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오름 321]
묘지화된 오름이 길을 막고
갑작스러운 핸드폰 잠김에 꽃군락도 놓쳤다.
굽은오름 진탕 고생, 오늘은 고생날인가 보다.
밑 빠진 독에 물 부어도 차지 않듯이
오름지도에서 동그라미가 쳐있지 않은
동네 오름 투어는 뜻밖의 무한한 변수가 돌출하는 난코스 같다.
거기에 나의 오름 투어 방식에 덧붙어져
발걸음이 만든 궤적은 술 취한 놈이 흔들리며 가다가
후미진 곳에 오줌을 갈긴 흔적처럼 보인다.
이리 뚫고 저리 뚫는 막탐사는
오름 투어 마지막을 향해가는 기간의 촉박함과
나의 오기가 서로 얽혀 만든 바둑의 수처럼 무수한 길이다.
군 시절 철조망 통과 하듯이 가시나무 밑은 누워 기기도 하고
땀범벅을 닦은 손수건을 잃어버려 오던 길을 다시 가는가 하면
갑작스러운 핸드폰 잠김에 멋진 야생화조차 담지 못한 환장할 풍경도 있었다.
300개가 넘는 오름을 올랐다는 경험조차 무참히 짓밟힌 채
가시에 걸린 옷을 바라보는 눈에 회한이 맺히는 일도 있다.
그래도 가야 하는 오름이 눈앞에 버티고 있다.
재활 중인 다리는 이런 상황에 적응하며
구부러지고, 힘을 주고, 버티기도 한다.
뚫느라 굽어진 내 몸이 굽은오름에서 쇼를 한다.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정민 교수의 책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불광불급(不狂不及), 오늘의 정물알오름이고 굽은오름이다.
미친 짓, 이런 것도 한 때 이리라.
(2024-09-16)
굽은오름
위치 / 제주시 한경면 조수리 산2-1번지 일대
규모 / 표고 96m, 비고 26m, 둘레 2,667m 형태 말굽형
오름 투어 / 2024-09-16
오름 평가 / 비추천 (공동묘지이고 전망이 없음)
구분악(拘奔岳) 또는 구분오름이라고도 한다.
굽은오름은 오름의 형상이 전체적으로 굽어 있는 데에서 유래했고,
구분악과 구분오름은 오름의 형상이 개가 뒤를 돌아보며 달아나는 모습을 닮은 데에서 유래했다.
동쪽과 서쪽 2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복합형 화산체이며,
주봉인 동쪽 봉우리에는 남동쪽으로 입구가 넓게 벌어진 말굽형 분화구가 있다.
오름 대부분이 풀밭으로 덮여 있으며 듬성듬성 해송이 자란다.
서쪽 비탈면 일대에는 마을 공동묘지가 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두산백과 두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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