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살이/한라산 낙상사고 379

[낙상사고 투병기 267] 제주수선화 - 일출을 기대하며 새벽같이 달렸으나

새벽길을 달리는데 추워 히타를 켰다. 바다에 깔린 구름이 일출을 막았다. 손이 시려 셔터가 잘 눌러지지 않았다. 재활운동 중 처음으로 제주수선화 일출 버전을 찍으러 달렸다. 다리도 시원찮은데 일출까지 챙기는 못말리는 낙상자 자동차 안이 너무 추워 수술 손가락이 아려 히타를 켰다. 바닷가에서 절룩이며 수선화를 찾는다. 제주수선화를 발견하고 여명을 담는다. 야생화와 눈높이를 맞추려니 자세를 낮춰야 한다. 그러나 무릎을 구부릴 수 없어 아예 발을 뻗고 옆으로 누워야 한다. 새벽의 찬 공기가 바닥에서 올라온다. 입에서 나오는 입김이 안경을 흐리게 한다. 너무 추우니 핸폰의 터치가 잘 되는 않는다. 이래 저래 새벽에 개고생이다. 몇번을 반복하니 겨우 셔터가 눌러진다. 디카라면 춥다고 셔터가 눌러지지 않을텐데 디카..

[낙상사고 투병기 266] 광대나물 - 광대의 연기에서 재활을 생각하다.

누가 광대를 하찮게 보리? 여러 삶을 녹이는 그 연기의 위대함을 꽃 풍경을 찍으려는 낙상자의 무릎 고통을 일부러 걷기연습을 하는 것은 지루한 시간이다. 특히, 자주 찾는 동네 숲길은 풍경도 단순해진다. 그러다 보니 생각이 많아진다. 2월은 풀꽃들이 화사하게 꽃잎을 여는 시기이다. 마침 광대나물 꽃이 붉게 피어났다. 아픈 푸릎을 구부리고 범섬을 배경으로 작은 꽃을 담는다. 꽃의 생김새가 사람의 얼굴처럼 보이고 이리 저리 방향을 바꿔보면 다른 얼굴이 보인다. 광대들이 연기를 하는 듯해서 광대나물이라 이름지어졌다. 재활이란 고통의 시간도 어쩌면 내 삶의 연기를 하는 시간 같다. 평소에 잘 걸어서 한라산에도 여러번 올랐다. 하지만 낙상사고 후 절룩이며 걷기연습을 하고 있다. 걷기연습, 헬스장 다리운동 모두 고된..

[낙상사고 투병기 265] 변산바람꽃 - 왕이메오름 분화구와 둘레길을 걷다.

왕이라 꿇지는 않았는데 상산 터널이 아픈 무릎에 진통을 준다. 그렇다고 변산 아씨를 탓하지 말자. 봄이 가까워져서 꽃소식이 들려오는데 재활운동으로 꽃을 찾을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변산 아씨는 보고 싶었다. 처음으로 꽃을 찾아 왕이메오름으로 향했다. 둘레길을 조금 걷다가 오름 방향으로 올라 분화구로 내려갔다. 여기까지는 재활 덕분에 괜찮았다. 그러나 변산바람꽃을 보고싶은 마음이 급해 직진하는 방향으로 다가가니 상산 나무 터널이 나타났다. 허리를 구부리고 무릎을 굽혀 조금씩 전진했다. 나무 터널은 더욱 낮아지고 좁아졌다. 뒤로 후퇴하기는 온 거리가 아깝다. 구부러지지 않은 무릎의 하소연을 무시하고 계속 전진하는 낙상자의 꽃의 대한 집념 진땀을 흘리며 겨우 통과하니 몸이 아우성이다. 이렇게 하여 변산바람꽃을..

