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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는 낙상자
추억을 더듬으며 걷기 연습
부엉이 세 마리가 반겨주네
재활운동의 따분함은 재활의 고통도 있지만
갈 곳이 제한된 답답함도 많다.
그래서 추억을 회상하는 정도가 평소보다 엄청 많은 편이다.
여름 내내 땀흘리고 고생한 덕분에 가을을 맞았지만
여전히 우시장천 목발 연습이 계속된다.
오늘도 점심을 먹고 도란도란교를 유턴하고 오는 길이다.
산책길 옆 회양목이 열매를 맺었다.
부엉이가 있나 살펴보니 세 마리가 보인다.
회양목 열매가 익어 벌어지면 그 모양이 흡사 부엉이를 닮았다.
10여년 전 여름, 야생의 회양목 열매를 보기 위해서
삼복더위에 관악산을 오르며 회양목을 찾았다.
땀이 안경알을 적시고, 셔츠를 무겁게 하는 날씨
거리에서라도 회양목을 봤으면 됐지
야생이 뭐라고 이 개고생을 하고있는 걸까?
그 이유는 아마도 야생화를 좋아해서겠지
인간의 보살핌이라는 도움을 받지 않고
산이나 들에서 스스로의 인내로 꽃을 피워내는
야생화의 맛을 제대로 느끼고자 하는 열정
그 화려했던 보다 젊었던 시절의 열정을
이제는 낙상사고 후 재활의 시간에 쏟아부어야 한다.
안타까움이 찾아내는 지난 시간의 흔적들도 들추면서...
아프리카 여행시 소뿔로 만든 부엉이 두 마리를 샀다.
제주살이 하면서 여러 곳에서 인증샷을 찍었다.
그 중 산벌른내에서 찍은 부엉이 샷이 최고였다.
(202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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