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기 375

등산화 - 버려진 신발에서 개구리발톱이 꽃을 피웠다.

[낙상사고 투병기 288] 누군가의 발을 감싸 보호하던 신발 버려지고도 꽃에게 헌신한다. 신발아~ 수고가 많구나 재활을 하면서 봄을 맞는 마음 1년 전의 낙상사고 때와는 판이한 풍경 인식의 변화가 준 시선이다. 누군가는 멀쩡한 등산화를 버렸다. 버려진 신발에 뿌리내린 개구리발톱이 꽃을 피웠다. 신발의 변신은 재활과 닮았다. 제주살이 하면서 주로 산을 찾다보니 등산화가 쉽게 훼손된다. 돌이 많은 숲길, 오름길을 많이 간 탓이다. 가시가 달린 나무가 얽힌 숲 속도 많이 다녔다. 그리고 비가 자주 오다보니 등산화가 젖은 상태가 잦다. 그러니 새로 산 등산화도 바로 헌 것이 된다. 나는 원래 신발을 아껴 신는 편이다. 예비 신발을 준비하여 신던 신발이 젖으면 마를 때까지 새 신발을 신는다. 신발은 산행에 있어 ..

가슴 통증 - 몸의 유연성이 엉망이다.

[낙상사고 투병기 287] 철봉 매달리기로 몸을 앞뒤로 움직였다. 그랬더니 가슴에 통증이 계속된다. 몸의 유연성이 엉망이다. 재활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은 의지보다는 습관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하루도 빠짐없이 재활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힘들고 고달프고 피곤하고 아파도 재활운동은 해왔다. 재활운동과 함께 몸이 뒤틀려서 몸 균형맞추기 운동도 병행한다. 철봉 매달리기는 몸 균형맞추기에 가장 좋은 운동이란다. 그래서 헬스장에 갈 때마다 철봉 매달리기를 했다. 그런데 며칠 전 철봉에 매달리다가 몸을 앞뒤로 크게 흔드는데 가슴이 뜨끔했다. 그 여파로 어제부터 가슴통증이 계속된다. 몸이 정상이라도 노화가 진행되는 나이에 낙상사고를 당해 뼈가 붙는 속도도 많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인데 조금 약간 다른 방법으로..

종아리 운동 - 수술한 왼발 홀로 버티기 연습 시작

[낙상사고 투병기 286] 종아리운동 시작 후 5개월이 지났다. 드디어 수술발 홀로 버티기 연습이다. 이 과정을 거쳐야 절름발이를 벗어난다. 경비골 골절 재활자에게 종아리운동(까치발운동)은 필수이다. 수술한 다리 한 쪽으로 종아리운동을 해야 절지 않고 걸을 수 있다고 한다. 작년 10월 중순에 양발로 종아리운동을 시작했다. 헬스장에서 매일 발판에 올라가 종아리운동을 하고 횡단보도에서 기다릴 때면 무심코 종아리운동을 했다. 그렇게 5개월이 흘렀다. 이제 수술한 다리 하나로 종아리운동을 하며 몸을 버텨야 한다. 양발을 발판에 올린 뒤 우측 발을 떼었다. 수술한 좌측 다리의 무릎 통증이 아우성을 쳤다. 간신히 버티고 있다가 양발을 딛었다. 이 과정을 몇 번 하면서 수술 발로 버티며 몸을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했..

장화 신고 걷기 - 비가 내린다고 재활 운동을 멈출 수 없다.

[낙상사고 투병기 285] 재활에 이유를 달 수 없다. 비가 내리면 우산, 우비, 장화가 있다. 꽃잎에 달리 물방울을 보는 보너스도 있잖아 재활의 절박함과 간절함은 당사자가 제일 잘 안다. 비가 오면 집에서 빈대떡이나 붙여먹자는 노래가 있듯이 좀 쉬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 같다. 그러나 재활에는 이유가 없다. 하루라도 밥을 먹지 않을 수 없듯이 재활도 매일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 비가 오면 우산을 들고 장화를 신고 걷는다. 비가 많이 오면 우비도 있지만 매우 덥다. 그래서 가능한 비옷은 입지 않는다. 걷기운동하는 숲길은 빗물이 고여있거나 냇물이 되어 흐른다. 저벅 저벅 걸으며 1만보를 채운다. 빗길에 재활운동하는 것을 꽃들이 격려한다. 물방울을 단 예쁜 모습으로 힘든 순간을 잊으라고 하는 듯 거기에 화답..

계곡 걷기 - 금식나무를 찾아서

[낙상사고 투병기 284] 계곡의 건천을 걸어서 금식나무가 있는 비탈을 올랐다. 야생의 암수꽃과 열매의 랑데뷰 금식나무는 식나무에 무늬가 있는 종이다. 마을이나 생태숲에서 볼 수 있다. 그런데 야생에서도 금식나무가 살고 있다. 낙상사고가 나기 전 빨빨거리며 돌아다닐 적에 발견했던 야생의 금식나무 작년에 꽃과 열매를 보기 위해 탐사계획까지 세웠지만 낙상사고로 재활하는 바람이 1년이 늦어졌다. 낙상사고 1년이 지난 오늘 계곡 건천을 걸었다. 다리에서 계곡에 내려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조심조심 내려가며 손을 나뭇가지에 단단히 잡은 후 이동했다. 계곡에 내려가서는 아주 천천히 이동했다. 높은 바위를 건널 때는 엉덩이를 붙이고 비탈을 오를 때는 나뭇가지를 붙잡고 금식나무를 찾아 길 없는 덤불을 뚫는 낙상자 이런..

낙상사고 1년 - 변해도 많이 변했다.

