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연습 30

[낙상사고 투병기 129] 위대한 걸음 - 목발 짚고 걷기 연습하는 자의 부러움

걷는 자의 직립 보행 부러운 시선의 산책길 평범함을 위대함으로 본다. 침대에 누워있을 때는 목발이라도 짚고 걸어보았으면 했다. 그런데 땀 흘리며 목발로 걷기연습 하다보니 산책길을 걷는 사람들이 제일 부럽다. 이런 간사한 마음을 갖는 것이 낙상자의 아픔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간사한 것일까? 어쩌면 생존의 기초적 욕구를 달리 표현함일지도 모르겠다. 목발 연습한 지 두 달이 되었다. 우시장천 산책길을 왕복하는 걷기 연습이 매일 이어진다. 왕복 2km를 처음 2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였다. 그러나 목발 짚기가 만만치 않은 재활이다. 걷기 연습할 때마다 통증과 아픔을 참아야 한다. 가다 쉬다 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본다. 잘도 걷는다. 자유롭게 걷는다. 즐겁게 걷는다. 저 모습이 나에겐 위대함으로 보인다. 저렇게..

[낙상사고 투병기 118] 걷기연습길의 고마움 - 생태길의 친절한 주민들

자전거 타는 어린이 강아지 유모차 미는 여인 한 마디 말에 힘을 얻는다. 수원 권선동의 우시장천 생태천 양쪽에 산책길이 있고 그 안쪽에 오솔길이 있다. 아파트 6개 단지 사이를 흐르고 있는데 각종 식물과 물에 사는 동물을 관찰할 수 있다. 그 생태길에서는 많은 어린이들이 동심을 키운다. 주말이면 부모와 함께 잠자리채나 곤충채집통을 가지고 곤충이나 물고기를 잡으며 놀고 있다. 그 모습을 보는 낙상자의 얼굴에도 미소가 어린다.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성향도 굉장히 친절하다. 아이들의 애들다운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깁스하고 목발 짚을 때도 아이들이 인사를 많이 받았다. 오늘은 아이들에게 두 번이나 인사를 받았다. 목발 짚으면 걷는데 "안녕하세요?" 꼬마 자전거 타면서 인사하며 지나가는 어린이 "그래" 하면..

[낙상사고 투병기 115] 거미줄 - 거미줄에 걸린 삶, 낙상사고를 당한 삶

거미줄에 걸린 삶 낙상사고를 당한 삶 알 수 없는 삶의 미래 삶의 반전은 모든 생물의 가능성일 것이다. 목발 짚고 걷기 연습길에서 거미줄에 걸린 삶을 본다. 낙상사고로 뜻밖을 삶을 살고 있는 나를 보는 것 같다. 스파이더맨은 거미줄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영웅적인 활동을 한다고 하나 대다수 곤충은 거미줄에 취약하다. 거미줄에 걸려 몸부림 치다가 체액을 빨린 후 말라버린 흔적에서 눈물겨운 삶의 애환을 유추해 본다. 재활이라는 어려운 시간을 보내며 살아났다는 안도감은 희미지해지고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곤 한다. 손바닥과 손목의 통증을 넘어서 몸의 여기저기에서 아우성이 꿈틀거린다. 그래도 참아야 한다. 거미줄을 모아 끈적이는 껌을 만들고 막대기 끝에 거미줄껌을 붙여 앉아있는 잠자리에게 살며시 다가가던 추억이 ..

