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상사고 투병기 360]
겨울 통원치료에 여름 바지
어울리지 않은 낙상자의 패션
코메디가 아니라 처절한 몸부림이다.
통원치료 가는 날 아침 하얀 눈이 내렸다.
창문을 여니 찬바람이 매섭다.
몸이 불편하니 가리는 것이 너무 많은 현실이다.
붕대가 발가락까지 나와 양말을 신을 수 없으니
덧양말이라도 발가락에 끼워
맨살과 바람의 맛대응을 막아야 한다
그러나 바지는 더욱 걱정이다.
날씨가 차가워 털바지를 입어야 하는데
허벅지까지 올려야 하는 치료에는 부적당하다.
작년 여름 통원치료할 때 입었던
얇지만 바지가랑이에 지퍼를 단 바지를 입기엔 날이 너무 춥다.
고민과 고민을 하다가 지퍼달린 얇은 바지를 택했다.
오후에 반깁스를 차고 덧신을 신고 밖에 나왔다.
찬바람이 여름 바지로 감싼 허벅지를 서늘하게 한다.
그러나 치료를 위해서는 참아야 한다.
부지런히 걸으면 괜찮겠지
목발에 힘을 주고 발걸음을 빨리 했다.
산책길 끝에 가서 택시를 금방 잡았다.
수병원 로비에 대기하고 있는데 간호사가 다가왔다.
진료에 앞서 다리를 감싼 붕대를 푼다고 한다.
바지가랑이 지퍼를 올려 다리를 보여주자 깜짝 놀란다.
지퍼 달린 바지를 처음 보는 모양이다.
허벅지까지 싸멘 붕대를 가위로 싹뚝 싹뚝 자른다.
수술 부위가 시퍼렇게 멍이 든 모습이 보인다.
철심을 심고, 22개월을 버티고, 철심을 빼는 수술을 거친 다리
2년의 시간이 흑색 무늬 위에서 꿈틀댄다.
아둥바둥하던 시간들이 피어오른다.
진료실에 들어가니 실밥 부분에 핏물이 맺혔단다.
그래도 목발 들지 말고 그냥 걸으란다.
물리치료실에서 봉합 부분에 냉각분사치료를 받았다.
처치실에서 다리에 붕대를 다시 감았다.
허벅지에서 발목까지 전보다 편하게 감았다.
그리고 발등을 싸메지 않아 앞으로 양말을 신을 수 있게 되었다.
귀가 택시도 아주 손쉽게 잡아 편한 통원치료가 되었다.
산책길을 밟으며 조금만 더 참자! 주문을 외웠다
여름 바지를 타고 들어오는 한기가 솔솔바람 같다.
(202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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