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목나무 꽃에서 연상하는 아내의 단추
새끼손가락 손톱 위의 힘줄연결수술 단추
수술병원 근처는 신혼 보금자리 추억
수술과 재활기간 동안 절대적으로 아내의 내조를 받았다.
아내는 한복을 만들어 내게 선물한 적이 있다.
그 한복의 앞섬을 마무리하는 단추를 동대문시장에 가서 사왔단다
회목나무는 특이하게 잎 위로 꽃대를 늘어뜨린다.
그리고 꽃은 단추를 닮은 모양이다.
회목나무 꽃을 보면 아내가 한복에 달아준 단추를 떠올린다.
제주 계곡에서 낙상사고로 왼쪽 새끼손가락이 탈구되면서 힘줄이 끊어졌다.
새끼손가락 힘줄연결 수술을 아주 어렵게 받았다.
그 수술 중 새끼손가락 위에 단추를 올리고 단추와 힘줄을 봉합사로 연결하는 과정도 있었다.
.
새끼손가락 붕대를 풀어 하루 한 번 드레싱을 받았다.
그 때마다 보는 새끼손가락 단추은 회목나무 꽃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내의 단추의 기억
그렇게 수술 후 입원실에서 누워 있는 시간
병원 위치를 검색하니 바로 38년전 신혼 보금자리의 근처였다.
그 때는 땅값도 쌌고 아파트도 기백만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천지개벽한 수원이다.
나 또한 은퇴 후 제주살이 중 낙상사고를 당했다.
내 삶 또한 천지개벽이다.
2주 넘게 입원 후 집으로 퇴원했다.
퇴원한 날(4/19)이 할머니 제사였고, 3일 후가 결혼 38주년이다.
그러나 침대에 누워있는 현실을 불확실성과 암담함이 짓누른다.
결혼기념일을 챙길 수 있는 여유도 없었다.
그 날 아내의 드레싱을 받으며 내 삶을 생각한다.
나이 들어서 가장 슬픈 것이 몸이라는데....
(2022-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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