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 29

[낙상사고 투병기 79] 2개 목발 연습 - 목발 패드는 겨드랑이에 닿지 않는다.

1개의 목발로 깨금발을 뛰다가 2개의 목발로 사뿐사뿐(?) ㅎㅎ 이동의 자유가 한결 나아졌다. 통원치료시 외목발로 잘 걷지 못해 병원의 휠체어를 이용한다. 휠체어를 타고 진료 후 주차장에서 휠체어에서 내려 경비실 벽에 몸을 기댄 후 1개 목발로 균형을 잡고 택시를 기다린다. 그 때 2개의 목발을 짚고 성큼성큼 통원치료하러 가는 사람이 보인다. 아~ 나는 언제 2개의 목발을 짚고 저렇게 걸을 수 있을까? 부러움 마음을 안고 내가 짚고 있는 외목발을 내려다보았다. 몸의 붕대도 떼었고, 왼손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드디어 2개의 목발을 사용할 수 있다. 낙상 후 77일차가 되어서야 목발 연습이다. 우선 목발 사용법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퇴원할 때 알려준 목발 사용 제1원칙 목발 패드는 겨드랑이에 닿지 않..

[낙상사고 투병기 78] 서있기 연습 - 퉁퉁 부은 발등이 고구마 색깔이다.

직립 보행은 인간과 동물의 구분이다. 그 기본적인 서있기가 관건이다. 퉁퉁 부은 발등이 고구마 색깔로 변하며 아우성이다. 침대생활을 벗어나는 길은 걸음이다. 그런데 걸음의 전제조건이 혼자 설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낙상사고 경비골 골절 환자에게 그 서있기가 정말 힘들다. 이제 다리의 붕대를 풀고 목발 2개를 사용하며 걸음마 연습을 하여야 한다. 발바닥의 딛기 연습부터 해야 한다. 잘짝만 딛어도 다리의 통증이 아우성이다. 2개 목발로 살짝 터치만 하고 시작한다. 목발 잡은 시간 외에는 침대에서 무단히 연습한다. 발바닥의 감촉을 점차 늘리고 조심씩 딛는 힘을 늘리고 침대 모서리에 앉아서도 발에 힘을 준다. 발등이 부으며 벌겋게 변한다. 다시 침대에 누워 발을 가슴보다 높이 든다. 부기가 가라앉고 고구마 색..

[낙상사고 투병기 77] 속단(續斷) - 골진이 나오기 시작했다.

오름 투어로 제주를 누비던 다리가 야생화 투어 중 낙상사고로 부러졌다. 뼈 좀 빨리 붙게 해줘라, 속단아! 제주살이 중 제주의 오름 368개를 모두 오르고 싶었다. 그러나 한라산국립공원 내나 사유지는 접근이 어렵다. 그래서 오를 수 있는 오름은 약 300여개이다. 2022년 3월 29일까지 223개를 오르고 2022년 4월 1일 낙상사고로 다리가 골절되었다. 오름 투어길이 어이없이 막혀버린 것이다. 유명한 오름을 먼저 모두 오르면 나중에 시답잖은 오름만의 지루한 투어가 예상되어 유명오름과 비추천오름을 섞어가며 올랐다. 그런데 뜻밖의 낙상사고로 난관에 부딛힌 꼴이다. 제주에 가면 내년에 오름 투어한다는 나의 말에 주치의는 손사레를 쳤다. 유명한 오름을 많이 남겨놓았었는데 ㅠㅠ 이럴 줄 알았으면 유명한 오름..

[낙상사고 투병기 76] 샤워 - 낙상사고 후 77일 만에 혼자 샤워했다.

