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골골절수술 22

[낙상사고 투병기 62] 서양민들레 - 번식노력에서 재활의지를 배운다.

서양민들레는 번식노력이 매우 높다고 한다. 나는 재활에 에너지를 높여야 한다. 민들레 씨앗처럼 비상을 꿈꾸면서... 침대에 누워있는 봄날 밖은 봄꽃이 많이 피겠지 봄바람 살랑살랑 밖이 그리운 시간 침대에서라도 재활운동을 한다. 아주 천천히 다리를 올렸다 내렸다 몇번 하니 허벅지의 통증이 찔러온다. 문득, 민들레의 번식노력을 떠올렸다. 제주에서 보았던 책 "이끼와 함께(Gethering Moss)" '번식노력'은 유성생식에 얼마나 열의가 있는지 측정하는 지수이다. "초원에 핀 서양민들레는 노랑꽃이 가장 많은 질량을 차지하고 그 다음으로 솜털 같은 씨앗의 질량이 크기 때문에 번식노력 지수가 매우 높다." (p.123) 우리 토종 민들레는 봄에만 꽃을 피우는데 비해 서양민들레는 봄에서 가을까지 꽃을 피우며 토..

[낙상사고 투병기 61] 반깁스(SLS) 해체 - 붕대를 푼 발이 숨을 쉬다.

낙상사고 후 54일 째 발이 붕대에서 해방되었다. 덕지덕지 퉁퉁부은 발이 숨을 내 쉬었다. 통원치료 5차는 슬픔과 기쁨의 진료 새끼손가락에 보조대 끼우는 안타까움이 있었으나 반깁스(SLS)를 해체하고 다리에 붕대만 감고, 발을 노출시켰다. 반깁스한지 1주일 만에 해체 뜻밖에 노출된 발이 춤을 춘다. 발이 공기를 느끼는 택시 속에서 5월의 녹음은 짙어지고 있다. 집에 와서 침대에 앉아 두 발을 비교했다. 수술한 발은 퉁퉁부어 고구마색이고 각질이 덕지덕지 좌측 발을 우측 발 같이 만들려면 얼마나 걸릴까? 욕조의 턱에 걸터앉아 두발에 샤워기를 댔다. 낙상사고 후 54일 만에 물이 양발에 닿았다. 부은 발이 너무 아파 씻지는 못해도 샤워물이 뿌려지기만 해도 얼마나 좋은가 침대에 누워 발을 올리고 먹는 아이스크림..

[낙상사고 투병기 57] 쇠무릎 - 악몽 같은 아픔을 딛고 무릎 재활에 용을 쓰다.

통깁스를 반깁스로 바뀐 날부터 6주간 굳었던 무릎을 구부리는 운동 악몽 같은 한밤중 소동을 딛고 3일이 지나서야 겨우~ 반깁스로 바뀐 날의 이튿날 새벽 다치지 않은 무릎인데 6주간 움직이지 못한 후유증 치곤 넘 가혹했다. 들에 나는 풀, 쇠무릎을 떠올렸다. 쇠무릎은 비름과의 여러해살이 풀로 우슬(牛膝)이라고도 하는데 줄기 마디가 굵어져 소의 무릎 같다고 하여 이름지어졌다. 뿌리는 관절에 약효가 있다 한다. 퇴직 후 동탄으로 이사와서 우슬차를 끊여 마시다가 제주살이를 떠났다. 제주살이 중 낙상사고로 수원에서 재활하며 쇠무릎을 생각하다니 다리 골절이 만든 내 삶의 변화가 아날로그적 파동을 일으킨다. 반깁스 2일차 오후, 무릎을 조금씩 구부리기 시작했다. 무릎의 통증이 땀을 송골송골 맺히게 하고 피가 몰려 고..

