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살이/한라산 낙상사고 379

[낙상사고 투병기 148] 문병 - 멀리서 찾아준 친구들

목발 짚고 멀리 갈 수 없는 낙상자 찾아준 친구들과 산책길을 함께 걷고 갈비탕과 카페라떼의 즐거운 시간 수술병원 입원할 때는 코로나로 가족 면회도 금지되었다. 퇴원해서 오랜 침대생활 후 목발 짚게 되어도 이동의 자유가 없으니 보고싶은 사람들도 만나지 못했다. 추석을 지나 목발로 2km 정도 걷게 된 때 친구들이 찾아와 우시장천 산책길을 함께 걸었다. 갈비탕을 먹고, 카페라떼의 향기를 맡았다.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움과 사고의 경위의 안타까움 안전사고의 경각심과 건강에 대한 염려를 공유했다. 그리고 어떠한 처지라도 긍정을 찾자는 마음도 은퇴 후의 삶이란 화려한 것이 아니라 잔잔한 것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삶의 얘기를 공유하는 것 아픈 것은 위로해주고, 기쁜 것은 즐거워해주는 것 평소에 해보지 않은 것을 경험..

[낙상사고 투병기 147] 꽃비수리 - 실없는 넋두리라도 상상하는 재미

비수리는 자양강장제의 효과로 야관문(夜關門)이라고도 부른다. 그렇다면 꽃비수리는 꽃이 옵션으로 붙었으니 더 화려한 밤을 그리는가? 평소보다 많이 걸어 힘든 목발 재활자의 실없는 넋두리 목발 짚기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걷기운동 2km 정도 걸을 수 있으니 제한적이지만 동네 정도를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친구들이 문병을 온다기에 목발 연습 끝 지점에서 동네의 식당 탐방을 하였다. 이사온 후에도 제주살이를 계속하였기 동네를 모르기 때문이다. 버스정류장 부근의 식당을 돌아보고 조금 멀리 있는 음식골목으로 가려고 대로의 횡단보도를 건너 힘겹게 목발을 짚었다. 평소 산책길만 걷다가 일반 도로의 인도를 걸으니 옆에는 차들이 질주하고, 횡단보도 건널 때는 마음도 조마조마 산책길보다 험한 길을 가니 무릎의 통증도 더..

[낙상사고 투병기 146] 재활 슬럼프 - 통원치료 낙심 여파는 추석연휴를 관통했다.

추석 명절 내내 몸 상태 엉망 엊저녁에야 겨우 추스림 재활운동은 인내가 필요하다. 지난 통원진료 엑스레이 사진에서 기대에 못미친 결과 의사의 전해준 말에 낙담한 후 기분이 다운되었다. 그 슬럼프가 4일이 지나서야 겨우 떨쳐냈다. 당장 시급한 재활운동인데 마음이 없어지니 무기력이 증폭되었다. 그러다 보니 몸이 무겁고 통증은 심해졌다. 목발의 뻐근함이 더없이 힘든 걷기운동이다. 용기가 안 나고, 긍정의 요소를 찾을 수 없다. 슬럼프, 이렇게 무섭구나 마음을 바꾸려해도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재활이고 뭐고 그냥 쉬고 싶기만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쉴 수도 없는 절박함 몸을 끌다싶이 밖에 나오곤 했다. 하루의 재활 일정을 소화해야지 하지만 마음뿐 속도는 늘여지고, 벤취만 커보인다. 평소보다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

[낙상사고 투병기 145] 축대 위 철책 사이의 꽃 - 야생화를 보는 마음

야생화 촬영은 눈맞춤이 기본인데 목발 짚은 상태에서는 어불성설 축대 위에 펴서 철책 사이로 인증 나에게 야생화는 생활의 힘이다. 야생화는 힐링이요, 긍정의 에너지이다. 목발을 짚는 고통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우시장천이라는 생태천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매일 힘들게 목발 짚고 걷기 연습하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하고, 눈길을 끄는 야생화 그렇게 생활 속에 나를 점령하고 나의 존재 이유를 부각시키는 자연의 힘 끌림의 세계의 행복이자 미소이다. 재활의 아픔을 환희로 전환시키는 요소 낙상사고의 재활자가 찾아야 하는 자세이다 재활운동하는 나에게 야생화는 그런 존재이다. 야생화를 아름답게 보는 방법은 눈높이다. 서로를 평등하게 바라보며 사귈 수 있는 사이처럼 야생화 촬영도 때론 포복이 자세도 필요한 것이다. 축대 아..

[낙상사고 투병기 144] 추석 - 아들이 절하는 것을 바라만 보다

낙상자가 맞는 첫 명절 추석 무릎을 굽힐 수 없으니 절을 할 수 없다. 평생 이런 적은 없었는데 올해의 추석은 양력으로 9월10일이라니 여름 한더위가 지난지 며칠 되었다구 목발을 짚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모처럼 아이들이 왔지만 함께 식탁에 오래 앉아있을 수도 없고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이 많다. 추석상 차리는 것도 못한다. 겨우 놓는 자리 지정해주는 정도다. 나는 옆에 의자에 앉았다. 딸이 술을 따르고 아들이 받아 추석상에 올리고 아들 혼자 절을 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조상님께 죄송스럽고, 아내에 미안하다. 아이들이 커피를 테이크아웃해 왔고 나는 커피를 못마시니 에이드(ade)로 사왔다. 침대에 누운 낙상자의 현실이여 통원치료 후 몰아친 슬럼프 무기력함이 통증과 함께 나를 찌른다. 혼자만..

