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길의 또 다른 얼굴, 흙먼지
삭막한 초원은 흙먼지를 뒤집어써야 한다.
유명 관광지로 가는 길이 맞는지?
주응노르에서 한밤에 은하수를 찍으니 춥다.
게르의 꺼져가는 난로에 장작을 넣고
후! 후! 몇 번이나 불어서 겨우 불씨를 살렸다.
활활 불길을 확인하고서야 침대에 누웠다.
새벽에 추어서 일어나니 난로에 장작이 다 탔다.
성냥이나 라이터가 없으니 다시 불을 붙일 수 없다.
담배를 피우지 않으니 이렇게 라이터가 필요할 때 아쉽다.
추위에 떨면서 담요 속에서 몸을 웅크렸다.
일찍 일어나 숙소 뒤에 능선에 올랐다.
시원하게 뻗은 능선이 밤새 잠을 설친 몸에 활기를 준다.
야생화를 찾으면서 내려와 아침을 먹었다.
몽골여행 7일 차는 주응노르에서 훕스굴로 달리는 먼 길이다.
훕스굴은 워낙 유명한 호수가 있어 기대 가득이다.
그러나 초원길은 너무나도 삭막한 먼지길이다.
간간히 동물들이 있어 눈을 즐겁게 한다.
양을 지키는 동물은 염소다.
염소의 털은 캐시미어의 원료로 2마리에서 1kg 정도 나온단다.
그래서 "너네 염소 있어?" 하는 말은 "너네 부자니?" 하는 말로 통한단다.
훕수굴 매표소를 통과했지만 길은 비포장에 먼지가 풀풀 날린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반듯한 포장도로가 시원하게 뚫렸을 텐데
구불구불 덜컹덜컹 엉덩이가 들썩이는 길이다.
훕스굴 앞의 게르에 도착해 저녁을 먹었다.
식당에 한편에 작년에 여행 왔던 코시롱님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돌에 새긴 세밀화와 이름을 보니 매우 반갑다.
밤에는 빗방울이 떨어지는 흐린 날이다.
은하수를 찍지 않고 일찍 침대에 누웠다.
꽃이 많은 훕스굴의 기대를 가슴에 담고 잠을 청했다.
(202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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