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살이/한라산 낙상사고

[낙상사고 투병기 43] 섬공작공사리 - 물에 젖지 않은 잎을 닮고 싶구나

풀잎피리 2022. 9. 2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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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부위에 물기는 금물이다.

붕대로 싸맨 부위는 씻지 못한다.

싸맨 살갗이 섬공작고사리 잎이라면...

 

섬공작고사리 생태 / 절벽에서 날개를 펼친 공작새를 떠올리게 한다.

 

섬공작고사리 새순 / 빨간 새순은 홍학의 다리를 닮았다.

 

섬공작고사리 잎 / 방수기능이 있어 비에 젖지 않는다.

 

골절 수술하고 가장 고역이 씻지 못하는 것이다.

병원 입원 동안 거품티슈로 아내가 등과 팔을 닦아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이 갑갑해 근질거린다.

 

옆 환자는 효자손으로 등을 긁는다.

보기 안스러워 아내가 거품티슈를 주었다.

병실에 들어오면 땀냄새가 엉겨 특유의 냄새가 난다.

 

퇴원하고도 손과 다리에 깁스를 풀지 못하니 갑갑하다.

화장실 욕조 턱에 앉아 왼손과 왼발을 높이 들어야

아내가 반샤워를 시킬 수 있을 뿐이다.

 

침대생활하면서 몸을 씻는다는 기초 욕구도 충족 못하는 안타까움

왼팔과 왼다리를 커다란 비닐장갑으로 싸멘 후 샤워하는 상상

"내 몸이 섬공작고사리 잎이라면 샤워 걱정은 하지 않을 텐데" 하는 쓴웃음

 

낙상사고가 났던 절벽에도 섬공작고사리가 산다.

공작고사리의 속명은 Adiantum인데, 그리스어 a(부정)와 diantos(젖다)의 합성어이다.

공작고사리 종류의 잎은 방수기능이 있다는 뜻이다.

 

정말 방수기능이 있을까? 하면서

섬공작고사리 잎을 젖게 하고 살펴봤던 제주 계곡의 추억

낙상사고가 났던 제주 계곡을 그리워하는 이 아일러니....

 

침대생활에서 떠오르는 여러가지 생각들

때론 흐뭇함으로, 때론 우울함으로 불확실성을 안고 누워있는 얼굴에 

어떤 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떠났는지 나의 얼굴은 알 수 없는 추상화가 그려 있을 것이다.

 

 

깁스로 감싼 불쌍한 왼팔과 왼다리 / 깁스를 풀 때까지 몇개월 동안 씻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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