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 27

[낙상사고 투병기 143] 부엉이 찾기 - 낙상자의 추억 더듬기

갈 곳 없는 낙상자 추억을 더듬으며 걷기 연습 부엉이 세 마리가 반겨주네 재활운동의 따분함은 재활의 고통도 있지만 갈 곳이 제한된 답답함도 많다. 그래서 추억을 회상하는 정도가 평소보다 엄청 많은 편이다. 여름 내내 땀흘리고 고생한 덕분에 가을을 맞았지만 여전히 우시장천 목발 연습이 계속된다. 오늘도 점심을 먹고 도란도란교를 유턴하고 오는 길이다. 산책길 옆 회양목이 열매를 맺었다. 부엉이가 있나 살펴보니 세 마리가 보인다. 회양목 열매가 익어 벌어지면 그 모양이 흡사 부엉이를 닮았다. 10여년 전 여름, 야생의 회양목 열매를 보기 위해서 삼복더위에 관악산을 오르며 회양목을 찾았다. 땀이 안경알을 적시고, 셔츠를 무겁게 하는 날씨 거리에서라도 회양목을 봤으면 됐지 야생이 뭐라고 이 개고생을 하고있는 걸까..

[낙상사고 투병기 142] 키버들 - 목발 짚고 나무를 찾다

우시장천 간판에서 이름을 본 키버들 목발 짚고 우시장천을 오가며 눈을 부라렸다. 나무 뿌리가 노출된 오솔길에서 간신히 찾았다. 목발 짚기 연습은 고되고 힘들다. 그래도 목발이라도 있으니 제한적이지만 이동의 자유가 있다. 그러다보니 산책길 이외의 물가의 생태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 우시장천에 세워둔 안내 간판에서 키버들이 자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추석 전날, 목발을 짚고 키버들을 찾아나섰다. 버드나무 앞에서 검색을 해보았다. 키버들 사진을 보니 잎이 마주나고 잎자루가 거의 없었다. 그러니 일단 패스, 키 큰 버드나무들은 잎이 어긋난다. 키를 만들었다는 키버들은 크기가 2∼3m로 작고, 잎이 마주난다. 우시장천 폰드를 돌아 되돌아오는 길은 소로를 택했다. 버드나무가 잎이 촘촘하게 보여 징검다리를 건너..

[낙상사고 투병기 141] 통원치료 16차 - 주치의 말 한마디에 울고 웃네

목발 걷기, 택시 타기, 목발 걷기 통원진료는 헛물 켜고 걷기연습은 힘만 드네 통원치료 갈 때 집에서 부터 택시를 타지 않고 1km 걷기연습한 후 택시를 탔다. 집에 올 때도 똑같이 했다. 재활운동을 열심히 했기에 내심 기대를 했다. 그런데 골진이 잘 안 나오는 것 같고, 비골이 잘 붙지 않았단다. 이게 왠 퉁딴지 같은 소리던가? 지난 번에는 골진이 잘 나온다고 했는데 기대가 컸던 탓인지 맥이 탁 풀린다. 주치의 한 마디가 환자의 기쁨과 슬픔을 만드는 것이다. 돌아 올 때도 걷기연습길 입구에서 내렸다.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며 힘을 내려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도 목발 짚기가 힘이 들까? 통원치료에서 기대에 못미친 여파일까? 며칠 후, 추석 명절 동안에도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이 즈음에 본 캐나다된장풀처럼 "..

