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살이/제주오름 216

[제주오름 174] 걸리오름 - 소나무 숲에서 걸리버 여행기를 떠올리다.

걸리버 여행기를 떠올리게 하는 걸리오름이다. 2년전 여름 우연히 들렸던 걸리오름인데 이번 오름 탐사로 갔을 때는 전혀 새로운 느낌이었다. 생경한 풍경에 걸리버가 대인국에 들어선 느낌이랄까? 키 큰 소나무 숲에서 몽환전 분위기에 취하다가 한참 후에야 왔던 곳임을 떠올렸다. "인간의 장엄함이란 얼마나 하찮은 것인가..." 정확히는 1년 반전의 기억조차 없은 현실의 막막함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솔향을 맡았다. (2022-01-16) 걸리오름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신풍리 1575번지 규모 / 표고 124m 비고 14m 면전 11,449㎡ 형태 원추형

[제주오름 173] 선소오름 - 극락세계의 오름, 분화구는 묘지와 경작지, 능선은 억새의 잔치

갯거리오름과 선소오름은 한림읍에 있는 쌍둥이오름이다. 분화구 방향이 반대로 되어있어 능선은 S자 모양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그 중간에 도로가 생겨 생이별한 모습이다. 갯거리오름에 올랐다가 선소오름으로 향했다. 선소는 극락세계를 뜻하는 이름인데, 주변의 금오름에 밀려 잘 찾지 않은 오름이 되었다. 넓은 오름 자락과 분화구를 가졌는데 묘지와 경작지가 주를 이룬다. (2022-01-15) 선소오름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2785-1번지 일대 규모 / 표고 226m 비고 46m 둘레 1.938m 형태 발굽형 선소악(善所岳)이라고도 한다. 명칭은 오름의 형상이 불교에서 말하는 극락세계인 선소를 연상시킨다는 데에서 유래했다. 갯거리오름(높이 253.5m) 왼쪽에 있다. 동쪽으로 입구가 벌어진 ..

[제주오름 172] 갯거리오름 - 가시덤불을 뚫고 오르니 억새 능선의 풍경이 좋다.

야생화가 드문 시절, 오미크론까지 기승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작은 오름투어에 집중한다. 작은 오름들을 오르는 동안 산행객은 한 명도 만나지 않았다. 갯거리오름은 올해 처음 오른 한림의 밝은오름 옆에 있다. 밝은오름으로 달리는데 먼저 보였던 오름이다. 갯거리오름과 선소오름을 연계산행하려 등산로가 없는 동쪽으로 올랐다. 낮은 오름의 원시림은 대개 가시덤불이 뒤엉겨 있다. 갯거리오름의 무성한 숲을 막탐사로 뚫고 오르니 딴세상이 펼쳐졌다. 평원의 억새와 아름다운 풍경, 맑은 날씨에 구름까지 화답한다. 고생한 보람에 겨울 열매의 흥분도 덧씌워진다. 여우콩, 사위질빵, 배풍등, 새팥, 노박덩굴의 열매들을 풍경으로 잡았다. 먼 곳에 주차하고 오름에 다가서는 동안 본 풍경도 압권이었다. (2021-01..

[제주오름 171] 넉시악 - 소가 넋을 잃은 오름(魄犁岳)의 뜻일까?

남원읍 의귀리에 있는 작은 오름이다. 넉시악은 네이버 지도에 백리악으로 표시된다. 이름이 참 별나다. 백리악은 한자로 넋잃을 백(魄)자와 얼룩소 犁(리)자를 쓴다. 이밖에 백사악(魄獅岳), 백씨악(魄氏岳), 혼사악(魂師岳), 백악(魄岳), 혼악(魂岳) 등 의 표기도 볼 수 있다. (오름나그네 / 김종철) 이 마을 인근의 섯내(西川)이 큰 비에 물이 범람하였는데 송아지가 냇물에 휩쓸려가는 것을 보고 어미 소가 넋을 잃고 말았다는 내용이 전해진다. (JENews / 2017.03.12) 이렇게 볼 때 넉시악은 소가 넋을 잃었다는 뜻의 오름일 것 같다. 제주 오름은 제주어로 된 것, 이름이 겹치는 것, 이름의 연유를 모르는 것이 많다. 이런 넉시악을 올랐는데 숲이 무성하여 전망은 없었다. (2022-01-14..

[제주오름 170] 운지악 - 구름을 닮은 꼬마 오름, 남원2리 마을의 산책로

오름의 모양이 '구름과 같다'고 하여 운지오름(雲之岳)이다. 멀리서 바라보니 정말 구름과 같이 생긴 조그만 오름이다. 남원2리 마을의 산책로이다. 오름 정상에는 포제단이 있어 음력 정월에 제를 올렸다고 한다. 산책길에는 백량금 자생지 안내판이 있고 백량금이 많이 자라고 있다. 10분도 채 걸리지 않은 짧은 산책로인데, 키큰 나무가 무성해 전망은 없었다. (2022-01-14) 운지악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남원2리 760-2번지 규모 / 해발 114m 비고 24m 둘레 729m 형태 원추형