붕대와 거즈로부터의 해방 두 달 반만에 처음으로 혼자 샤워했다. 아내에게 칭찬도 받고, 덜 미안했다. 혼자 몸을 씻는다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삶의 행위이다. 두 달 반 동안 스스로 씻지 못한 안타까움 침대생활의 괴로움 중 어쩌면 최대의 불편함이다. 드디에 붕대와 거즈로부터 해방된 이틀 후 용기를 내어 욕실의 턱에 앉아 혼자 샤워를 했다. 내 스스로 내 몸에 물을 뿌렸다. 샤워물이 온 몸으로 흐른다. 피부가 느끼는 시원함을 넘어 지난 두 달 반 동안의 불편했던 씻음의 기억이 떠오른다. 병원에서 아내가 닦아준 거품티슈 퇴원 후 깁스한 팔과 다리를 높이 들고 아내가 거품티슈로, 나중에는 샤워기로 씻어주었다. 그렇게 아내가 고생하는 것을 보고 혼자 샤워라도 했으며 얼마나 좋을까? 혼자 샤워하는 기쁨과 행복을 언..

[낙상사고 투병기 75] 붕대 해방 - 다리의 핀 뺀 자리 붕대를 떼었다.

손발의 붕대가 사라졌다. 수술한 다리에 처음으로 샤워물을 댔다. 이제부터는 새로운 재활의 시간이다. 다리의 핀 뺀 자리 진료 때문에 이틀만에 통원치료 3일이 지난 후 붕대는 풀어도 되는데 물에 담그지 말고 샤워는 괜찮다고 한다. 5일이 지난 오늘, 핀 뺀 자리에 붙어있던 붕대를 풀었다. 핀 뺀 자리는 거머리가 문 것 처럼 벌겋게 보였다. 살갗은 껍질과 소독약에 엉겨 덕지덕지 껌이 되었다. 붕대가 없어진 다리의 모습이 짠하다. 근육이 빠진 허벅지는 두 손아귀에 잡힌다. 붕대를 없앤 시원함과 다리의 처참한 모습이 눈에 새겨진다. 수술한 다리에 샤워기를 갖다대었다. 샤워기가 뿜어대는 물을 맞는 다리 오랫만에 다리의 웃는 모습을 본다. 침대에 누워 다리를 올렸다. 다리야, 시원하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재활을 ..

[낙상사고 투병기 74] 꽁보리밥 - 입안에 굴러다니는 밥알이 전하는 얘기

"아! 맛있다. 방귀 뀌겠네!" 양치질 하다가 "아! 방귀 나왔다" "밤새 많이 뀔 걸! 배도 푹 꺼지고." 저녁 메뉴는 꽁보리밥이었다. 꽁보리밥은 순전히 보리쌀로만 지은 밥이다. 보리알이 굵어 물에 불려 밥을 해야 한다. 아내가 지은 꽁보리밥 외출하고 온 탓에 배도 출출하고 열무김치를 넣고 비벼 맛나게 먹었다. 옛날에는 쌀밥보다 보리밥이 주식이었다. 보리밥을 해서 큰 그릇에 담아 장독대에 얹어 놓아 식혔고 식은 보리밥도 배불리 먹지 못하던 시절 이젠 꽁보리밥이 건강식이라 불리며 별미로 먹고 있는 현실이다. 성남에서 자주 찾았던 약진로의 꽁보리밥집은 아파트로 변했다. 밥알이 입안에서 굴러다니는 시간 옛 생각이 절로 파노라마로 뜬다. 아내와 함께 방귀 얘기로 웃었다 꽁보리밥을 먹으면 왜 방귀가 자주 나올까..