[낙상사고 투병기 140] 석벽 그림자 - 골절된 경비골, 찢어진 마음

오후의 햇빛이 갈라진 석벽에 만든 그림자 내 다리요, 내 마음이다. 목발 짚고 걷기 연습하는 길 삼복더위를 견디고도 쉽지는 않다. 그래도 해야하는 재활길이다.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뚜벅 뚜벅 목발을 짚는다. 아파트 석벽에 나무 그림자가 짙다 나의 걷는 모습이 석벽에 투영된다. 선명한 그림자가 나에게 말한다. "이게 진정한 당신의 모습일세" 돌의 모양대로 틈새를 이은 석벽 엑스레이 사진으로 보는 경비골이 골절된 모습이자 갈갈이 찢어진 내 마음의 표현 같다. 한참을 서서 그 모습을 본다. 나의 낙상사고 영화를 보는 착각이 들 정도로 5개월의 여정이 파노라마를 그린다. 나의 처지를 석벽 텍스처에 보여주는 그림자는 석벽을 지나면 키다리 나라도 데려가 준다. 변화무쌍한 그림자의 행동이다. 그림자는 아프지도 않고 ..

[낙상사고 투병기 139] 생태천의 아이들 - 할머니의 손주 사랑, 킥보드 타는 어린이

킥보드 타고 달려오던 어린이 목발 짚은 나를 보고 우회한다. 그리고 다가와 인사했다. 목발로 걷기 연습하는 길 생태가 살아 있는 길 손주 사랑 소리가 들리는 길 우시장천 목발 연습길은 정(情)이 넘친다. 친절하고 상냥한 사람들이 힘을 준다. 인사하는 소리, 들려오는 소리 사람이 사는 모습은 다양하다. 아파트에서 옆집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지만 걷기 연습길에서 보고 느끼는 삶이 새롭다. 멀리 물가에서 아기를 안고 있는 할머니 물고기와 대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 옛날의 나의 아기 시절에도 저런 시간이 있었나? "한 마리, 두 마리 이리 와라, 물고기야 우리 얘기, 보여 줘라." 가는 걸음 멈추고 목발을 옆에 끼고 사진을 찍은 후 들었던 소리를 사진 속에 글씨로 써 넣었다. 너무나 소중한 말이기에 잊지 않으..

[낙상사고 투병기 138] 아파트 우편함 이용 - 도서관 사용 물병

도서관에서 사용하던 물병 아파트 우편함에 넣고 목발 연습을 한다. 도서관에서 3시간 한도로 공용 pc를 이용하며 앉기연습도 하고, 블로그를 포슽하는 일정이 계속된다. 아내와 함께 다녔으나 혼자 다닐 때도 있다. 식수 이용은 일용회 컵이 없고 준비한 개인 물통을 사용하게 되어 있다. 아내와 없을 때 물통 처리가 애매하다. 도서관 이용 후 집에 바로 오면 괜찮은데 나간 김에 걷기연습까지 하려면 물통을 몸에 지녀야 한다. 그런데 걷기연습하면서 짧은 반바지 주머니에 물통을 넣으면 불룩 튀어나와 걷기도 불편하고 보기도 흉하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나올 때 물을 마신 후 아파트 현관의 우편함에 빈 물통을 넣고 걷기연습을 한다. 도서관에서 징검다리를 건너면 바로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마침, 물통을 넣고 나올려고 하는데..

2023 새해 일출 - 토끼처럼 껑충껑충, 햇님에게 빌어본다.

계묘년의 새해 일출 토끼처럼 껑충껑충 햇님에게 빌어본다. 2023년이 밝았다. 악몽의 지난 해는 갔다. 재활은 계속되지만 제주의 바다 위에는 짙은 구름이 깔렸다. 날씨 예보를 보고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일출 시간이 지난 후 한참 만에 새빛이 터졌다. 부축을 받아 데크 위에 걸터 앉았다. 태양을 손가락 사이에 넣었다. 토끼처럼 껑충껑충 뛸 수 있도록 빌었다. 일행보다 늦은 발걸음 일출 포인트를 알려와서야 움직였다. 부축을 받아 인증샷을 찍었다. 새해 일출 보는 것조차 안타까운 현실이 복이나 건강이 아닌 재활을 염원했다. 하긴 그 자체가 복이나 건강이 될 수도 있다. 예전 같으면 삼각대와 디카를 준비했겠지만 재활이 1순위 목표이므로 핸드폰만 손에 쥐었다. 욕심의 부질없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뭣이 중한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