[낙상사고 투병기 109] 파리매 - 송곳같은 빨대로 체액을 빨아먹는 곤충의 드라큘라

산책길의 파리매 한 마리 목발을 놓게 한 노려보는 눈동자 낙상자의 파리매 초접사의 희열 목발 짚고 걷는 고단한 재활의 길 하지만 우시장천이란 생태가 재활에 힘을 준다. 자연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오후 다섯시가 넘은 여름 날 땀을 흘리며 낑낑대는 길 파리매 한 마리가 보안등 위에 앉아있었다. 목발로 살금살금 다가갔는데도 움직이지 않는다. 목발을 땅에 놓고 핸드폰을 들었다. 멀리서 부터 찍으면서 넘 가까이 다가가다 획 날아가면 말짱 꽝이니 조금씩 다가갈 때 마다 셔터를 눌렸다. 그런데 아주 가까이 갔는데도 가만히 앉아있다. 그러다가 날아오르더니 다시 보안등 위 정 중앙에 앉는다. 또다시 움직이지 않는다. 숨을 죽이며 이 모습 저 모습, 그리고 동영상까지 갤러리에서 확대해본 후 앗싸 주먹을 쥐었다. 엄청 무서..

[낙상사고 투병기 107] 부처꽃과 금불초 - 부처님 보살피사, 내 다리 한라산으로

아파트 산책길, 목발 짚고 걷는 길 부처꽃과 금불초, 위 아래로 폈다. 부처님 보살피사, 내 다리 한라산으로 목발 짚고 걷기 연습하는 길 생태천이 가운데 흐르고 양쪽에 일반 산책길이 있다. 그리고 일반 산책길 안쪽에 오솔길이 있다. 오솔길로 살금 살금 목발을 짚고 가는 길 물가에 부처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키 작은 금불초도 산책길 곳곳에 보인다. 그런데 저기... 큰 키의 부처꽃 아래 작은 키의 금불초가 피어있다. 빨간 부처꽃, 노랑 금불초 순간 금불초 뒤의 광배로 부처꽃이 상상된다.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골절된 내 다리 부처님! 보살피사, 내 다리 한라산 오를 수 있게 목발 짚은 낙상자의 설음이 자연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면서 스스로 위로하는 시간이다. 목발 짚는 걷기 연습을 할수록 더 힘든 것은 왜..

[낙상사고 투병기 106] 재활도 삶의 시간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오늘은 미래의 과거 미래에 생각하는 오늘 그 오늘을 이렇게 보냈다. 재활의 시간은 어쩌면 꿈의 세계 같다. 시공간이 파괴된 쥐죽박죽의 혼란한 꿈 깨어나면 기억에서 아스라히 멀어진 흔적들 에디슨은 그 꿈을 잡았기에 발명왕이 되었다고 한다. 나의 이 꿈 같은 재활 시간에서 무엇을 얻어야 할까? 육체적 재활과 정신적 위로를 갈망하는 나 누군가의 일상적 생활이 나에겐 희망이다. 오늘을 특별하게 만드는 흔적들은 일상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 자세일 것이다. 자전타기 운동 3회 120분, 식탁의자팔굽혀펴기 1회 5분 대둔근 3회 15분, 고관절외전근 1회 5분, 대퇴사두근 1회 5분 오늘도 재활운동 빠짐없이 할려고 했다. 우시장천 산책길 목발 연습 왕복 1,8km 걷고 도서관에서 들러 투병기 올리며 앉아있기 연습했다...

[낙상사고 투병기 105] 걷기 연습 - 집에서 굴다리까지 한 번도 안 쉬고

목발 짚고 걷기 연습 기록 세우기 고통을 이기는 방법은 작은 목표 설정 오늘은 굴다리까지, 앗싸 1개의 목발을 짚을 때는 2개의 목발만 짚어도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2개의 목발을 짚고 첫 걸음 너무 쉬웠다. 그렇게 2개 목발로 걷기 연습을 시작했는데 점점 어려워지는 목발 짚은 일이었다. 손바닥이, 손목이 엄청 아프다. 다리 힘이 없어 체중을 목발에 주기 때문이다. 걷다가 손목, 손바닥 풀어주고, 다시 걷다가 쉬고 그렇게 조금씩 거리를 벌리며 땀을 흘렸다. 걷기연습하다가 굴다리 밑에서 쉬는 시간은 꿀맛이다. 다리 밑 도랑에서 쉬는 사람들을 보면 힐링이 된다. 오늘은 그 굴다리까지 집에서부터 한 번도 안 쉬고 걸었다. 앗싸, 300m를 쉬지 않고 걸은 기록이다. 다시 유턴하는데 까지 갔다가, 다시 굴다리..

