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직선의 안타까움
해소의 몸부림도 물거품
엎친데 덮친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메모란 글씨에 한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이 대세인 요즘의 메모는
폰카 사진의 정밀성과 정확함을 무기로 최강자로 떠올랐다.
최신폰으로 무장하고 기대에 찬 풍경을 그리며 17일간의 몽골여행은
디카와 삼각대를 가져갔지만 주로 꽃을 찍을 예정이고
일상의 소소함과 풍경은 폰카를 사용할 작정이었다.
몽골의 칭기즈칸 공항에 도착하여 동고비를 향하여 출발했다.
처음 보는 몽골 풍경에 눈은 휘둥그러지고
초원길의 신비함을 담고 담으며 연신 폰카를 눌렀다.
점심을 먹고 몽골 유심으로 교체하고 인터넷을 연결했다.
그리고 몽골여행 궤적을 그리려고 내비게이션을 켰다.
초원길의 풀들이 사라지며 누런 벌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모래사막을 그렸던 눈이 삭막한 자갈밭 같은 모습에 놀라기도 잠시
사막에 설치된 차강소브라가의 숙소에 도착했다.
저녁을 먹고 핸드폰을 보는데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껐다가 켜면 괜찮이지겠지 하면서 전원을 끄고 다시 켰다.
그러나 pin 번호를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유심번호, 비밀번호 등을 눌러도 잘못됐다는 메시지와 재입력 시간이 따블로 늘어났다.
5분, 10분, 20분, 40분, 80분... 따블로 늘어나는 재입력 시간이다.
아침에 다시 입력해도 오류메시지가 뜨고 24시간 후 재입력하란다.
할 수 없이 아내의 핸드폰을 빌려 일상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3일은 내 휴대폰 먹통으로 아내의 휴대폰에 일상 사진이 담겼다.
3일 후 저녁, 아내가 달려왔다.
내 휴대폰의 pin 번호를 기억해냈던 것이다.
그래서 다시 정상의 여행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몽골여행 12일차 아내가 울란바토르에서 휴대폰을 분실했다.
그렇게 되어 나의 3일의 기록과 아내의 기록이 사라졌다.
아내가 나에게 자랑하던 사진과
팀원을 찍어준 사진이 어어없게 날아갔다.
모든 게 담긴 핸드폰을 잃는다는 것은 삶의 허탈이다.
1. 차강소브라가
(2024.06.26 ~ 06.27)
고비사막에서 보는 일몰은 장관이었다.
이튿날 차강소브라가 협곡으로 달렸다.
아침해가 협곡을 붉게 만들었다.
몽골의 그랜드캐년이라는 협곡은 장관을 연출했다.
이 장관의 모습은 다행히 디카를 촬영하였기 건졌다.
삼각대를 설치하고 셀카를 찍는 쇼까지 펼쳤다.
2. 엉긴사원
(2024.06.27 ~ 06.28)
고비사막을 탈출하는데 하루가 걸렸다.
고비사막의 들머리이자 말머리인 엉긴사원에 닿았다.
오아시스처럼 나무가 있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도착할 즈음 비가 내렸다.
사막에 비가 오기는 10년 경력 가이드도 처음이란다.
비를 내기게 하는 손님들이 왔다고 숙소 직원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엉긴사원이 내려다보이는 산에 올라 일출 사진을 찍고
아침 산책으로 뒷동산에 올라 야생화를 보았다.
고비사막을 탈출하는 풍경은 핸드폰과 함께 사라졌다.
3. 하르호링
(2024.06.28~ 06.29)
고비사막의 출입구 엉긴사원에서 몽골의 옛 수도 하르호링으로 달렸다.
초원길을 넘어 고속도로(왕복 2차 포장)에 닿아 게르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비가 내려 고인 물에 반영을 넣고 촬영하는 등 기쁜 시간을 보냈다.
하르호링 숙소에서 1박 한 후 몰골의 옛 수도에 있는 카라코룸 사원에 갔다.
가이드보다 팀원의 설명이 돋보인 사원 관람이었다.
티벳불교의 신비함이 몽골로 이어졌단다.
천국에서는 좋다는 말이 없고
지옥에서는 나쁘다는 말이 없으나
인간 세상에서는 사람의 선택에 달렸단다.
좋고 나쁘다의 판단을 하는 인간
긍정적 해석이 좋다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아내의 핸드폰 분실에 따른 3일이라는 시간이 소멸된 것은 좋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안타깝게도 어제의 반영 풍경과 사원 풍경 및 사원 내의 야생화를 촬영은 전부 핸드폰이었다.
결국 하르호링에서는 한 장의 사진도 없다.
여행 마지막날 이브 저녁 가이드가 엽서 10장을 선물했는데 그중 하나가 하르호링이었다.
4. 청헤르온천
(2024.06.30 ~ 07.01)
여행 4일 차 청헤르온천에 있는 숙소에 짐을 풀었다.
야생화 계곡에 가서 야생화를 보면서 첫 번째로 환호했다.
숙소에 와서 야외온천에 몸을 담갔다.
몽고의 하늘을 보면서 물에 몸을 담그는 감회가 남달랐다.
황토바람이 날리는 고비사막을 탈출하여 왔기에 더욱 그렇다.
인증샷을 찍는 등 모처럼의 느긋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불통된 핸드폰의 비밀열쇠를 풀었다.
족쇄에서 탈출한 기쁨보다도 더한 흥분의 시간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야외 온천물에 몸을 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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