[낙상사고 투병기 54] 통원치료 4차 - 봄바람 살랑살랑, 꽃들의 속삭임

아내가 휠체어를 가지러 간 사이 병원 앞 길가에 꽃들이 살랑살랑 외목발로 버티며 꽃이름을 부른다. 택시를 타고 가서 병원 앞에 내렸다. 외목발로 버티고 서 있으면 아내가 병원에 가서 휠체어를 빌러온다. 그 사이 나는 침대생활의 갈증을 씻는다. 봄바람에 살랑이는 고들빼기 노랑꽃들이 인도에서 차길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 사이 개망초는 하얀 꽃을 피우고 있다. 가로가에 식재한 쥐똥나무가 꽃봉우리를 달았다. 5월의 싱그러움이 세상을 녹색으로 물들였다. 침대에 누워있는 동안 세상은 화려한 봄날이다. 그 봄날을 나는 이렇게라도 반긴다. 남들이 보면 미친 짓일 것이다. 외목발로 버티며 핸폰을 들이미는 모습 꽃 같지 않은 꽃들에 빠진 시간을... 아내가 휠체어를 가지고 오고 있다. 봄바람이 아지랑이가 되어 피어오르..

[낙상사고 투병기 53] 식탁 앉기 - 벋정다리도 의자 1개를 차지한다.

내 몸은 욕심쟁이 앉는데 2개의 의자가 필요하다. 한 개는 엉덩이, 또 한 개는 다리 허벅지까지 통깁스(LLC) 하면 누워있는 것이 일이다. 하물며 경비골 수술 후 살갗 위로 돌출된 핀이 있어 핀 주위로 붕대를 깊게 쌓기 때문에 통깁스가 더 크다. 그래서 통깁스에 뚜껑도 달아놓았고 통원치료시 뚜껑을 열어 핀 주위로 소독한다. 통깁스 속은 열이 많기 때문에 냉찜질도 해주었다. 이래 저래 통깁스한 다리는 무겁고 누워 있을 때는 다리를 가슴보다 올려야하고 외목발로 움직일 때는 벋정다리 신세이다. 특히, 식사를 하려고 식탁에 앉을 때는 통깁스한 다리를 별도의 의자에 걸쳐야 한다. 10분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저려오고 발등이 붓는다. 밥 먹기도 이런 고충을 견겨야 한다. 통깁스 해체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이다...

[낙상사고 투병기 52] 다리 운동 - 성한 다리도 운동해줘야 한다.

침대에 누워서 하는 다리 운동 수술 다리는 벋정다리를 들었다 내렸다. 성한 다리는 자전거타기하는 것처럼 다리 운동 (2022-05-13) 하루 종일 침대생활이라는 것 병원에 입원해서라는 단서만 예외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집에서도 몇달간 침대생활이라니... 봄날의 아이러니가 허리의 통증으로 SOS를 보내고 있다. 멀쩡한 우측 다리도 헐거워진 허벅지를 보이며 안타가워한다. 총체적 난관에 처한 몸의 아우성 미안한 마음으로 위로를 보내도 시원찮은 몸 그래, 누워서라도 운동을 시키자 용기를 못내는 몸을 마음이 찍어 눌렀다. 통증을 무릅쓰고 수술 다리를 올렸다 내렸다. 통깁스에 냉찜질팩까지 무겁기도 하지만 가느러진 허벅지가 버티느라 끙끙댄다. 수술하지 않은 우측 다리도 외목발 깽깽 걸음에 무릎이 많이 고생했다. 누..

[낙상사고 투병기 49] 통원치료 - 택시 타기의 설움, 왜 다리는 골절되어 가지고

카카오택시를 이용한 통원치료 자식의 시간을 뺏지 않으니 더 좋다. 차창 밖은 5월의 푸르름이다. 나이 들어 낙상사고를 당하니 자식들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제주에서 수원까지 배로, 자동차로 아들이 고생했다. 인천에서 첫 비행기로 내려와, 낙상장소의 차량를 찾고 강행군이었다. 수병원에서 검사하고 수술하는 것도 아들이 도왔다. X-ray, MRI를 찍고 판독하고, 비급여 항목 추가하는 것도 나의 정신은 수술 결과 제대로 걸을 수 있을까? 에 대한 불안감 뿐... 입원 중에는 코로라로 간병인 외에는 출입 금지 딸이 일용품을 사와도 아내가 로비로 가서 받아왔다. 퇴원일에서야 딸의 얼굴을 보고 딸의 차를 타고 퇴원했다. 1주일 후 첫 외래일을 아들이 와서 도왔다. 2차 통원치료는 딸의 차를 이용했다. 그리고..

