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광대를 하찮게 보리?
여러 삶을 녹이는 그 연기의 위대함을
꽃 풍경을 찍으려는 낙상자의 무릎 고통을
일부러 걷기연습을 하는 것은 지루한 시간이다.
특히, 자주 찾는 동네 숲길은 풍경도 단순해진다.
그러다 보니 생각이 많아진다.
2월은 풀꽃들이 화사하게 꽃잎을 여는 시기이다.
마침 광대나물 꽃이 붉게 피어났다.
아픈 푸릎을 구부리고 범섬을 배경으로 작은 꽃을 담는다.
꽃의 생김새가 사람의 얼굴처럼 보이고
이리 저리 방향을 바꿔보면 다른 얼굴이 보인다.
광대들이 연기를 하는 듯해서 광대나물이라 이름지어졌다.
재활이란 고통의 시간도 어쩌면 내 삶의 연기를 하는 시간 같다.
평소에 잘 걸어서 한라산에도 여러번 올랐다.
하지만 낙상사고 후 절룩이며 걷기연습을 하고 있다.
걷기연습, 헬스장 다리운동 모두 고된 하루의 일과이다.
다른 사람들은 건강 차원에서 운동하는데
낙상자는 평범하게 걷기 위해서 재활하고 있다.
그러니 인생에서 재활이란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배우는 평소의 얼굴이 카메라 앞에서 다양하게 배역을 소화한다.
배역을 잘 연기하는 배우가 최고의 배우로서 찬사를 받는다.
재활이란 연기에서 평가자는 나와 가족이다.
얼마나 재활을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재활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배우의 처절한 연기처럼 재활도 처절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재활이란 연기의 배역을 받은 것처럼
재활하면서도 사물들과 물아일체로 바라보며
연극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재활의 주도권을 놓지 말아야겠다.
재활기간이 버려진 시간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위로하며 격려하고, 몸의 피곤함을 의지로 덮는다.
강창학 숲길을 1회 왕복 후 쉬면서 도시락 먹고 또 왕복한다.
빗방울이 떨어지고, 으스스한 기분이다.
몸도 무거운 느낌에 걸음도 더져지고 지루하다.
하지만 힘들어도 걸어야 한다.
배우가 평가를 기대하며 최선의 연기를 펼치듯
나의 인생에서 재활이란 연기의 시간에 이를 악물어야 한다.
이런 저런 생각이 깊어지는 땀흘리는 재활길이다.
(2023-02-16)
'♪ 제주살이 > 한라산 낙상사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상사고 투병기 268] 신례천 2코스 - 잊어버린 기억 되새기기 (9) | 2023.08.12 |
---|---|
[낙상사고 투병기 267] 제주수선화 - 일출을 기대하며 새벽같이 달렸으나 (9) | 2023.08.10 |
[낙상사고 투병기 265] 변산바람꽃 - 왕이메오름 분화구와 둘레길을 걷다. (13) | 2023.08.06 |
[낙상사고 투병기 264] 집안에 갇힐 뻔 - 토요일에 연결된 전화 (10) | 2023.08.04 |
[한라산 낙상사고 263] 범섬이 보이는 풍경 - 법환포구에서 외돌개까지 왕복 (9) | 2023.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