[낙상사고 투병기 283] 낙상사고 1년이란 시간이 만든 너울 난파된 후 파도에 떠밀려 곤두박질 치듯 살아남으려는 발버둥이가 나의 길을 바꾸고 있다. 재활이 일상이 된 현실 매일 걸음수를 체크해야 하며 헬스장에서 아픈 다리를 꺾어야 한다. 만우절에 거짓말 같은 사고를 겪은 후 천운으로 살아난 안도감보다 잘 걸을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일상을 뒤덮었다. 걸음수 체크는 스트레스이고 헬스장 다리운동은 나를 시험하고 있다. 사람 구실을 할 수 없는 현실의 무력감이 나를 쉽쓴다. 그럼에도 긍정의 끈을 꼭 잡고 일어서려 발버둥친다. 새끼손가락은 장애로 굳어졌고 수술 다리는 나의 인내에 눌려 참고 있다. 작년 12월부터 하루 1만보 걷기운동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낮에 걷지 못하면 밤중에라도 걸었고 비가 와도 몸이 ..

두릅 산행 - 찾는 다리는 재활, 가시에 긁힌 살갗은 비명

[낙상사고 투병기 282] 벚꽃길을 달려 산으로 올라갔다. 걷기운동하며 발견했던 두릅밭 높은 나무 끝의 두릅을 집게로 땄다. 3월 하순의 제주는 여기 저기 벚꽃길이다. 이틀전에 본 정석비행장은 벚꽃과 유채꽃이 한창이었다. 산록도로의 벚꽃길을 달려 두릅이 많은 산으로 올라갔다. 지난 초봄 걷기운동을 하던 중 발견했던 두릅밭이다. 두릅철이 되어 다시 찾아갔는데 이미 다른 사람의 손이 더 빨랐다. 낮은 나무에 달린 두릅은 모조리 채취된 뒤었다. 높은 가지의 두릅과 선취자가 못본 두릅나무에서 겨우 따야 했다. 왼손에 코팅잡갑을 끼고 오른손에 집게를 쥐었다. 왼손으로 가지를 당기고, 오른손으로 집게를 높이 들어 두릅을 땄다. 톡! 두릅 새순이 부러지는 소리가 경쾌하다. 가지를 놓고 집게에서 두릅을 건진다. 이렇게..

손바닥의 굳은살 - 철봉에 매달려 안간힘

[낙상사고 투병기 281] 손가락 장애에 다리 깁스로 뒤틀린 몸 철봉에 매달려 손가락 힘을 키우며 몸의 균형을 잡는다. 손바닥에 굳은살이 박히도록 안간힘을 써야하는 장기 릴레이 낙상사고 여파는 사고 부위에 그치지 않았다. 팔과 다리에 깁스를 하고 침대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몸이 뒤틀려 인바디 검사 결과 "좌우심한불균형"이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철봉에 매달리기 손가락의 잡는 힘을 키우며 뒤틀린 몸의 균형을 잡아주기 위한 운동이다. 지난 12월6일에 인바디 검사를 했으니 벌써 100일이 넘도록 매일 철봉 매달리기를 했다. 처음에는 매달리지 못하고 바로 손을 놓아야 했다. 낙상사고로 왼손의 새끼손가락이 장애가 되어 굽어지지 않는 손가락의 아귀힘이 약해져 철봉에 매달리기가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매일 매달리기 ..

꽃잎을 밟으며 - 상상 속을 걷는다.

[낙상사고 투병기 280] 비 내리는 날 눕지 않고 버티며 꽃잎을 밟았다. 봄비가 내리고 있다. 오전은 신문을 읽고 책장을 정리했다. 집에 있으면서 눕지 않고 버틴 날이다. 오후는 강창학 숲길을 걸었다. 봄비에 벚꽃잎이 많이 떨어져 있다. 하얀 꽃잎을 밟는 산책길이다. 꽃비가 내린 길을 걷는다고 생각하며 힘을 낸다. 걷는 지루함도 달래며, 상상의 나래를 활짝 핀다. 불편한 다리를 잊고 상상 속을 걷는다. 김소월의 진달래도 떠올리고 함께 걷고 싶은 누군가도 그리면서 걷기운동에 상상의 메뉴를 올려놓는다. 그 날의 기분에 따라 같은 길도 다르게 다가온다. 힘의 높낮이가 파노라마를 그린다. 어떤 때는 수월하게, 어떤 때는 아주 힘들게... 오늘은 오전에 눕지 않았잖아 그래 오늘은 다른 날이다. 흰눈을 밟는다고 ..

뚜껑별꽃 - 무릎이 구부려지지 않아 누워 반영을 찍었다.

[낙상사고 투병기 279] 섬바위 위를 걸으며 뚜껑별꽃을 찾는다. 반영은 아예 누웠다. 다리를 다치고 나서는 팀 탐사는 갈 수 없다. 그러고 보니 1년 이상 보지 못한 꽃객들이다. 전화가 와서 서귀포 탐사 시에 얼굴을 반갑게 보았다. 함께 새연교를 건너 새섬 둘레길을 걸었다. 넓은 섬바위 위로 조심조심 딛이며 해변 가까이 가서 뚜껑별꽃을 찾았다. 풍성히 꽃대를 올린 뚜껑별꽃이 보인다. 쭈그려 앉지 못해서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 꽃을 찍었다. 그때 반영을 찍는다는 소리가 들렸다. 뚜껑별꽃도 반영을 찍을 수 있구나 자리를 옮겨 물이 있는 곳으로 갔다. 몸을 쭈그려 앉아 반영을 찍고 있었다. 나는 아예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 누웠다. 그래야 겨우 반영을 찍을 수 있다. 엉덩이가 젖어 축축해도 뚜껑별꽃의 반영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