[낙상사고 투병기 46] 점심 - 찐고구마도 혼자 먹지 못하는 안타까움

찐고구마와 찐계란, 토마토와 두유 고구마, 계란 껍질은 아내가 까준다. 왼손, 왼발 깁스의 외목발 집안 생활 한라산 낙상사고로 수원에서의 집안 생활 아내의 내조 없이는 생활 자체가 불가능 고구마를 까주는 아내의 손을 보고 생각에 잠긴다. 다리 절단과 손 절단 중 어느 것이 더 불행할까? 나는 당연히 이동의 자유가 없는 다리 절단이 더 불행할 것이라 짐작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 손 절단이 더 불행하다는 결론이다. 이 뉴스가 갑자기 뇌리에 스친다. 왼손, 왼발 깁스한 몸으로 혼자라면 찐고구마와 찐계란을 어떻게 먹을까? 찐고구마는 껍질을 벗기지 않은 채 먹어야 하고 찐계란은 껍질째 깨서 대충 먹어야 하겠지 아내의 손길이 고맙기 그지 없다. 먹고, 싸고, 자는 것은 생존의 문제이다. 한 손으로 먹어야 하는 ..

[낙상사고 투병기 45] 약난초 - 수술 후 한 달만에 약을 끊었다.

4월 한 달 약을 먹었다. 두 번째 외래 통원치료 시 약을 끊었다. 약이 없어도 견딜만 하니 다행이다. 20년 전 교통사고로 허리가 약해져 마사지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 때 배운 것이 양약보다 한약이 내 몸에 맞는다는 것이다. 그 후 양약을 먹지 않은 기간이 10년이 되었다. 그것이 깨진 것은 귀가 아파 이비인후과에 갔는데 엉겁결에 주사를 맞은 것이다. 그리고 약도 함께... 10년 공부 나무아미타불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 후 제주살이 중 갈비뼈에 금이 갔을 때, 발목 인대 아플 때 주사와 양약 ㅠㅠ 그러다가 이번의 낙상사고로 양약과 친해질 수 밖에 없었다. 4월 한 달, 엄청나게 많은 약을 먹고, 주사를 맞았다. 진통제, 염증제, 소화제, 변비약 .....등 다행이 큰 후유증 없이 통증이 점점 가라앉..

[낙상사고 투병기 21] 개톱날고사리 - 통깁스 뚜껑 만드는 톱날 소리

다리에 통깁스하고 뚜껑을 만든단다. 통깁스 자르는 톱날소리가 요란하다. 진료 때 뚜껑을 열어 치료받는다. 통깁스하러 처치실에 들어갔다. 좁아터진 처치실 간이침대에 눕기도 어설프다. 다리를 들고 통깁스하는데 아내가 보조를 해야한다. 원래 통깁스는 석고로 하여 무겁고 관리가 어려웠다. 그런데 요즘은 붕대를 두른 후 테이프를 감는 것으로 끝이다. 테이프가 굳으면 단단하게 되고 무게도 가벼운 편이다. 통깁스가 굳고 나서 뚜껑을 만들 부위를 펜으로 그렸다. 물리치료사가 자동 원형 톱을 들고 펜자국을 자른다. 에엥!!! 톱날소리가 요란하고 통깁스가 잘리는 모습에 시끕했다. 통깁스 무릎 아래 부분에 4각 뚜껑이 열렸다. 통깁스가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것이다. 병실로 올라오니 주치의가 뚜껑을 열고 치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