[낙상사고 투병기 104] 메꽃 - 오리지날 나팔 소리, 힘을 얻는다.

구름 낀 시원한 걷기 연습길 오리지날 나팔 소리 들린다. 나팔수의 붉은 얼굴에 맺힌 땀방울 장맛철에 접어드니 비가 자주 내린다. 오늘도 아내와 함께 걷기연습이다. 목발도 이젠 익숙해질 만도 한데 아직은 어설프다. 요즘의 걷기연습은 우시장천 산책길 왕복 2.2km이다. 힘들어도 왕복하기로 마음 먹은 후 계속 연습한다. 1.1km를 가서 유턴하여 꺾어지는데 빨간 메꽃이 산책길 울타리에 피었다. 비를 맞아 꽃잎에 물방울이 맺혔다. 산책길을 바라보고 핀 메꽃 꼭 나에게 힘내라고 나팔을 부는 것 같다. 하도 힘차게 불어 붉은 얼굴에 땀방울을 흘리면서 내가 힘드니 식물에게 내 마음을 호소하게 된다. 어릴 때 메꽃의 뿌리를 캐서 밥을 할 때 쌀 위에 메꽃 뿌리를 얻고 익혀 먹기도 했다. 또 제사지낼 때는 "메"를 고..

[낙상사고 투병기 100] 잉어 구출 작전 - 아이들에게 목발을 빌려주었다

목발 짚고 가며 쉬는 굴다리 잉어가 돌에 막려 팔닥인다. 학생들의 도움 요정, 목발을 빌려주었다. 목발 연습하는 산책길 가운데는 우시장천이 흐른다. 생태천이 조성되어 각종 동식물이 자란다. 생태천 물웅덩이에는 잉어들이 자란다. 비가 많이 오면 웅덩이를 벗어나 아래로 떠내려오기도 한다. 목발 짚고 가다가 쉬는 굴다리 어렵사리 앉아 다리를 쉬려는데 눈에 들어오는 잉어의 팔닥이는 모습 앗! 저기 잉어다. 팔닥이다가 암석 사이로 들어갔다. 어린 학생들이 모여 안타까워한다. 아이들에게 목발을 빌려주었다. 목발로 잉어를 구하라고 발이 성하면 건너가서 잉어를 구할텐테 아이들이 목발을 들고 돌 사이로 잉어를 빼내려는데 구출이 쉽지 않다. 나중에는 아내까지 나섰지만 돌 사이의 모래를 퍼내 잉어가 나갈 수 있는 길을 터주..

[낙상사고 투병기 83] 휠체어 타고 외출 - 우시장천 걸음마 시작

52일 만에 휠체어 타고 외출 우시장천에서 목발로 걷기 연습을 하고 꽃도 보고, 점심도 먹고 휠체어를 자제했지만 2개 목발을 사용하게 되었기 수원시 권선구 보건소에서 휠체어를 빌렸다. 휠체어를 타고 우시장천에 닿았다. 지난 5월4일 집앞 10m 첫 외출을 한 지 52일 만이다. 그동한 한 달 반 이상을 통원치료 외에는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휠체어를 빌리자 마다 나온 것이다. 아파트 산책길인 우시장천은 생태천이다. 벤치에 앉아 간식으로 아이스크림도 먹고, 손톱도 깍았다. 2개 목발 짚고 산책길 100m를 걸었다. 벤치에서 점심으로 빵과 방울토마토를 먹었다. 생태천에서 개망초, 좀작살나무, 벌노랑이 꽃을 보고 냇물에서는 왕우렁이, 소금쟁이를 보았다. 모처럼 나온 산책길 외출은 침대생활의 갑갑함을 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