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살이/제주올레

제주 올레 29코스 465km 완주 - 아내와 함께 기록한 제주살이의 처절한 시간들

풀잎피리 2025. 2. 21.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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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가이드북이 걸레가 되었다.
29번이나 가방에 넣고 다녔고, 인증 도장을 찍었다.
아내와 함께한 올레길 걷기의 증표이다.

아내와 함께한 6년의 제주살이


혼자 오르는 오름과 달리 올레길은 아내와 함께 걷는 제주살이 중의 버킷리스트였다.
걸레가 된 가이드북을 바라보며 세월의 빠름을 실감한다.
가이드북이 상했듯이 제주살이 동안 나도 아내도 껑충 나이를 먹었다.
 
은퇴 후 서귀포에 터를 잡은 제주살이 초기
아내와 함께 서귀포에 있는 "제주올레여행자센터"에 가서,

올레길 지도를 보며 설렘을 키우고, 올레가이드북 1권과 간세 인형 2개를 샀다.
 
올레길을 걸을 때마다 간세 인형을 배낭 뒤에 달고
가이북을 챙겨 출발지, 중간지점, 도착지 3개의 도장을 가이드북에 찍었다.
그 가이드북이 아내와 함께한 6년의 제주살이 기록이다.

 

제주살이 중 한라산 낙상사고라는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수술하고 다리에 철심을 심고, 재활했다.

아내는 나를 케어해 주면서 갖은 고생을 다했다.

 

엑스레이를 찍어봐도 뼈의 접합이 늦어진다.

아내는 "올레길 걷는 것도 끝났네"라며 한숨짓는다.

나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재활에 이를 악물었다.

 

하루에 1만 보 이상 걷기 재활운동은

올레길의 염원, 한라산 등정을 향한 운동이면서

보통 사람처럼 걷기 위한 인생일대의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다리에 철심을 박은채로 올레 7코스에 도전하는 날

코스가 변경되어 더 길고 험난한 코스라 두 번에 걸쳐 걷기로 했다.

그런데 한 번에 끝낸 쾌거를 이루었다.

 

아내와 함께 약속한 올레길을 걷고자

나를 다독이며 처절하게 재활한 덕분이다.

그 후 올레길 걷기는 재활운동의 연장선에 있었다.

 

함께 걷던 올레길에서 아내가 아파 중단하고, 2달 후 다시 걷기도 했다.
낙상사고로 지체됐던 오름, 올레, 꽃탐사가 제주살이 막판에 몰려왔다.

시간을 쪼개고 강행군을 하며 안간힘을 다 썼다.

 

제주살이 3일 전 우도올레를 마치며 공식적으로 총 27개 코스 437km를 완주했다.

또한 총코스에 포함되지 않는 3-B코스(14.6km)와 15-B코스(13.5km)도 걸었다.

그러므로 아내와 함께 걸은 올레길은 총 29코스 465km였다.

 

올레 18-1코스 / 추자도 모진이해변에서 제주살이 흔적을 위로했다.

 

올레길 기록을 보고 나의 재활 기록이 밑받침이 되었구나를 절실히 느꼈다.  

다리에 철심을 빼기 전 날까지(2022.12.01~2024.02.15)

하루 1만 보 이상 442일 연속 6,552,221보를 걸어, 하루 평균 14,824보를 기록한 것이다.

 

또 다리에 철심을 빼고(2024.02.16) 다시 목발을 짚으며 이를 악물고 재활했다.

드디어 두 달 후(2024.04.16) 올레 12코스에 도전하고 걸었다.

재활과 올레길, 그리고 오름이 통합된 제주살이에서 평범함이 행복이란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 흔적들을 살펴보는 시간이 참 아련하다.
힘들었던 순간순간들을 견디며 아내와 함께 만든 올레길의 흔적은
바로 제주살이의 기록이면서, 먼 훗날에는 보다 젊었던 시절의 추억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삶은 과정이고 목적은 아니듯이
오늘 힘들더라도 이겨내야만 내일이 있다.
이것이 내가 가는 길이며, 제주살이를 기록하는 오늘이다. 
 
 
 1. 올레길 흔적들
 

올레 1코스 / 올레길 첫발을 디딘 모습(2019-03-13)은 낙상사고 전의 젊고 건강한 몸이었다.

 

올레 7-1코스 / 종점인 "제주올레 여행자센터"의 '완주자의 벽"을 보고 "완주의 그 날은 언제일까?"라며 다짐했다.(2020-10-25)

 

올레 5코스 / 가이드북을 챙기지 못해 종이에 찍어서 붙였다.(2021-03-10)

 

올레 8코스 / 유채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길(2022-03-05)을 걸었는데, 다음 달 낙상사고(2022-04-01)가 발생했다.

 

올레 9코스 (2023-10-17) / 다리에 철심을 박고(2022-04-05), 하루 1만보 이상 걷기 시작(2022-12-01) 10개월이 지난 후 올레길(상급)에 도전했다..

 

올레 11코스 / 아내가 아파 신평리에서 중단(2023.11.07), 신평리에서 추가 도전(2024.01.16)했다.

 

올레 12코스 (2024-04-16) / 다리에 박혔던 철심을 22개월만에 제거(2024-02-16)하고, 목발로 시작하여 두 달이 지난 후 올레길에 도전했다.

