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살이/한라산 낙상사고

[낙상사고 투병기 46] 점심 - 찐고구마도 혼자 먹지 못하는 안타까움

풀잎피리 2022. 9. 2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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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고구마와 찐계란, 토마토와 두유

고구마, 계란 껍질은 아내가 까준다.

왼손, 왼발 깁스의 외목발 집안 생활

 

점심 메뉴 (2022-05-02)

 

한라산 낙상사고로 수원에서의 집안 생활

아내의 내조 없이는 생활 자체가 불가능

고구마를 까주는 아내의 손을 보고 생각에 잠긴다.

 

다리 절단과 손 절단 중 어느 것이 더 불행할까?

나는 당연히 이동의 자유가 없는 다리 절단이 더 불행할 것이라 짐작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 손 절단이 더 불행하다는 결론이다.

 

이 뉴스가 갑자기 뇌리에 스친다.

왼손, 왼발 깁스한 몸으로

혼자라면 찐고구마와 찐계란을 어떻게 먹을까?

 

찐고구마는 껍질을 벗기지 않은 채 먹어야 하고

찐계란은 껍질째 깨서 대충 먹어야 하겠지

아내의 손길이 고맙기 그지 없다.

 

먹고, 싸고, 자는 것은 생존의 문제이다.

한 손으로 먹어야 하는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래 이동은 차후 문제, 우선 먹는 것이 앞서야 한다.

 

손과 다리를 수술하고 퇴원했을 때

아내가 화장실 비품을 정리해 놓았다.

한 손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치약은 뚜껑을 열어놓았고, 면도크림은 캡을 열어놓았다.

치솔도 캡을 없앴고, 보조스탭도 비치했다.

화장실 이용시 문을 열어놓도록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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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후 2개의 목발을 짚고 산책길을 걷는데 비가 내렸다.

어느 여성분, "선생님, 멀리 가시면 우산을 드릴까요?"

"고맙습니다. 집이 가까워서 괜찮아요." 라고 감사드렸다.

 

그러나 사실 집이 멀다. 1km 더 가야하니까

그리고 목발 잡은 손으로 우산은 쥘 수 없다.

그러고 보면 한 손으로 아내가 까준 찐고구마를 먹는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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