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살이/한라산 낙상사고

[낙상사고 투병기 68] 통원치료 7차 - 대기번호 31, 기다림 1시간 30분의 병원 풍경

풀잎피리 2022. 10. 2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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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이는 곳
대부분 비슷한 심정일 것이지만
그 차이야말로 천양지차다.

 

수병원 전경 (웹지도 캡쳐)


수병원은 언제나 그렇듯 사람들로 붐빈다.
골절환자들, 보호자, 간병인들 등
비좁은 로비와 복도는 시장 골목을 방불케 한다.

특히나 정형외과이니 목발을 짚거나 휠체어를 탄 환자.
깁스 부위를 보면 무슨 수술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골절환자도 이렇게나 많구나.

다치게 된 사연이 이 환자 수 만큼이나 다양하겠지.
골절의 대부분은 저전거타기, 낙상사고, 스키, 공사판이다.
대기 넘버 31을 받고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

양장을 입고 손가방을 든 어느 젊은 여인의 손붕대를 보았다.
어쩌다가 손을 다쳤길래 정형외과에 온 것일까?
손가락 수술로 휘어진 내 손가락을 보며 궁금증이 생긴다.

그런데 우연히 사연이 들린다.
"뾰족구두에 유리가 박혀 빼다가 손가락을 다쳤다"
ㅎ 정말 뜻밖의 사연이다.

한라산 계곡 사면에서 꽃을 찍다가 아래로 굴러
구사일생 구출되고 여객선과 고속도로를 달려 수병원에서 수술한
나의 사연과 비교해 보았다.

과연 누구의 사연과 아픔이 더 클까?
어쩌면 객관적 사실보다 주관적 생각이 더 아플 수도 있겠다.
상상으로 진료를 기다리는 지루함을 달랜다.

메뉴큐어를 바르고 손크림으로 살갗을 부드럽게 하고
와인잔을 쨍그렁 부딪힐 찰나 상대가 휘어진 손가락을 발견한다면....
나이든 나보다 젊은 사람이 더 아프겠지...

그러나 그녀의 얼굴 표정을 보니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절룩이지 않고 걸을 수 있을까?
미지의 앞날에 대한 두려움이 새겨진 내 얼굴...

휠체어에 앉아 깁스한 다리를 거상하고 있고
새끼손가락까지 붕대라니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더 아프다고 느끼겠지..

병원은 아픈 사연들이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장소다.
영화관에는 영화팬이, 야구장에는 야구팬이, 공연장에는 매니아들이 모이는 장소이다.
나도 한 때 대학로 극장의 연극팬이었다.

나이 들어 꽃을 좋아하다 보니 놀이터가 산과 들이다.
자생지 정보와 꽃이 피는 시기에 가면 어김없이 만나는 꽃객들.
대한민국 정말 좁구나!

그 속에 나와 같은 낙상사고와 수술, 재활의 경험을 가진 꽃객들도 있다.
투병기를 올리니 심금을 울리는 공감 댓글들
한여름 재활의 시간에 힘을 얻는다.

(2022-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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