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고구마와 찐계란, 토마토와 두유
고구마, 계란 껍질은 아내가 까준다.
왼손, 왼발 깁스의 외목발 집안 생활
한라산 낙상사고로 수원에서의 집안 생활
아내의 내조 없이는 생활 자체가 불가능
고구마를 까주는 아내의 손을 보고 생각에 잠긴다.
다리 절단과 손 절단 중 어느 것이 더 불행할까?
나는 당연히 이동의 자유가 없는 다리 절단이 더 불행할 것이라 짐작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 손 절단이 더 불행하다는 결론이다.
이 뉴스가 갑자기 뇌리에 스친다.
왼손, 왼발 깁스한 몸으로
혼자라면 찐고구마와 찐계란을 어떻게 먹을까?
찐고구마는 껍질을 벗기지 않은 채 먹어야 하고
찐계란은 껍질째 깨서 대충 먹어야 하겠지
아내의 손길이 고맙기 그지 없다.
먹고, 싸고, 자는 것은 생존의 문제이다.
한 손으로 먹어야 하는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래 이동은 차후 문제, 우선 먹는 것이 앞서야 한다.
손과 다리를 수술하고 퇴원했을 때
아내가 화장실 비품을 정리해 놓았다.
한 손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치약은 뚜껑을 열어놓았고, 면도크림은 캡을 열어놓았다.
치솔도 캡을 없앴고, 보조스탭도 비치했다.
화장실 이용시 문을 열어놓도록 했다.
.
.
.
몇달 후 2개의 목발을 짚고 산책길을 걷는데 비가 내렸다.
어느 여성분, "선생님, 멀리 가시면 우산을 드릴까요?"
"고맙습니다. 집이 가까워서 괜찮아요." 라고 감사드렸다.
그러나 사실 집이 멀다. 1km 더 가야하니까
그리고 목발 잡은 손으로 우산은 쥘 수 없다.
그러고 보면 한 손으로 아내가 까준 찐고구마를 먹는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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