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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없는 녀석 - 찌르르 찌르르 누워도 그러네

[낙상사고 투병기 373] 꽃 피는 순간을 만난 후 돌아오는 길 산책길을 걸어 집에 오는데 무릎이 눈치도 없이 찌르르거린다. 친구들의 수원으로 온다는 걸 좀 더 가까운 망포역에 만자자고 했다. 2시간을 넘는 거리를 와준 친구들 오랜 만에 만났어도 어떤 얘기를 해도 어색하지 않고 함께 웃을 수 있는 동창 친구들 점심을 먹을 때나 커피를 마실 때나 흥겹다.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 함께 웃고 떠드는 시간이 우리들 삶의 최고점인 것이다. 오후 늦게 돌아오는 길에 무릎이 찌르르 찌르르 요란을 떤다. 바로 어제 수술병원과 바이 바이 했는데 눈치도 없이 손도 내리기 전에 무릎의 하소연하는 꼴이라니 갈 길 먼 재활자에게 가만히 앉아 있으란 말인가? 아파도 걸어야 하는 것이 재활인 것을 참고 참아야 하느리라... 그렇..

마지막 통원 진료 ㅡ 주치의 선생님 감사합니다.

[낙상사고 투병기 372] 수병원에서 마지막 통원 진료 주치의 선생님 감사합니다. 수병원 안녕! 수술 3회 (새끼손가락 힘줄연결 수술, 경비골 금속판고정 수술, 철심제거수술) 1차 입원 17일(2022년4월), 2차 입원 4일(2024년2월) 통원 진료 24회, 2년간 수병원을 오고간 기록이다. 이제 철심제거 후 실밥제거까지 마친 후 마지막 25차 통원진료일이다. 우선 수술했던 다리의 엑스레이를 찍었다. 다리의 실밥제거 자리는 보지도 않고 최종 촬영한 엑스레이 사진을 보면서 주치의의 주의사항을 들었다. "굳어진 모습 그대로 고정된다. 구멍은 메꿔지는데 2~3개월에서 6개월 걸린다. 오름을 오르는 건 괜찮지만 넘어지면 큰일난다." 6개월 동안 넘어지지 않고 잘 버티라는 말이다. 움직일 때는 조심 조심하라는..

빨강 트라우마 - 남자의 눈물

[낙상사고 투병기 371] 신호수 빨간 글씨 산호수 빨간 열매 낙상자 빨간 핏물 사당역으로 친구들 만나러 가는 날 모처럼 등산화를 신으니 쿠션덧신을 신은 듯 세류역 가는 발걸음이 가벼운 기분을 준다. 아파트 건설 현장의 위험 표시인 "신호수" 깃대를 든 사람들이 오고간다. 순간 빨간 글씨가 확대되며 끝없이 빠져든다. 신호수에서 산호수 글짜가 보이고 산호수 빨간 열매가 식나무 빨간 열매로 치환되며 낙상 순간의 빨간 핏물로 적셔진다. 세류역 계단 한 칸을 두 걸음으로 오르기도 힘들어 알미늄 지지대를 잡고 올라야 한다. 그러면서 떠올린 다리의 피눈물 펜치로 2개의 철침을 뽑아낸 다리에서 피가 흘러 진료실 바닥을 적셨던 핏물은 한라산 계곡을 적셨던 핏물을 닮았었다. 사당역 계단도 만만찮다. 수많은 사람들은 계단..

3살 아기 - 거실에서 걸음마

[낙상사고 투병기 370] 오전은 거실에서 아장아장 아기걸음 연습 오후는 도서관 계단 살금살금 오르는 연습 저녁은 짧은 보폭으로 조심조심 걷기 연습 다리의 실밥을 뽑고 나니 신발을 벗고 처음으로 맨발로 걷는 느낌이라면 딱이다. 무릎에서 다리로 전달되는 통증에 적응되지 않은 살이 아우성 친다. 오늘은 다리를 좀 쉬어줘야 하는 것이 오늘의 운세인 것 같다. 그래서 거실에서 아기 걸음마처럼 아장아장 걸었다. 웹소설 '오늘의 운세'를 보면서 귀신의 애교도 읽었다. 나이가 들어도 귀신에 홀린다는 얘기는 유쾌하지는 않다. 그 때 K의 전화를 받고는 내가 더 많은 말을 했다. 재활의 외로움과 안타까움이 만든 스트레스를 토했다. 그냥 입풀이라도 주절대니 속이 다 시원한 느낌이다. 그러다가 무심코 걷기 데이터를 열어보았..

실밥 뽑기 - 무장 해제된 다리의 어리둥절한 통증

[낙상사고 투병기 369] 철심제거수술 후 2주 만의 실밥 제거 반깁스, 롤붕대, 쿠션신발 탈출 무장 해제된 다리의 어리둥절한 통증 아침을 먹고 다리의 꿰맨 자리의 실밥을 세어보았다. 무릎 3군데 21개, 발목 2군데 8개, 총 29개였다. 처치실에서 29번이나 얼굴을 찡그려야한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는다. 우시장천을 걸어 가서 버스를 타고 수병원에 갔다. X-ray를 찍지 않고 아내와 함께 바로 진료실에 들어갔다. 다리를 살핀 후 예정대로 실밥을 뽑아도 된단다. 그 때 아내가 말한다. "처치실에 사람이 많아 한참 기다려야 돼요." 그러자 주치의는 작은 핀셋 가위로 실밥을 뽑는다. 따끔! 따끔! 눈을 찡그린다. 처음에는 실밥을 뜯어놓고, 처치실에 뽑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진료실에서 실밥을 뽑고 있는 것이..

