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초원에 남긴 발자국은
17일간의 여정이 박힌 빨간 선을 그렸다.
삶은 소풍이듯 여행은 한 순간의 반짝이는 궤적이다.
아들이 대학 봉사활동으로 다녀왔던 몽골
한 번은 꼭 몽골 하늘을 보라는 아들의 말을 듣고
20년의 세월이 흘러서야 몽골에 닿았다.
은퇴 후 제주살이 중 낙상사고 현장에서
다시 태어난 아기의 걸음마로 몽골에 남긴 발자국
그 흔적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삶의 희로애락이 촘촘히 박혔다.
가도가도 끝없이 펼쳐진 몽골의 삭막한 풍경
여행팀 리더의 몰상식한 행동으로 점철된 파장들
내 핸드폰 잠김과 아내의 핸드폰 분실이 낳은 안타까운 시간들
분홍바늘꽃 군락을 보고 느낀 황홀함과 탄성
제주 오름을 닮은 분화구에서 피뿌리풀을 재현한 흥분
여행은 별거없다는 글을 음미하는 게르의 안락한 휴식
나의 시각으로 이미지를 만드는 기쁨으로
탐욕의 껍질을 벗기고 알맹이를 뽑아
추억으로 갈무리한 몽골여행은 나에게 선물하는 시간이었다.
1. 몽골여행 사진
2. 몽골여행 궤적
울란바트로 공항에서 고비사막으로 달렸다.
중간에서 점심을 먹은 후 몽골의 유심으로 교체하고
인터넷을 연결하여 내비게이션을 열었다.
고비사막에서 저녁을 먹고 핸드폰을 만지다가
번호를 잘못 입력하여 핸드폰이 잠겼다.
그리고 3일간 핸드폰 없이 보낸 시간의 궤적에 직선길이 표시되었다.
핸드폰이 잠긴 기간에 아내의 핸드폰을 빌려 사진을 담았다.
3일 후 간신이 유심번호를 기억하여 핸드폰을 살렸다.
그런데 울란바트로에서 아내의 핸드폰을 도난당했다.
그래서 아내의 핸드폰에 담긴 3일의 흔적도 사라졌다.
마치 40년전 신혼여행에서 부산 용두산공원부터
을숙도 갈대 숲까지의 시간이 담긴 필름이 헛돈 것처럼 말이다.
훕스골은 몽골 여행객의 로망이다.
3박을 하면서 호수의 아름다움과 분홍바늘꽃의 황홀을 맛보았다.
배를 타고 바위섬에 도달했고 몽고 고사리를 처음 보았다.
상상했던 훕스골은 기대 이상의 풍경이었다.
그러나 꽃의 기대는 여행 시기와 맞지 않았다.
아내와 함께 걸었던 해변길 같은 호숫길이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징기스칸의 흔적을 찾고
야생마의 기질을 닮은 호수에서 텐트를 치고
은하수를 촬영하는 밤의 시간을 가졌다.
궤적을 확대하면 선명한 시간이 되돌아온다.
어디서 무엇을 보았는지
머물며 짓밟은 시간에 무엇이 담겼는지 말이다.
제주의 지하 동굴 1km의 궤적은 그려지지 않았는데
하늘길의 궤적은 그려질까 하는 호기심에서
귀국 비행 도중 비행기모드에서 내비게이션을 켰다.
귀국 이튿날 아들과 함께 대전현충원에 가서 부모님께 인사드렸다.
돌아오는 중 지하와 하늘의 내비게이션 궤적에 대해 아들이 알려주었다.
누군가는 T맵을 비행 중 켜서 뻑났다는 말을 듣고 웃었다.
아들이 오후 휴가를 내어 인천공항에서 픽업했다.
수원으로 가는 자동차에서 몽골여행의 20년 전후를 얘기했다.
집에 거의 다 와서 아들은 작은 쇼핑백을 엄마에게 내밀었다.
쇼핑백 속에는 갤럭시 S24 신품이 담겨있었다.
집에 도착해서 유심을 구입하고 핸드폰을 연결했다.
머리 고기와 순대전골을 먹으며 소주를 마시는 늦은 저녁이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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