[낙상사고 투병기 73] 달팽이 - 미나리 줄기에 붙어 측은지심 발동

침대생활은 밖의 그리움 미나리를 함께 따라온 민달팽이 아내의 측은지심에 풀 속으로 침대생활을 하는 낙상 환자 날씨는 벌써 녹음의 계절이다. 아내가 들려주는 밖의 얘기들 밖의 그리움이 호기심을 발동하는 시간 미나리를 뜯어와 다듬던 아내가 급히 내게로 왔다. 미나리 줄기에 벌레가 붙어있었다. 자세히 보니 민달팽이였다. 응! 달팽이가 우리집까지 왔네 순간, 패닉의 달팽이 노래가 떠올랐다. 달팽이 노래가 유행하던 1990년대 후반 그 때의 5년은 나의 인생 최악의 저점이었다. 이적의 가사가 좋아 흥얼거리며 그 시절을 보냈다. 그런데 침대생활이라는 패닉 상태에서 아내가 보여준 달팽이 한 마리가 속삭이는 듯 하다. 바다를 건너 제주의 품안으로 돌아갈 꿈을 꾸라고 은퇴 후 다행이도 꿈같은 제주살이였는데 낙상사고로 6..

[낙상사고 투병기 72] 손가락의 눈물 - 영구 장애 어떡 하니?

내 몸을 찢은 최초의 수술 칼 기어이 내 삶에 흔적을 남기는구나 장애라는 이름으로 통증과 함께 통원치료 8차 다리의 핀을 뺀 것 때문에 이틀만에 다시 수술병원을 찾았다. 잘 아물고 있으니 3일 후 붕대 풀고 씻데, 담구지는 말라고 한다. 이번에는 손 진료 손가락 끝이 접히지 않아 궁금했었다. 그런데 청천벽력의 소리가 들린다. 새끼손가락 끝마디 신경이 죽어 장애가 남는단다. 그래서 나중에 실비보험 장애진단서를 끊어준다고 ㅠㅠ 눈 앞이 아득하니 힘이 죽 빠진다. 침울 모드로 아득함에 빠지는 시간 주마등처럼 시간의 굴곡이 눈앞에 스친다. 새끼손가락에 얽힌 사연들이... 서귀포에서 통기타 수업 후 이튿날 낙상사고가 났다. 통기타에서는 왼손가락은 코드를 잡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제 통기타 코드를 잡을 수 없게..

[낙상사고 투병기 71] 손샤워 - 한 스텝 위의 행복을 찾아서

손에 붕대가 사라진 이튿날 수도꼭지에서 쏟아지는 물로 손샤워를 했다. 손의 일상화를 실감한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손씻기는 중요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손을 씻는 일상이다. 그러나 한손에 깁스한 침대생활에서는... 새끼손가락 수술로 왼손과 팔에 반깁스 고양이 세수처럼 얼굴도 한손으로 간신히 씻었다. 그러다가 통원치료 7차, 새끼손가락 단추를 뗐다. 붕대가 사라진 손을 수도꼭지 밑에 대었다. 쏟아지는 물줄기의 쾌감을 온몸의 전율로 느낀다. 한 참의 손샤워에 흐뭇한 시간 두 손으로 세수를 했다. 왼손 새끼손가락이 잘 펴지지 않아 어색한 행동이지만 두 손으로 물을 받아 얼굴을 씻는다. 두 손으로 세수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이고 축복인지 낙상사고 후 재활과정에서 절실히 느꼈다. 건강한 사람들은 대부분 모..

[낙상사고 투병기 70] 새끼손가락 손톱 단추 제거 - 손에 붕대를 없애다.

새끼손가락 손톱의 봉합사가 연결된 단추 수술 최후의 흔적을 제거했다. 왼손이 붕대에 해방된 날이다. 통원치료 7차는 홀가분한 기분이다. 다리의 핀을 뽑고, 손톱의 단추를 떼었다. 수술의 잔유물을 치우는 시원한 날이다. 단추를 핀셋으로 떼는데 따금한 정도였다. 단추에 달린 봉합사가 손톱을 뚫어서 부위가 껄끄럽다. 희한하게 손톱도 자라지 않았다. 사람은 죽은 직후에도 손톱은 자란다는데 수술할 때 봉합사가 연결된 손톱이 자라지 않다니 손톱도 많이 아팠나보다. 손톱의 단추로 떼니 손에서 붕대가 사라졌다. 왼손을 보는 시선에 감회가 어린다. 이젠 잘 씻어주어주고 재활의 힘을 쏟아야겠다. (2022-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