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영살이

비늘우산대이끼 - 통영에서 영암으로 달려야 하는 이유

풀잎피리 2026. 2. 2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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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꽃 탐사 가장 먼 거리
불구하고 달려갈 이유를 찾으니
꼭 봐야 할 비늘우산대이끼였다.
 

비늘우산대이끼의 안락한 둥지

 
요즘 기름값이 비싸졌다고 아침에 아내에게 말했다.
아침밥을 먹고 내일 전남 영암에 이끼 보러 간다니깐
기름값 비싸다고 말해놓고 전라도로 달리다니 미쳤네!
 
미친 세상에서 나를 거두려면 나도 미쳐야 한다.
끌려온 삶을 시정하는 은퇴 후의 본능의 삶은
내가 끌고 가는 시간이 되어야 행복할 것이다.
 
왜 남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양치식물이나 이끼에 매달리는지
이것은 어쩌면 나만의 안락한 둥지를 그리는 시니어의 본능적 마음일 것이다.
그래 아내의 말에도 왜 나는 영암으로 달려야 하는지 알아보자.
 
아침에 비늘우산대이끼의 서식지 정보를 받고
내가 제주에서 보고 싶어 스크랩했던 비늘우산대이끼의 글을 본 후
다시 구굴 검색해서 더 많은 정보를 찾았다.
 
비늘우산대이끼는 "매우 희귀(quite rare)해서 발견하는 것은 항상 반갑다(nice)."
비늘우산대이끼는 “서식지가 제한(restricted habitat niche)되어 있는데
약간 습한 산성 땅을 선호하고, 진흙과 습지의 가장자리의 틈에서 볼 수 있다.”
 
영국 사이트에서 이 글을 발견하니 영암으로 달려야 할 이유가 명쾌하다.
매우 희귀하기도 하고, 비늘우산대이끼의 안락한 둥지를 찾고 싶었다.
비늘우산대이끼가 사는 곳처럼 나도 개성 있고 남들과 다른 취향을 가졌기 때문이다.
 
niche는 현대를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단어이다.
어원은 라틴어 nidus(둥지)이며, 요즘은 틈새시장, 나에 맞은 자리를 뜻한다.
대중적이지 않은 감성이 양치식물이나 이끼를 좋아하는 것이리라. 
 

비늘우산대이끼의 삭은 0.5mm 정도이다.

 
240km를 달려가서 논두렁에서 0.5mm 정도인 이끼의 삭과 씨름했다.
비늘우산대이끼의 삭이 올라와 우산을 펼친 모습을 눈으로 보고
카메라렌즈로 초점을 맞추려면 사라진다.
 
다시 찾으려고 눈을 찡그려도 잘 보이지 않는다.
겨우 찾아 지푸라기 1개를 시그널처럼 이끼 삭 옆에 놓고 초점을 맞춘다.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이끼와 숨바꼭질 놀이를 하고 있다.
 
수술한 다리는 구부리는데 너무 아파
매트를 깔고 무릎을 꿇기도 했고
나중에는 논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다리가 "휴! 살았다."라고 안심한다.
사진을 찍어도 흐릿한 눈으로 뷰파인더를 자세히 확인하기 어렵다.
 집에 와서야 빙그레 웃을 수 있었던 비늘우산대이끼

 

비늘우산이끼가 사는 마을

 

여행계획서는 일목요연하지만, 실제 여행은 계획서대로 흘러가는 않는다.

그래도 여행계획을 즐겁고 짜고, 실제 여행은 또 다른 실행을 거듭하더라도

다음에 여행계획을 짜고 여행을 가는 것이다.

 

비늘우산대이끼 탐사도 이끼여행의 단편이다.

통영살이를 하기 때문에 실행가능한 여행이지만, 멀기는 멀다.

그렇다면 한 번에 잘 찍어야지 하면서 촬영계획을 세웠다.

 

잎을 자세히 촬영하여 뱀무늬를 확인

뿌리를 캐봐 적자색 확인, 줄기를 잘라 부픈 횡단면 확인, 

잎 사이 삭을 역광 촬영, 삭을 깨트려서 포자관찰

 

그러나 현장에서 계획은 모두 사라졌다.

작아도 너무 작았고, 이끼 잎은 빼빼 말라비틀어져 있었고,

  삭 자체도 핸드폰을 촬영하여 확대해서야 겨우 확인 가능했다.

 

처음에는 우산대도 찾지 못하고 안경을 벗고서 땅 가까이 코를 들이대서야 겨우 찾았다.

눈과 초점이 숨바꼭질하는 사이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고

배가 고파 졸졸 소리가 들려도 이끼 놀이는 계속되었다.

 

비늘우산대이끼 삭(좌), 잎의 뱀비늘 같은 비늘무늬(우)

 

집에 와서 컴퓨터의 큰 화면으로 사진을 확대해 보고서야 보인다.

삭은 나오다가 우산대도 만들지 못하고 포자를 터트리며 말라갔고

삭이 터져 포자들이 보이는 포자낭도 있었다.

 

아! 진작 알았다면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현장에서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던 작은 이끼였다.

완벽(完璧)이란 도달할 수 없는 경지인 것이다.

 

99.99%의 순금 반지를 아이들 손에 끼워주었는데

순금조차 완벽할 수 없으니 이끼 사진의 완벽은 다가갈 수 없다.

현미경 전까지만 다가가고 싶은 이끼 이미지는 그림의 떡이 아니길 기대한다.

 

(2025-11-26)

 

고속도로 휴게소

 

달려가는 길

 

현장

 

다른 꽃객에게 알려주려고 이끼 표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제비꽃

 

실고사리

 

다른 논두렁에서 이끼 발견

 

노박덩굴로 서식장소 표시하고 위치 사진

 

이제 가야할 시간

 

고속도로 휴게소 휴식

 

집에 늦게 도착해서 고사리 해장국

 

며칠 후 표시한 비늘우산대이끼 잘 찍었다고 전화가 왔다.

왕복 480km 달린 보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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