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살이/한라산 낙상사고

늦반딧불이 - 힘든 재활 과정에서 발견한 빛의 유영

풀잎피리 2023. 12. 3.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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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상사고 투병기 324] 

 

소나기 훼방에 늦게서야 시작한 걷기 운동
축축한 밤의 숲길에 늦반딧불이가 그리는 빛줄기가 춤을 춘다.
풀벌레들의 화음까지 곁들려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을 탄다.
 

늦반딧불이 수컷

 

늦반딧불이 유영 (동영상)

 


감기몸살의 여파가 잦아들었지만
아예 하루를 쉬며 아침과 점심에 감기약을 먹었다.
오후에라도 나가려는데 소나기가 내린다.
 
오후 4시가 넘어서야 집을 나섰다.
고근산 산책길에서 1만보를 채워야 한다.
고근산 입구에 도착하니 날이 괜찮다.
 
그래서 우산도 없이 걷기운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중간 쯤 가니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소나기가 쏟아진다.
비를 홀딱 맞으며 간신히 공중화장실로 몸을 피했다.
 
잠시 후 비가 잦아들어 자동차 주차된 곳으로 가서 우산을 챙겼다.
다시 오르는 고근산 계단 길은 젖어있고, 나무들은 비를 맞아 검은 기둥이다.
날은 어두워져 산책로 가로등에 불이 들어왔다.
 
하지만 4천보를 더 걸어야 한다.
스틱을 잡고 조심스럽게 오른다.
땀을 비오듯 흘리며 정상에 도착했다.
 
한라산은 보이지 않고 서귀포 시내도 불빛 몇개만 보인다.
분화구를 한 바퀴 돌았을 때 빛을 그리는 반딧불이를 보았다.
혹시나 하고 또 한바퀴를 도는데 반딧불이의 유영이 몇개 보였다.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으면서 잠시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풀벌레 소리 속에서 빛줄기를 낚아채 반딧불이를 잠시 잡았다.
손안에서 빛을 발하는 반딧불이
 
빨리 걷기운동을 마치고 집에 가서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반딧불이의 신비함에 빠진 낙상자
다시 반바퀴를 더 돌며 반딧불이가 그리는 불빛에서 낭만을 떠올린다.
 
어린 시절, 그리고 남한산성에서 보았던 반딧불이 
제주살이 하면서 청수곶자왈 반딧불이 축제도 가지 않았는데
 동네 뒷산에서 재활 중 우연히 조우한 반딧불이
 
예상하지 않은 뜻밖의 만남이 더 반갑듯이
오늘의 인연은 반딧불이 보여준 환한 빛줄기였다.
밤이 되어 힘든 걷기운동에 한줄기 긍정의 끈은 희망이다.
 
집에 와 웹검색을 해보니 
가을 기운이 나기 시작하는 9월에 출현하는 늦반딧불이였다.
날개가 없어 땅에서 빛을 발하는 암컷에게 날아가는 수컷 늦반딧불이
 
6월에 습지에서 나타나는 애반딧불이의 깜박거리는 불빛과 달리
늦반딧불이는 지속적으로 빛을 내며 나는 종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검은 도화지에 움직이는 화가의 붓길처럼
 
(2023-09-17)


걷기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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