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발과 발걸음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징검다리 생태와 추억의 랑데뷰
재활의 전환점을 선물한다.
한림도서관 가는 길에 징검다리가 있다.
매일 목발을 짚고 건넜다.
다닐 수록 익숙해지는 건너기
물이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각종 생태를 관찰하고
도서관 가는 길의 힐링을 선물해 주었다.
휠체어를 탈 때는 징검다리를 건너지 못하고 우회하는 안타까움
징검다리 건너는 사람들을 부러워 하며 우회했고
목발 짚고 처음 건널 때의 기쁨과 홀가분함을 잊을 수 없다.
징검다리 돌 주위로 무리지어 자라는 고마리
붉은 꽃과 흰 꽃에 한 곳에 피어있었고
재활에 찌든 마음을 고마리의 정화기능에 빌기도 했다.
아무르장지뱀 한 마리가 징검다리 돌 위에서 따스함을 즐기다가
내가 다가가니 짜증난다 하면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소요산 자재암 법당 앞에서 불경소리를 들으며 벌레를 잡아먹던 아무르장지뱀도 떠올렸다.
자라가 자란다고 하여 언제 볼 까 했는데
징검다리에서 까만 등딱지를 보고 엇? 내가 아는 자라는 고동색이었는데
웹에서 찾아보니 등이 검은 것은 중국자라라는 것을 알기도 했다.
방아개비를 보고는 옛날 방아개비 다리 잡고 놀던 시절을 떠올렸고
사마귀를 보면서 교미 후 암놈이 숫놈을 잡아먹는다는 이야기를 생각하기도 했다.
또한 메뚜기를 보고는 어린 시절 메뚜기 잡아 볶어먹었던 추억도 떠올렸다.
우시장천에는 여러 개의 다리와 징검다리가 있다.
그 중에서 도서관 가는 길의 징검다리는 생태와 추억의 랑데뷰를 선물해 주었다.
도서관 가는 길의 징검다리는 나의 재활의 업그레이드를 상징한다.
어린 왕자의 손길이 깃든 장미꽃처럼
나의 재활에 전환점을 준 징검다리
앞으로 또 어떤 생태가 나의 호기심을 잡아당길까?
(202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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