통원 진료 - 꿰맨 자리 실밥 뽑기 전 최종 점검

[낙상사고 투병기 368] 택시가 아닌 시내버스를 탔다. 발목 꿰맨 자리가 퉁퉁 부었다. 비급여 롤붕대 처방을 일반 롤붕대로 바꿨다. 2월 26일 통원진료 후 바로 3월 2일 실밥 뽑는 줄 알았다. 그런데 2월 29일 통원진료 받으러 오란다. 추가 통원진료 없이도 실밥을 뽑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내버스를 타고 가니 택시보다 오히려 편하다. 택시에서는 뒷자리에 앉아 다리를 펼쳤으나 불편했다. 그러나 시내 버스는 공간 넓어 앉은 자리에서 편히 다리를 펼 수 있다. 진료에서는 예정대로 3월 2일 실밥을 뽑는단다. 냉각분사치료를 받으라는 처방에 굳이 냉각치료를 받아야 하나? 냉각분사치료는 아물지 않는 수술 부위에 냉찜질하는 역할을 한다. 그렌데 꿰맨 자리가 아물어 이틀 후 실밥을 뽑는 날이다. 냉각분사치료를..

할머니의 손주 교육 - "아파도 걸어야 하는 거야"

[낙상사고 투병기 367] "아파도 걸어야 하는 거야" "아빠도?" "응!" 앞질러간 재활자의 걸음이 어느 할머니의 손주 교육이 되었다. 철심 제거 수술 후 꿰맨 자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롱붕대로 허벅지부터 발까지 싸매고 바지 밖으로 반깁스를 채운 후 쿠션 덧신을 신고 걷기운동을 한다. 이런 무장 상태는 꿰맨 상처 부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또 한편으로 자전거 등 미리 조심해서 지나가라는 시그널의 열할도 한다. 그러면서도 조심 조심하는 걷기운동 행여나 부딪치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으로 걸으면서도 주위도 보고 가끔 뒤도 돌아본다. 조급한 재활자의 뇌리가 예민해진다. 앞에 할머니와 손주가 정답게 걷고 있다. 들리는 소리는 경상도 지리에 관해 손주에게 알려주는 것 같다. 걸음을 좀 빨리하여 앞질러 갔..

철새는 날아가고 - 하늘을 뒤덮은 철새야~ 떼거지로 어딜 그렇게 가느냐

[낙상사고 투병기 366] 벌건 석양이 마지막 정열을 쏟는 시간 수많은 철새들이 하늘을 난다. 천수만 가창오리 군무를 못본 아쉬움을 달랜다. 수원에서의 재활은 우시장천, 마중공원, 장다리천이 걷기에 좋다. 우시장천은 자주 걷는 코스이고, 마중공원과 장다리천은 드물게 걷는 코스이다. 오전에는 우시장천을 걷고, 점심 후에는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창가로 보이는 마중공원 방향의 저녁 놀이 물들어온다. 도서관에서 나와 마중공원을 향하며 저녁 걷기운동를 한다. 전날 빗물이 고여있어 노을이 반영된다. 마중공원에 다가가니 소나무숲 사이에 석양이 찬란하다. 급히 방향을 틀어 소나무숲을 벗어났다. 반쪽이 된 석양이 찬란하게 빛을 토한다. 석양을 본 흡족함으로 장다리천을 향하여 발길을 옮긴다. 그 때 하늘을 시꺼멓게 ..

영국난장이방귀버섯 - 다시 보니 반갑다. 영국 난장이야

[낙상사고 투병기 365] 자연은 내 친구 이름을 불러주고, 격려를 받는다. 그 매개체가 밴드의 격려로 이어졌다. 재활 목적으로 산책길을 의무적으로 걷는 것은 힘든 일이다. 재활 걷기운동 중에 눈을 돌려 호기심을 쏜다. 두리번거리면서 안테나를 세우며 걸으면 힘든 재활도 잠시 잊을 수 있다. 철심 제거수술을 앞두고는 불안감이 커져갔다. 수술 이틀전 수술할 다리를 위로하려고 온천 가는 길 먼지버섯 비슷한 아주 작은 버섯이 눈이 띄었다. 버섯 밴드에 "먼지버섯인가요?" 질문했다. 그랬더니 "영국난장이방귀버섯" 또는 "사람닮은방귀버섯"이란 댓글과 함께 귀한 버섯이니 다시 촬영하여 올려달라는 부탁이 있었다. 그래서 수술 전날 다시 버섯을 촬영하여 버섯밴드에 올렸다. 그리고 다음날 철심제거수술 및 입원을 했다. 3..

아들과 함께한 시간 - 오늘만 같아라

[낙상사고 투병기 364] 아들과 함께 한 시간 식단이 달라졌다. 젊은 세대로 좀 더 다가갔다. 아들은 인천에 살면서 직장에 다니고 있다. 인천에서 수원오는 길은 많이 막혀 낮에는 2~3시간도 보통이란다. 그래서 주로 새벽에 오고 간다. 철심제거 후 퇴원해서 휴일을 기해 모처럼 수원에 왔다. 딸도 와서 저녁을 먹고 새벽에 떠났다. 그래서 낮에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오전에는 우시장천 산책길 걷기운동을 하고 집에 와서 점심을 먹으러 밖으로 나갔다. 투썸플레이스에 들려 아들이 콜드 브루와 파니니를 주문했다. 콜드 브루와 피니니가 뭔지 검색을 해봐야 했다. 콜드 브루(cold brew)는 차가운 물로 커피방울을 떨어트려 만든단다. 아들은 태양초와 건조고추를 비유로 들어주니 바로 이해되었다. 콜드 브루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