[제주오름 169] 이계오름 - 저지오름 곁에 있는 오르기 쉬운 오름

작은 오름들의 아기자기함을 이어간다. 저지오름 곁에 있는 이계오름을 가메창 답사 후 올랐다. 왜 닭의 이름이 붙었을까? 알려지지는 않았단다. 오름 안내판은 보았으나 노후되었고 잘 찾지않는 오름인지 길은 희미하고 가시덤불을 헤쳐야한다. 잠깐만에 정상에 오르니 그런대로 서부 전망을 잘 보여주었다. 실거리나무에 걸린 박주가리 열매를 찍는라 얼굴에 가시가 걸려 웃지못할 순간도 맞았다. 오름 찾기도 어려운데 꽃들을 향한 마음까지 있어 이래저래 힘든 오름투어이다. (2022-01-06) 이계오름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 1854번지 규모 / 높이 168m 비고 38m 둘레 855m 형태 말굽형 이계악(離鷄岳, 二鷄岳)이라고도 한다. 명칭의 유래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자그마한 기생 화산으로 ..

[제주오름 168] 가메창 - 368개 오름 중 비고가 가장 낮은 오름

오름은 높이는 해발과 비고가 있다. 해발은 해수면으로부터 계산하여 잰 높이인데 반해 비고는 내가 오르기 시작하는 지점부터의 높이를 말한다. 가메창은 제주의 공식 오름 갯수 368개 중에서 비고가 가장 낮은 오름이다. 차가 다니는 도로부터의 높이가 6m에 불과하다. 그런데 분화구의 깊이는 16m이다. 즉 도로보다 10m나 더 내려가는 깊이이다. 가메창은 저지오름 곁에 있는데 특별히 인식하지 않고는 보이지 않는다. 비고가 밑에서 두번째인 방주오름(비고 8m)을 오른 후 가메창을 선택한 이유이다. 분화구의 모습이 솥바닥처럼 생겼다 하여 가메창이라 부른다. 분화구는 둘레가 약 300m이다. 그런데 가시덤불을 헤치며 가장 험하게 분화구를 돌았다. 사람의 발길이 끊어지니 몇년새 가시덤불 원시림이 되었던 것이다. 원..

[제주오름 166, 167] 큰노리손이 & 족은노리손이 - 노루를 사냥했던 오름, 해송만 무성하구나~

네비가 알려주는 곳으로 차를 몰았다. 공동묘지 끝에 오니 도착했다는 메시지 이정표도 없고 길도 없어 공동묘지를 치고 올라갔다. 큰노리손이를 오른 후 족은노리손이로 왔다가 다시 큰노리손이에 올라 쓰레기매립장 쪽으로 하산한 후 어린이교통공원 방향으로 이어진 아름다운 숲길을 걸었다. 큰노리손이와 족은노리손이는 원추형 오름인데, 두 봉우리가 맞닿아 있어 그 사이는 굼부리처럼 보이며 억새밭을 이루었다. 오름에는 해송들이 높이 자라 전망은 없었다. (2022-01-04) 큰노리손이, 족은노리손이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봉개동 산294-22번지 일대 큰노리손이 / 높이 426.6m, 비고 52m, 둘레 1,044m, 면적 69,733㎡, 폭 328m, 모양 원추형 족은노리손이 / 높이는 413.8m, 비고 2..

[제주오름 165] 방주오름 - 이름만 남기고 사라진 불쌍한 오름, 봄꽃들이 위로한다.

노아의 방주처럼 신천지를 찾아갔을까? 밝은오름에서 곁에 있다는 방주오름을 찾아도 전망되지 않는다. 지도에 보면 분명히 방주오름이 표시되어 있다. 근처에서 콜라비를 수확하는 농부를 만났다. 방주오름을 물어보니 모른다고 한다. 가끔 방주오름을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서... 기록상 높이는 163m, 비고는 8m이며 오름이라기보다는 마치 마을 동산과 같은 형태라 발견하기가 어렵고 대부분이 농경지로 개간되어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이며 정상까지 농로(農路)가 개설되어 있다고 한다. 명월리 밝은오름을 오른 후 곁에 있다는 방주오름을 찾는 오후 제주오름 368개의 정체를 다시한번 생각했다. 주민도 알 수 없는 오름을 공식적으로 인정할 가치가 있는 것인가? 이정표도 없고 주위를 걷고 걸어도 주변의 오름을 비교해도 오..

[제주오름 164] 밝은오름(명월오름) - 이름이 좋아 2022년 첫 오름 투어로 선정했다.

2022년 첫 오름 투어는 명월리의 밝은오름이다. 밝은 마음으로 밝은오름을 찾아보니 민오름처럼 5개나 되었다. 그중 명월리(明月里)라는 이름이 좋아 명월리를 찾았다. 명월리의 밝은오름은 명월(明月)오름 또는 명월악(明月岳)이라고도 부른다. 오름의 형상이 보름달이 환하게 비친 모습과 닮은 데서 유래한단다. 그래서 그런지 한림읍에만 3개의 밝은오름이 있다. 명월리 밝은오름은 해발 149m, 비고 39m의 낮은 오름이다. 남쪽으로 터진 말굽형 화산체이다. 오름의 기슭은 농경지와 묘지로 이용되며, 정상에도 묘지가 있다. 산책길도 없어 가족묘지의 출입문을 넘어가야 한다. 해변에 가까워 비양도가 내려다 보이며 멀리는 한라산과 가까이는 금오름이 보인다. 오름투어가 공동묘지 답사처럼 느껴졌다. 다행히 날이 좋고 하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