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이 만든 뭔 가의 기회는 우연이 아니다.
미지의 시간에 던진 낚시대가 끌어올린 필연이리라.
그 믿음에 오늘도 쉬고싶은 마음을 이겼다.
장군봉, 시래봉, 산방산의 흥분 뒤에는
연이은 산행에 찌든 피로감이 높았다.
한편에서는 쉬고싶은 마음이 꿈틀거린다.
그러나 날씨는 맑다고 예보하는데
집에 쳐박혀 쉴 수만은 없다.
가까운 곳이라도 찾아서 몸을 풀어야겠다.
용화사를 찾아 올라가는데
나무에 비진도콩의 덩굴이 감고 올라갔고
꽃 한송이가 흔들거린다.
그렇다면 먼저 꽃을 본 비진도콩은 열매를 맺었겠지
그러나 왠걸, 풋열매조차 볼 수 없었다.
샅샅이 찾아보아도 꽃핀 흔적만 보이지 열매는 없었다.
시무룩한 마음에 그냥 내려올 수도 없다.
미륵산이라도 올라가 보자
그렇게 미륵산을 두 번째로 오르게 되었다.
능선에 다다를 무렵 딱따구리의 나무 쪼는 소리가 들린다.
나무줄기를 눈길로 뒤지니 오색딱따구리가 보인다.
앗싸, 핸드폰을 10배로 당겨서 찍고 동영상도 찍었다.
오색딱따구리를 본 흥분으로 미륵산을 올랐다.
그런데 저기 풍성하게 꽃 피운 산부추가 보였다.
산부추를 다도해를 배경으로 찍는 설렘은 피로감을 싹 씻어주었다..
휴일을 맞은 미륵산 정상은 사람들로 붐빈다.
미륵산 정상에는 연필 끝에 "통영" 글자 모형이 있다.
그것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다.
그 연필 끝의 통영이란 글자를 보고 생각한다.
발품이 만든 기회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기대하고 바랐던 염원이 만든 필연이라는 것을...
오늘 오색딱따구리와 산부추를 본 것은
내 발품이 수고하고 호기심이 찾은 선물이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
(2024-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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