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 29

[낙상사고 투병기 69] 다리의 피눈물 - 피가 철철, 진료실 바닥으로

수술의 마지막 단계로 핀을 뽑았다. 수술 다리가 피눈물을 흘린다. 피눈물은 다리를 지나 진료실 바닥을 적신다. 경비골 모두 골절되었는데 경골 만 수술받고, 비골은 비수술이었다. 골절 부위가 무릎 바로 아래이기 때문에 수술시 애를 먹었다. 경골의 부러진 곳을 이어주는 금속판을 대고 나사로 조이는 수술이었는데 수술한 후 살갗에는 핀이 2개 돌출되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매일 드레싱을 했고 퇴원시에는 통깁스 위에 뚜껑의 달아 통원치료시마다 핀 주위를 드레싱했다. 낙상사고 후 68일째, 통원치료 7차 진료실에서 주치의가 핀을 뽑겠다고 펜치를 들었다. 순식간에 핀 2개를 쑥! 쑥! 뽑았다. 뽑혀진 두 곳에서 피가 솓구쳤다. 그리고 다리를 타고 흐른다. 빨간 두 줄기의 피흔적이 다리가 피눈물을 흘리는 것 같았다. ..

[낙상사고 투병기 68] 통원치료 7차 - 대기번호 31, 기다림 1시간 30분의 병원 풍경

사람들이 모이는 곳 대부분 비슷한 심정일 것이지만 그 차이야말로 천양지차다. 수병원은 언제나 그렇듯 사람들로 붐빈다. 골절환자들, 보호자, 간병인들 등 비좁은 로비와 복도는 시장 골목을 방불케 한다. 특히나 정형외과이니 목발을 짚거나 휠체어를 탄 환자. 깁스 부위를 보면 무슨 수술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골절환자도 이렇게나 많구나. 다치게 된 사연이 이 환자 수 만큼이나 다양하겠지. 골절의 대부분은 저전거타기, 낙상사고, 스키, 공사판이다. 대기 넘버 31을 받고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 양장을 입고 손가방을 든 어느 젊은 여인의 손붕대를 보았다. 어쩌다가 손을 다쳤길래 정형외과에 온 것일까? 손가락 수술로 휘어진 내 손가락을 보며 궁금증이 생긴다. 그런데 우연히 사연이 들린다. "뾰족구두에 유리가 박혀 ..

[낙상사고 투병기 67] 대전현충현 - 아내 혼자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왔다.

아내가 부모님께 드릴 꽃다발을 사왔다. 대전현충원에 다녀온 아내의 말 "마음이 편하게 깨끗하네요." 현충일에 가까웠으나 갈 수 없는 침대생활 아내가 대전현충원에 다녀온다고 꽃다발을 사왔다. 침대에 누워있는 미안함, 아내에 대한 고마움 수원에서 대전현충원 가는 길이 만만찮다. 더구나 수원터미널에서 대전 가는 버스 노선도 코로나로 감축되어 4번으로 줄었다. 집에서 수원터미널까지 버스 수원터미털에서 대전 유성까지 시외버스 유성에서 현충원역까지 버스로 간 후 대전현충원역에서 셔틀버스로 현충원에 가는 것이다. 아내의 부모님 인사에 총 11시간이 걸렸다. 집에 온 아내의 얼굴에 피곤이 덕지덕지 그래도 아내의 웃음을 짓는다. 다녀오니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말한다. 부부로 산다는 것, 고맙고 애잔한 마음이다. 아내가 찍..

[낙상사고 투병기 66] 지방선거 투표 - 장애인 투표지원제도 활용

다리 골절 침대생활인데 투표는 뭐 그러다가 선거일 오후, 그래도 투표해야지 장애인 투표지원제도를 이용하여 간신히 기권은 면했다. 6월1일 초여름의 문은 열렸지만 다리 골절로 침대생활하는 신세이니 봄날은 가고 여름이 와도 시무룩이다. 지방선거일이라고 뉴스에서는 호들갑을 떤다. 오후가 되자 기권한다는 게 왠지 찜찜한 마음이다. 그래서 동주민자치센터에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장애인 투표지원 제도를 모르고 있다. 다시 선관위에 전화를 해서 장애인 투표지원을 예약했다. 거소투표 신고를 못했더니 참 복잡하다. 선거 시작 전 거소신고를 하면 선관위에서 투표용지를 집으로 배달하여 준다. 그런데 거소투표기간을 경과한 이튿날에야 겨우 생각났었다. 중증의 장애인이라도 선관위에 사전에 거소신고를 하지 않으면 선거일에 직접 투..

[낙상사고 투병기 65] 손가락 초음파 검사 - 새끼손가락이 이상하다.

주치의 얼굴이 밝지 않다. 새끼손가락 초음파 검사를 하고 오란다. 초음파 화면에 의아심이 뻗는다. 통원치료는 늘 병주고 약주는 식이다. 다리의 핀은 조만간 뽑겠다는 좋은 소식 그러나 새끼손가락 초음파 검사라니 ㅠㅠ 초음파실에 가서 손가락을 펼쳤다. 화면에 보이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기사도 아무 말도 안 한다. 새끼손가락 초음파 사진을 자세히 살피는 주치의 둘째 마디의 힘줄이 떡이 됐단다. 장애라는 말은 하지 않지만, 재활이 힘들 것이란 뜻이다. 손톱의 단추도 아직 떼지 않았고 손가락의 붕대도 풀지 않은 상태여서 적극적 재활운동을 하기도 어려운데 ㅠㅠ 갈수록 태산이랄까? 새끼손가락! 왜 이리 애태우니? 제주의 새끼노루귀는 귀엽기만 한데

