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살이/한라산 낙상사고

[낙상사고 투병기 42] 길 잃기 안내서 -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남는 법

풀잎피리 2022. 9. 2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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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갑자기 길을 잃었다.

수원에서 다리에 통깁스한 침대생활이라니

길 잃기로 되돌아 본 시간의 족적들

 

 

리베카 솔릿 "길 잃기 안내서" 표지

 

제주에서 읽은 책 "행복의 지도"

그 속에서 찾은 리베카 솔릿의 "길잃기 안내서" 글귀

수원의 도서관에서 길잃기 안내서를 대출받았다.

 

 

우리가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사랑의 장소, 범죄의 장소, 행복의 장소, 치명적 결정의 장소로는 돌아갈 수 있다.

장소야 말로 끝까지 남는 것이고,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이고, 불멸하는 것이다.

(길 잃기 안내서 p. 164)

 

낙상사고로 골절된 다리를 수술한 후로 모든 상황이 바꿨다.

한라산에 다시 오를 수 있을까 하는 불확실성

그리고 어떤 골절환자의 경우 소백산을 3년만에 올랐다고 하는데

 

그 때가 되면 제주살이는 끝나고, 나이도 많이 먹게 된다.

그러고 보니 지난 시절에 다녔던 장소들이야 말로  더 없이 귀한 추억이다.

보다 젊었을 때 멀고 힘든데 부터 여행한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소오대산, 삼청산, 백두산, 차마고도, 몽블랑, 리시리, 레븐섬...

라오스, 운남성, 구채구, 황룡, 캄보디아, 터어키, 이태리, 아프리카, 동유럽...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 괴산명산 35 ...

 

수술 다리로는 꿈도 꿀 수 없는 산과 여행지들

사진과 기억으로만 떠올리면서

그 시절로 되돌아가곤 한다.

 

 

무엇이든 중요한 사건이 벌어졌던 장소는 그 감정의 일부에 새겨 넣어진다.

모든 사랑에는 저마다의 풍경이 있다.

사실 장소는 그 부재로써 우리를 사로잡고, 장소에 대한 감각으로써 또다른 생명력을 얻고

기억을 공기처럼 감싼 분위기로 기능하고

강렬한 감정과 연결됨으로써 마음 속에서 그 기억과 감정으로 소환한다.

(길 잃기 안내서 p.166)

 

길 잃기가 만든 장소 / 낙상장소, 탈출경로, 수술장소, 재활장소

물건을 잃은 장소 / 레븐섬 카메라가방, 밀라노 휴대폰, 북해도 카드키

눈물 날 삶의 장소 / 성남, 수원, 인천,  서울, 청주, 제주

 

오줌보 터질뻔한 장소 / 이스탄불

수통 잃고 갈증 속에 오른 산 / 설악 안산

일몰 찍다 넘어져 얼굴 깨진 장소 / 수리산

 

산개나리 찍다 물에 빠진 장소 / 관악산

계곡에 빠져 시끕한 장소 / 백암산

계곡 곳곳 섭렵한 장소 / 설악산

 

내 삶에 흩어진 장소의 조각들은 기쁨, 열망, 사랑, 슬픔, 낙심 등의 감정으로

잠재의식 속에 잠들어 있다가 가끔은 튀어나와 그 감정 속으로 물들게 한다.

힘들게 재활 투쟁하는 2022년의 시간 속에서 더욱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힘을 내어 재활운동하고 걷게 되면 또 다른 자산의 시간이 올 것임을 믿는다.

현재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 리베카 솔릿의 "길 잃기 안내서"에서 얻은 감상이다.

힘을 내야 할 시간들, 불확성의 등불, 긍정...

 

 

투병기 / 수원에서 재활운동하며 보내는 시간의 카카오스토리 기록들

 

 

닿지 못한 장소 / 투병하는 침대생활을 위하여 아내가 아파트 산책길에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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