레 누가 훼손하지는 않는지 몇 번을 2.5km 곶자왈 길을 왕복했다. 두 다리가 성할 때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데 이제 ..

[낙상사고 투병기 63] 카스 방문자수 폭증 - 어느 미친놈 때문에 속터지네

수 백에서 수 천 도저히 믿기 어렵다. 투병기의 위로일까? 안 됐음일까? 그 속의 미친놈 때문에 헐! 제주살이 3년 반만에 인생 급반전 낙상사고가 만든 뜻밖의 침대생활 장난감은 오직 핸드폰 뿐 제주의 야생화와 양치식물이 올라가던 카카오스토리에 낙상사고 관련하여 그 날 그 날의 투병기를 올리는데 어느 날 갑자기 방문자 수가 폭증했다. 수 백에서 수 천으로 뛰다니?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사실일 테니까 표시됐겠지. 문득, 21년 전 미국의 911테러 당시 내가 매입한 풋옵션이 개장 순간 10배나 껑충 뛴 화면을 보고 그 2배를 예상했던 마음에 던져진 놀람과 흥분의 시간이 뇌리에 스친다. 이 급증한 방문자수는 위로든, 안타까움이든, 예방차원이든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의 움직임이든... 내..

[낙상사고 투병기 62] 서양민들레 - 번식노력에서 재활의지를 배운다.

서양민들레는 번식노력이 매우 높다고 한다. 나는 재활에 에너지를 높여야 한다. 민들레 씨앗처럼 비상을 꿈꾸면서... 침대에 누워있는 봄날 밖은 봄꽃이 많이 피겠지 봄바람 살랑살랑 밖이 그리운 시간 침대에서라도 재활운동을 한다. 아주 천천히 다리를 올렸다 내렸다 몇번 하니 허벅지의 통증이 찔러온다. 문득, 민들레의 번식노력을 떠올렸다. 제주에서 보았던 책 "이끼와 함께(Gethering Moss)" '번식노력'은 유성생식에 얼마나 열의가 있는지 측정하는 지수이다. "초원에 핀 서양민들레는 노랑꽃이 가장 많은 질량을 차지하고 그 다음으로 솜털 같은 씨앗의 질량이 크기 때문에 번식노력 지수가 매우 높다." (p.123) 우리 토종 민들레는 봄에만 꽃을 피우는데 비해 서양민들레는 봄에서 가을까지 꽃을 피우며 토..

[낙상사고 투병기 61] 반깁스(SLS) 해체 - 붕대를 푼 발이 숨을 쉬다.

낙상사고 후 54일 째 발이 붕대에서 해방되었다. 덕지덕지 퉁퉁부은 발이 숨을 내 쉬었다. 통원치료 5차는 슬픔과 기쁨의 진료 새끼손가락에 보조대 끼우는 안타까움이 있었으나 반깁스(SLS)를 해체하고 다리에 붕대만 감고, 발을 노출시켰다. 반깁스한지 1주일 만에 해체 뜻밖에 노출된 발이 춤을 춘다. 발이 공기를 느끼는 택시 속에서 5월의 녹음은 짙어지고 있다. 집에 와서 침대에 앉아 두 발을 비교했다. 수술한 발은 퉁퉁부어 고구마색이고 각질이 덕지덕지 좌측 발을 우측 발 같이 만들려면 얼마나 걸릴까? 욕조의 턱에 걸터앉아 두발에 샤워기를 댔다. 낙상사고 후 54일 만에 물이 양발에 닿았다. 부은 발이 너무 아파 씻지는 못해도 샤워물이 뿌려지기만 해도 얼마나 좋은가 침대에 누워 발을 올리고 먹는 아이스크림..

[낙상사고 투병기 59] 산방마 - 삼국지의 적토마, 나의 마스코트 산방마

삼국지엔 여포가 탄 적토마 제주에선 마스코트 산방마 다리도 산방마도 밖이 그립다. 젊어서는 삼국지를 읽고 늙어서는 삼국지를 읽지 말라는데 뜻밖의 침대생활에 다시 빼들었다. 외목발 걷기 연습할 때 깁스한 왼발은 힘주지 않고 살짝 터치만 하고 왼발, 오른발, 외목발로 세발 걸음으로 깽깽 진땀나는 걸음 연습하면서 유비, 관우, 장비 3형제가 주점에서 술을 먹고 저잣거리를 휘청거리며 걷는 모습을 상상하니 그것 참! 제주에서 오름 산행이나 관광지 여행할 때 산방마를 가지고 다녔다. 제주살이 초기에 산방산 앞에서 마스코트 말을 산 후 지어준 이름이다. 그 산방마도 제주에 방치된 배낭 속에서 잠자고 있을 것이다. 삼국지에서는 여포가 탄 적토마가 전장을 누볐는데 나의 산방마도 나의 다리도 집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내 ..