[낙상사고 투병기 264] 집안에 갇힐 뻔 - 토요일에 연결된 전화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지 않는다. 급히 검색하여 가까운 수리점에 전화를 했다. 토요일인데 다행히 연결되었다. 올레 7코스 걷기연습 2만4천보를 하고 집에 돌아와서 낙상후 처음으로 쓰레기를 버리려고 현관문을 열려고 하였으나 열리지 않는다. 밧테리가 다 달아 그런가 하고 교체했으나 역시 열리지 않는다. 며칠간 문의 낌새가 이상하더니 고장이 난 것이다. 하필이면 토요일이라 수리가 안 될지도 모르는데 급히 핸폰으로 서귀포 지역 열쇠수리점을 검색하여 전화를 걸었는데 다행히 통화가 되었고 1시간 후 수리하러 온단다. 만약 쓰레기를 버리려고 하지 않았다면 저녁의 헬스 운동도 못하고, 일요일이라 수리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집안에 갇힐 뻔한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수리기사가 와서 밖에서 강제로 자물쇠를 파쇄하고 ..

[한라산 낙상사고 263] 범섬이 보이는 풍경 - 법환포구에서 외돌개까지 왕복

법환포구에서 외돌개까지 올레길 왕복 범섬 풍경을 보면서 참고 참는 재활운동 걸음을 배운다는 심정으로 통증을 제어한다. 이번에는 올레길 걷기이다. 풍경이 좋다는 법환포구에서 외돌개까지 왕복했다. 올레 7코스의 핵심 코스이다. 걷는 내내 범섬 풍경을 다채롭게 보았다. 걷기의 목적은 재활이지만 걸으며 보는 것 또한 부목적이다. 사람들의 일상이 풍경으로 잡히고 평범한 일상을 부러움으로 보는 재활자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유인들이다. 외돌개까지 갈 때는 그런대로 걸었지만 되돌아오는 왕복길은 역시나 만만찮다. 통증을 참으며, 흐느적거리는 다리에 위로를 던져야 한다. 2만보라는 데이터에 흐뭇함이 있는 반면 걸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주는 스트레스를 벗어나기 힘들다. 스스로 최면을 걸어 즐겁게 걷는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

[한라산 낙상사고 262] 이승악 - 사라오름과 성널오름 전망이 짱이다.

오를까 말까 고민하다 이왕지자 계단길을 찬찬히, 그 결과 대박 사라오름과 성널오름 전망이 짱이다. 오늘의 걷기연습은 신례리 생태탐방로 2코스이다. 서성로에서 숲길을 걷다가 제주 4.3 수악주둔소에 들렸다가 다시 숲길을 올랐다.. 이승악 앞에서 고민을 했다. 오름을 오르지 않아도 1만 걸음을 넘어가니 적당히 돌아서 가면 편하다. 그러나 정상에서 전망을 보고싶었다. 그래, 계단을 올라가 보자. 급경사 계단을 헉헉 오른다. 전망대에 올라가니 멋진 전망이 펼쳐졌다. 한라산을 구름에 가렸지만 사라오름과 성널오름이 멋지게 보인다. 정말 이승악을 올라오기 잘했다. 다른 사람들도 전망에 반해 좋아한다. 이런 맛에 오름을 오르는 것이다. 원점회귀 코스가 싫어 다른 코스로 주차된 곳을 향했다. 애기동백꽃이 줄줄이 사탕이다..

[한라산 낙상사고 261] 선돌길, 효명사길 - 험한 길을 가며 단련하다

선돌 기도처에 살금살금 오르고 효명사 등산길을 천천히 올라 다리의 유연성을 높이는 1만5천보 걷기운동의 다변화를 꾀하는 요즘 오늘은 특별히 선돌선원과 계곡의 험한 길을 택했다. 다리의 유연성과 균형성을 높이기 위한 재활길이다. 선덕사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운 후 걷기시작했다. 선덕사를 지나 털털거리는 자동차길을 걷고 선돌선원에서 선돌 기도처로 올라가는 험한 길을 살금살금 올라갔다. 선돌 아래 기도처에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재활운동 열심히 하니 보통 사람이 되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발길을 돌려 다시 선돌선원에서 자동차길로 하산했다. 선덕사에 못미쳐 효명사로 향했다. 산길을 가고 계곡물을 건너 효명사 뒤 산길을 올랐다. 어둑한 산길에 희미한 길, 계곡물이 있는데 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은 더욱 어둡다. 주..