[낙상사고 투병기 143] 부엉이 찾기 - 낙상자의 추억 더듬기

갈 곳 없는 낙상자 추억을 더듬으며 걷기 연습 부엉이 세 마리가 반겨주네 재활운동의 따분함은 재활의 고통도 있지만 갈 곳이 제한된 답답함도 많다. 그래서 추억을 회상하는 정도가 평소보다 엄청 많은 편이다. 여름 내내 땀흘리고 고생한 덕분에 가을을 맞았지만 여전히 우시장천 목발 연습이 계속된다. 오늘도 점심을 먹고 도란도란교를 유턴하고 오는 길이다. 산책길 옆 회양목이 열매를 맺었다. 부엉이가 있나 살펴보니 세 마리가 보인다. 회양목 열매가 익어 벌어지면 그 모양이 흡사 부엉이를 닮았다. 10여년 전 여름, 야생의 회양목 열매를 보기 위해서 삼복더위에 관악산을 오르며 회양목을 찾았다. 땀이 안경알을 적시고, 셔츠를 무겁게 하는 날씨 거리에서라도 회양목을 봤으면 됐지 야생이 뭐라고 이 개고생을 하고있는 걸까..

[낙상사고 투병기 142] 키버들 - 목발 짚고 나무를 찾다

우시장천 간판에서 이름을 본 키버들 목발 짚고 우시장천을 오가며 눈을 부라렸다. 나무 뿌리가 노출된 오솔길에서 간신히 찾았다. 목발 짚기 연습은 고되고 힘들다. 그래도 목발이라도 있으니 제한적이지만 이동의 자유가 있다. 그러다보니 산책길 이외의 물가의 생태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 우시장천에 세워둔 안내 간판에서 키버들이 자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추석 전날, 목발을 짚고 키버들을 찾아나섰다. 버드나무 앞에서 검색을 해보았다. 키버들 사진을 보니 잎이 마주나고 잎자루가 거의 없었다. 그러니 일단 패스, 키 큰 버드나무들은 잎이 어긋난다. 키를 만들었다는 키버들은 크기가 2∼3m로 작고, 잎이 마주난다. 우시장천 폰드를 돌아 되돌아오는 길은 소로를 택했다. 버드나무가 잎이 촘촘하게 보여 징검다리를 건너..

[낙상사고 투병기 141] 통원치료 16차 - 주치의 말 한마디에 울고 웃네

목발 걷기, 택시 타기, 목발 걷기 통원진료는 헛물 켜고 걷기연습은 힘만 드네 통원치료 갈 때 집에서 부터 택시를 타지 않고 1km 걷기연습한 후 택시를 탔다. 집에 올 때도 똑같이 했다. 재활운동을 열심히 했기에 내심 기대를 했다. 그런데 골진이 잘 안 나오는 것 같고, 비골이 잘 붙지 않았단다. 이게 왠 퉁딴지 같은 소리던가? 지난 번에는 골진이 잘 나온다고 했는데 기대가 컸던 탓인지 맥이 탁 풀린다. 주치의 한 마디가 환자의 기쁨과 슬픔을 만드는 것이다. 돌아 올 때도 걷기연습길 입구에서 내렸다.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며 힘을 내려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도 목발 짚기가 힘이 들까? 통원치료에서 기대에 못미친 여파일까? 며칠 후, 추석 명절 동안에도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이 즈음에 본 캐나다된장풀처럼 "..

[낙상사고 투병기 140] 석벽 그림자 - 골절된 경비골, 찢어진 마음

오후의 햇빛이 갈라진 석벽에 만든 그림자 내 다리요, 내 마음이다. 목발 짚고 걷기 연습하는 길 삼복더위를 견디고도 쉽지는 않다. 그래도 해야하는 재활길이다.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뚜벅 뚜벅 목발을 짚는다. 아파트 석벽에 나무 그림자가 짙다 나의 걷는 모습이 석벽에 투영된다. 선명한 그림자가 나에게 말한다. "이게 진정한 당신의 모습일세" 돌의 모양대로 틈새를 이은 석벽 엑스레이 사진으로 보는 경비골이 골절된 모습이자 갈갈이 찢어진 내 마음의 표현 같다. 한참을 서서 그 모습을 본다. 나의 낙상사고 영화를 보는 착각이 들 정도로 5개월의 여정이 파노라마를 그린다. 나의 처지를 석벽 텍스처에 보여주는 그림자는 석벽을 지나면 키다리 나라도 데려가 준다. 변화무쌍한 그림자의 행동이다. 그림자는 아프지도 않고 ..

[낙상사고 투병기 139] 생태천의 아이들 - 할머니의 손주 사랑, 킥보드 타는 어린이

킥보드 타고 달려오던 어린이 목발 짚은 나를 보고 우회한다. 그리고 다가와 인사했다. 목발로 걷기 연습하는 길 생태가 살아 있는 길 손주 사랑 소리가 들리는 길 우시장천 목발 연습길은 정(情)이 넘친다. 친절하고 상냥한 사람들이 힘을 준다. 인사하는 소리, 들려오는 소리 사람이 사는 모습은 다양하다. 아파트에서 옆집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지만 걷기 연습길에서 보고 느끼는 삶이 새롭다. 멀리 물가에서 아기를 안고 있는 할머니 물고기와 대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 옛날의 나의 아기 시절에도 저런 시간이 있었나? "한 마리, 두 마리 이리 와라, 물고기야 우리 얘기, 보여 줘라." 가는 걸음 멈추고 목발을 옆에 끼고 사진을 찍은 후 들었던 소리를 사진 속에 글씨로 써 넣었다. 너무나 소중한 말이기에 잊지 않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