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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생활은 밖의 그리움
미나리를 함께 따라온 민달팽이
아내의 측은지심에 풀 속으로
침대생활을 하는 낙상 환자
날씨는 벌써 녹음의 계절이다.
아내가 들려주는 밖의 얘기들
밖의 그리움이 호기심을 발동하는 시간
미나리를 뜯어와 다듬던 아내가 급히 내게로 왔다.
미나리 줄기에 벌레가 붙어있었다.
자세히 보니 민달팽이였다.
응! 달팽이가 우리집까지 왔네
순간, 패닉의 달팽이 노래가 떠올랐다.
달팽이 노래가 유행하던 1990년대 후반
그 때의 5년은 나의 인생 최악의 저점이었다.
이적의 가사가 좋아 흥얼거리며 그 시절을 보냈다.
그런데 침대생활이라는 패닉 상태에서
아내가 보여준 달팽이 한 마리가 속삭이는 듯 하다.
바다를 건너 제주의 품안으로 돌아갈 꿈을 꾸라고
은퇴 후 다행이도 꿈같은 제주살이였는데
낙상사고로 60대 후반의 시간이
푸른 연기처럼 산산히 흩어진 골절 환자라니
달팽이 노래가 다시 내 삶에 융화된다.
욕조 속에 앉지조차 못하고
욕조의 턱에 겨우 걸터앉은 신세
그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재활이 지루하고 힘들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계속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한라산에 오를 수 있다고
그 말을 하는 것 같은 달팽이 한 마리
아내는 달팽이가 붙은 미나리 줄기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밖으로 나가 풀섶에 풀어주고 왔다.
아내의 측은지심으로 달팽이가 숨을 돌렸을 것이다.
달팽이야, 너도 새 꿈을 꾸어라.
나 또한 아내의 내조와 도움으로 꿈을 향해 재활하고 있단다.
(2022-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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