 

올레 14-1코스 / 저지 → 서광 올레길을 "역코스"로 시작하면서 서광 오셜록 녹차밭에서 산방산 구름쇼를 보았다.

 

올레 15-A코스 (금산공원) / 도시락을 먹고, 쉼터 할머니들과 얘기 중 "간세다리"(게으름뱅이) 제주어를 배웠다. "간세"는 올레 상징 마크이다.

 

올레 16코스 / "광령귤나무"는 제주 감귤의 원조이며, 최고 수령나무이다. 16코스 종점 근처에서 찾다가 못찾아 17코스 출발 전 간신히 찾았다.

 

올레 20코스 / 속새 포자낭수를 발견한 기쁨

 

올레 20코스 / 올레, 오름, 추석, 꽃을 모두 제주에서 해결한 제주 막마지, 올레 17.6km 걷고 바다가 좋다고 첨벙첨벙한 궤적도

 

올레 18-1, 18-2코스 / 제주살이 종점 1주일 전 가까스로 추자도 1박2일 티켓을 끊었다.

 

올레 29코스(B코스 포함) 완주 / 제주살이 마감 3일 전, 우도 올레(1-1코스)를 끝으로 드디어 해냈다. (2024-10-01)

 

 

2. 제주올레 29개 코스별 사진들

올레 1코스 (2019-03-13) 시흥 → 광치기 올레 / 첫 코스의 풍경은 환희여라~

 

올레 2코스 (2020-01-19) / 잔뜩 흐린 날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올레 3A코스 (2020-02-02) / 통오름 - 독자봉 - 김영갑갤러리를 거친다.

 

올레 7-1 코스 (2020-10-25) / 서귀포터미널에서 고근산, 하논을 거쳐 제주올레센터까지

 

올레 3B코스 (2020-12-09) 온평 → 표선 올레 / 12월 해변길의 아름다움

 

올레 4코스 (2021-02-19) 표선→남원 올레 / 푸른하늘과 푸른바다의 어울림

 

올레 5코스 (2021-03-10) 남원 → 쇠소깍 올레 / 해안과 마을의 아기자기함을 즐기다

 

올레 6코스 (2021-03-19) 쇠소깍 → 서귀포 올레 / 해안 절경을 감상하며 걷는 길

 

올레 7코스 (2021-05-07) 서귀포 → 월평 올레 / 다정큼나무가 반겨주는 명품 올레길

 

올레 8코스 (2022-03-05) 월평 → 대평 올레 / 유채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길

 

올레 9코스 (2023-10-17) 대평 → 화순 올레 / 군산 오름과 안덕계곡을 걷는 멋진 길

 

올레 10코스 (2023-10-24) 화순 → 모슬포 올레 / 사계 해안과 송악산 둘레길의 시원한 경관

 

올레 11코스 (1차 2023-11-07, 2차 2024-01-16) 모슬포 → 무릉 올레 / 모슬봉, 신평곶자왈, 무릉곶자왈 연결

 

올레 12코스(2024-04-16) 무릉 → 용수 올레 / 절반은 중산간 올레, 절반은 해안 올레

 

올레 13코스 (2024-04-23) 용수 → 저지 올레 / 절부암, 낙천리 의자공원, 저지오름

 

올레 10-1코스 (2024-04-30) 가파 올레 / 4월의 가파도, 청보리밭 풍경

 

올레 14코스 (2024-05-07) 저지 → 한림 올레 / 중산간 숲길과 해안길의 어울림

 

올레 15-B코스 (2024-05-14) 한림 → 고내 올레 / 볼거리가 풍부한 해변길

 

올레 15-A코스 (2024-06-11) 한림 → 고내 올레 / 중산간의 밭길과 숲길의 앙상블 (금산공원)

 

올레 14-1코스 (2024-07-24) 저지 → 서광 올레 / 역코스로 걸은 곶자왈 올레 (오설록 녹차밭에서 본 산방산 구름쇼)

 

올레 16코스 (2024-07-30) / 고내 → 광영 올레 / 애월 해변과 항파두리 내륙길 (큰바위얼굴)

 

올레 17코스 (2024-09-04) 광령 → 제주 올레 / 제주의 아름다움과 멋진 풍경

 

올레 18코스 (2024-09-10) 원도심 → 조천 올레 / 다양한 삶의 시간들이 흘렀고, 흘러가고 있다.

 

올레19코스 (2024-09-14) 조천→ 김녕 올레 / 아름다운 풍경, 힘내라! 응원

 

올레 20코스 (2024-09-18) / 김녕 → 하도 / 첨벙첨벙 I♡ Sea, 좋다 좋아

 

올레 21코스 (2024-09-23) 하도 → 종달 올레 / 아내와 함께 제주를 한 바퀴 돌았다.

 

올레18-2코스 (2024-09-27) 하추자올레 / 추자 올레 드디어 걷는구나

 

올레18-1코스 (2024-09-28) 하추자올레 / 나바론 절벽길의 위용

 

올레 1-1코스 (2024-10-01) 우도올레 / 홍조단괴해빈에 발을 담그며 올레 29코스를 마친 감회에 젖는데 비가 내린다.

 

 

현재에 하는 일은 먼 훗날 추억이 된다.

지금 어렵더라도 해야 하는 이유이다.

나는 지금 제주의 흔적을 저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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