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살이/한라산 낙상사고

[낙상사고 투병기 173] 께묵 허상 - 이름의 진정한 의미

풀잎피리 2023. 2. 11.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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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보는 것은 인연이다.
인연이 닿지 않으면 볼 수 없다.
꽃과 인연은 아름다운 것이다.

 

왕고들빼기 (2022-10-06) / 목발로 식물의 크기를 가늠하게 했다.

 

목발을 짚고 걷기운동하는 산책길

꽃 두 송이를 보자 깨묵을 떠올렸다.

얼씨구나, 목발을 옆에 놓고 아픈 다리로 버티고 열심히 그 모습을 담았다. 

 

께묵, 세 번째에 인연이 닿았구나 했다.
어찌나 기분이 좋은 지 발견한 지점, 지형지물까지
사진을 찍고 그 지점을 사진에 표시하였다.

집에 오는 마음도 너무 들떴다.
귀한 꽃을 아파트 시냇가에서 봤다니
추억은 지난 두 번의 기억을 떠올린다.

두 번 모두 사실은 께묵이 아니었다.
꽃과의 인연 만들기가 참 어렵기도 했다.
이름을 알고 불러준다는 것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북아메리카 원주민에게 앎이란
인간 외에도 모든 개체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고, 
모든 개체는 이름을 지녔다.

어떠한 존재를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존경의 표시고
이름을 무시하는 것은 무례함의 표시다.
단어와 이름은 우리 인간이 서로뿐 아니라 식물과의 관계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로빈 월 키머러 / 이끼와 함께 31쪽)

이름을 알아도 잊어버리기 일쑤고
동정법을 알았어도 시일이 지나면 잊혀진다.
본 꽃도 잊기도 하는데 하물며 아직 보지 못한 식물이라니

하지만 이런 과정의 되풀이가 결국은 꽃을 보게되고
그 꽃과의 인연이 연결될 것이다.
그러니 마음이 들뜨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흥분을 갖고 집에 와서 다시 공부했다.
그런데 께묵이 아니라 좁은잎고들빼기 같다.
그리고 또다시 좁은잎이 아니고 그냥 왕고들빼기였다.

 

그간 께묵을 단편적으로 알았다.

께묵의 서식지는 습지인데, 산책길 옆은 습지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깨묵으로 동정했다니, 하물며 잎도, 꽃도...

이렇게 께묵의 인연은 또다시 맺져지지 않았다.
께묵, 너의 모습을 언제 보여줄꺼니?

너 그러다가 내가 예쁘지 않다고 하면 어쩔건데  비싸게 놀지 마라!

(2022-10-06)

 

께묵이라 생각하고 표시한 사진들 (2022-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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