[한라산 낙상사고 260] 서귀포치유의숲 - 조그만 배낭도 등이 아프다.

야자 매트가 깔린 산길에 아직 눈이 남았고 시오름 전망대에서 한라산 조망이 좋았으며 숨비소리 숲길은 고통의 재활이다. 재활운동으로 걷기 다양화로 이번에는 서귀포치유의숲이다. 서귀포치유의숲은 산책길로 좋아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서귀포시에서 운영하는데, 사전에 인터넷에서 예약을 해야 한다. 치유의숲 정문을 통하지 않고, 시오름 입구에서 바로 진입했다. 조그만 배낭에 물과 간식을 넣고 간편 차림이다. 시오름 전망대에서 한라산 전망을 보니 마음 속까지 시원하다. 치유의숲 가장 외곽길로 최대한 크게 돌았다. 숨비소리 숲길은 동절기에 폐쇄되었는데 그 길을 걸었다.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길도 희미하고, 가랑잎이 많아 조심해야 했다. 재활자로서는 가장 악조건의 산책로이다. 조그만 배낭도 어깨를 짓눌러 힘이 많이 든다..

[한라산 낙상사고 259] 고살리탐방로 - 조심조심 엉금엉금 살금살금

나무 종류가 많은 고살리탐방길 기암괴석과 웅장한 풍경 조심조심 엉금엉금 살금살금 세계자연유산인 효돈천이 흐르는 고살리탐방길 제주살이 전에 제주꽃탐사 왔을 때 들렸던 곳 제주살이 중 수없이 왔었는데 재활의 걸음을 걸으러 다시 찾았다. 기암괴석과 웅장한 풍경을 자랑하는 고살리탐방길은 상록수림이 빽빽히 들어섰고 그 사이 길이 있다. 희귀한 나무들도 많아 심심찮은 재활길이다. '속괴'에서 길을 벗어나 물가로 다가갔다. 푸른 하늘이 물이 비쳐 인상적이다. 그 반영을 찍으려면 수면 가까이 가야한다. 울퉁불퉁한 바위를 지나 큰 바위를 잡고 밑으로 내려갔다. 그야말로 엉금엉금 기다시피 살금살금 다가 갔다. 다리의 유연성을 키우려면 이런 경험도 많이 해야 한다. 조심조심해서라도 평탄한 길을 벗어나 불편한 길도 연습해야 ..

[한라산 낙상사고 258] 소를 몰고 다녔던 길 - 엉또폭포~악근천 트레킹

용흥마을 주민들이 소 몰고 다니던 길 매트길, 흙길, 콘크리트길, 과수원길 등 걷기 운동에 변화를 주는 재활의 길 서울에는 소의 귀를 닮은 바위가 있는 우이령길이 있는데 서귀포에는 용흥마을 주민들이 소를 몰고 다녔다는 악근천길이 있다. 악근천 옆으로 엉또폭포까지 3.2km 숲길이다. 엉또폭포 주차장에 주차한 후 엉또폭포에서 일주동로(1136)의 용흥교까지 왕복 6.4km 걸으며 겨울의 상록수림을 보았다. 단조로운 월드컵경기장의 트랙을 벗어나 오름이나 숲길을 걸으며 재활과 꽃탐사를 겸하는 일거양득의 걷기이다. 꽃을 찾다가 낙상사고를 당하고 재활을 하면서 꽃을 찾으며 힐링하는 아이러니한 현재의 삶이다. 그러나 재활의 난관과 어려움을 식물을 향한 호기심으로 조금이라도 덜어냈다면 다행 중 다행이 아닐까.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