[낙상사고 투병기 64] 호랑나비애벌레 전용(前庠) - 두 달 만에 발을 씻다

두 달 만에 발을 씻었다. 물에 담궈 불리니 허옇다. 허물을 벗는 벌레처럼... 수술한 다리로 계속되는 침대생활 언제 일어나 걷게 될까? 봄날의 나른함이 엄습하는 시간 반깁스를 푼 발이 며칠 간의 적응이 지났기 발을 씻는다 하니 아내가 재활용 쓰레기장에서 김치냉장고 통을 주어왔다. 그 통에 뜨거운 물을 붓고 발을 담궜다. 시간이 흐르자 발이 불어 물이 뿌여졌다. 뜨거운 물이 식어 다시 뜨거운 물을 부었다. 불은 발은 허옇게 곰팡이 슬은 것처럼 올라왔다. 문득, 제주 산양곶자왈에서 본 호랑나비애벌레가 떠올랐다. 입구에서 2.5km 곶자왈에 들어가야 볼 수 있는 호랑나비애벌레 누가 훼손하지는 않는지 몇 번을 2.5km 곶자왈 길을 왕복했다. 두 다리가 성할 때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데 이제 ..

[낙상사고 투병기 63] 카스 방문자수 폭증 - 어느 미친놈 때문에 속터지네

수 백에서 수 천 도저히 믿기 어렵다. 투병기의 위로일까? 안 됐음일까? 그 속의 미친놈 때문에 헐! 제주살이 3년 반만에 인생 급반전 낙상사고가 만든 뜻밖의 침대생활 장난감은 오직 핸드폰 뿐 제주의 야생화와 양치식물이 올라가던 카카오스토리에 낙상사고 관련하여 그 날 그 날의 투병기를 올리는데 어느 날 갑자기 방문자 수가 폭증했다. 수 백에서 수 천으로 뛰다니?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사실일 테니까 표시됐겠지. 문득, 21년 전 미국의 911테러 당시 내가 매입한 풋옵션이 개장 순간 10배나 껑충 뛴 화면을 보고 그 2배를 예상했던 마음에 던져진 놀람과 흥분의 시간이 뇌리에 스친다. 이 급증한 방문자수는 위로든, 안타까움이든, 예방차원이든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의 움직임이든... 내..

[낙상사고 투병기 62] 서양민들레 - 번식노력에서 재활의지를 배운다.

서양민들레는 번식노력이 매우 높다고 한다. 나는 재활에 에너지를 높여야 한다. 민들레 씨앗처럼 비상을 꿈꾸면서... 침대에 누워있는 봄날 밖은 봄꽃이 많이 피겠지 봄바람 살랑살랑 밖이 그리운 시간 침대에서라도 재활운동을 한다. 아주 천천히 다리를 올렸다 내렸다 몇번 하니 허벅지의 통증이 찔러온다. 문득, 민들레의 번식노력을 떠올렸다. 제주에서 보았던 책 "이끼와 함께(Gethering Moss)" '번식노력'은 유성생식에 얼마나 열의가 있는지 측정하는 지수이다. "초원에 핀 서양민들레는 노랑꽃이 가장 많은 질량을 차지하고 그 다음으로 솜털 같은 씨앗의 질량이 크기 때문에 번식노력 지수가 매우 높다." (p.123) 우리 토종 민들레는 봄에만 꽃을 피우는데 비해 서양민들레는 봄에서 가을까지 꽃을 피우며 토..

[낙상사고 투병기 61] 반깁스(SLS) 해체 - 붕대를 푼 발이 숨을 쉬다.

낙상사고 후 54일 째 발이 붕대에서 해방되었다. 덕지덕지 퉁퉁부은 발이 숨을 내 쉬었다. 통원치료 5차는 슬픔과 기쁨의 진료 새끼손가락에 보조대 끼우는 안타까움이 있었으나 반깁스(SLS)를 해체하고 다리에 붕대만 감고, 발을 노출시켰다. 반깁스한지 1주일 만에 해체 뜻밖에 노출된 발이 춤을 춘다. 발이 공기를 느끼는 택시 속에서 5월의 녹음은 짙어지고 있다. 집에 와서 침대에 앉아 두 발을 비교했다. 수술한 발은 퉁퉁부어 고구마색이고 각질이 덕지덕지 좌측 발을 우측 발 같이 만들려면 얼마나 걸릴까? 욕조의 턱에 걸터앉아 두발에 샤워기를 댔다. 낙상사고 후 54일 만에 물이 양발에 닿았다. 부은 발이 너무 아파 씻지는 못해도 샤워물이 뿌려지기만 해도 얼마나 좋은가 침대에 누워 발을 올리고 먹는 아이스크림..

[낙상사고 투병기 60] 배신의 손가락 - 보조기(dynamic spline)를 차다.

"손가락 운동을 덜 했군요." "보조기(dynamic spline)를 찹시다." 핸폰을 장난감으로 너무 오래 ㅠㅠ 통원치료 5차는 "기쁜 소식, 나쁜 소식" 수술한 다리는 붙기 시작했다는 기쁜 소식인데 새끼손가락은 운동이 덜 되었단다. ㅠㅠ 손가락과 다리가 모두 수술을 받았기에 아무래도 다리에 더 치중한 것도 있고. 그리고 누워있으니 핸드폰을 더 많이 본 것도 사실이다. 손가락 둘째마디가 굽어있는 데 안쪽의 실밥자국이 깊게 있어 잘 펴지지 않고 손톱의 단추도 실밥에 연결되어 있어 움직이면 통증이 심했다. 이래 저래 소극적 운동이 되었기 강제로 손가락을 펴는 기구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보조기를 차니 너무 아프다. 10분 정도 사용하면 통증이 극에 달해 진땀이 나온다. 새끼손가락 수술 후 재활,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