[낙상사고 투병기 58] 아파트 산책길 - 아내가 찍어온 사진으로 만족

아내가 집앞을 산책하고 찍어왔다. 휠체어를 탈 때 가보자고 한다. 그래, 휠체어를 탈 수 있는 그 날을! 퇴원할 때 주치의가 한 말 "휠체어를 타지 마세요" 걷기 연습에 힘을 쏟으라는 말이다. 휠체어가 있다고 집안에서도 타게 되면 그 만큼 재활이 늦어진고 한다. 그래서 휠체어를 빌리지 않았다. 침대와 식탁, 화장실만 억지로 가고 나머지는 침대에 누워있으면서 다리를 심장보다 높이고 있는 것이 전부이다. 손가락 운동과 발가락 운동을 하면서 누워있는 시간에 밖은 화창한 봄날이다. 만약 휠체어가 있다면 바깥에 나갈 수 있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걷지도 못하는데 휠체어 타고 밖으로 나대면 케어하는 아내만 더 힘들게 된다. 아내가 아파트 산책길을 걷고 사진을 찍어왔다. 멋진 산책길과 장미꽃 밖에 가고픈 마음이 ..

[낙상사고 투병기 57] 쇠무릎 - 악몽 같은 아픔을 딛고 무릎 재활에 용을 쓰다.

통깁스를 반깁스로 바뀐 날부터 6주간 굳었던 무릎을 구부리는 운동 악몽 같은 한밤중 소동을 딛고 3일이 지나서야 겨우~ 반깁스로 바뀐 날의 이튿날 새벽 다치지 않은 무릎인데 6주간 움직이지 못한 후유증 치곤 넘 가혹했다. 들에 나는 풀, 쇠무릎을 떠올렸다. 쇠무릎은 비름과의 여러해살이 풀로 우슬(牛膝)이라고도 하는데 줄기 마디가 굵어져 소의 무릎 같다고 하여 이름지어졌다. 뿌리는 관절에 약효가 있다 한다. 퇴직 후 동탄으로 이사와서 우슬차를 끊여 마시다가 제주살이를 떠났다. 제주살이 중 낙상사고로 수원에서 재활하며 쇠무릎을 생각하다니 다리 골절이 만든 내 삶의 변화가 아날로그적 파동을 일으킨다. 반깁스 2일차 오후, 무릎을 조금씩 구부리기 시작했다. 무릎의 통증이 땀을 송골송골 맺히게 하고 피가 몰려 고..

[낙상사고 투병기 56] 한밤중 소동 - 잠결에 거상한 다리가 꺾였다.

꿈이 아니다. 그러나 꿈 같다. 한밤중 놀란 몸 반깁스로 바꾼 후 집에서는 무릎운동하며 침대생활을 한다. 침대에 간이의자를 놓고 그 위에 쿠셧과 벼개로 받침을 만들었다. 침대에 누웠을 때 반깁스한 발을 벼개 위로 올려놓는다.(거상) 수술한 다리의 부종을 없애기 위해서 심장보다 높이 올리는 것이다. 이 자세가 상당히 불편하고 힘들어도 잘 때도 계속해야 한다. 그런데 반깁스를 한 다음날 새벽 한밤 중 요기를 느껴 눈을 떴다. 잠결에 거상하고 있는 다리를 내릴려는데 맥없이 무릎이 꺾였다. "으윽!" 그 순간 몰아치는 통증에 식은 땀이 온몸에 몰아쳤다. 통증에 놀란 무릎이 멍청히 멈춰있고 아픔을 참는 찡그린 얼굴에 쥐가 났던 과거의 어느 순간이 오버랩된다. 한동안 그렇게... 악몽 같은 시간... 오줌 눌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