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오름 281]
하늬바람을 맛보며 복을 받는다는 뜻의 하늬보기
얼마나 아름다운 오름을 느끼게 될지?
그러나 3시간의 사투가 괜한 생고생을 말해준다.
하늬보기를 검색하면 블로거들의 혀를 내두른다.
고생하며 가시덤불을 뚫고 가도 전망이 없는 오름
마보기오름에서 질러가는 길도 가시덤불이 무성해 접근할 수 없단다.
오로지 광평리에서 하늬보기를 향해 걷고 뚫어야 한다.
이정표는 없고, 길도 아닌 길은 험하고 가시덤불이 우거져 몸을 찔러댄다.
믿는 건 핸드폰의 웹지도와 나침반, 그리고 전정가위 뿐이다.
땀에 젖은 옷은 무겁고 땀이 묻은 안경은 희미하다.
가시에 찔린 살갗은 따갑다.
모자와 배낭은 이런 오름 투어에 삭을 대로 삭았다.
숨을 돌리고 물을 마시며
내 걸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왜?
답은 없다.
내가 결심한 것에 대한 이행일 뿐
다시 힘을 내는 수밖에 없다.
가시덤불과 사투를 벌이며
지친 나침반이 헷갈리는 통에
엉뚱한 길을 뚫은 시간도 허비하면서 길을 찾았다.
3시간의 고생 끝에 하늬보기 정상에 섰다.
나무가 무성해 전망이 없어도 오르긴 올랐다.
지친 몸을 걸터앉으니 서쪽에서 약간의 바람이 분다.
이것이 하늬바람이다.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느끼는 오름
중노동을 하며 땀을 흘린 자만에 느낄 수 있는 희열
이런 느낌을 갖는 것은 권리이다.
이런 권리가 없다면 오름을 오를 이유도 없다.
하늬바람, 오래도록 맞고 싶다.
하지만 가는 길이 바쁘다.
정상의 반대쪽으로 내려가니 삼나무 숲이다.
삼나무 숲은 그래도 걷기에 좋다.
이리로 올라왔다면 보다 쉬웠을 텐데
지나고 보면 허탈한 과거에 쓴웃음을 지어도
내 삶이 그린 궤적에 후회는 없다.
오름 궤적을 올리는 것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나 또한 누군가의 궤적을 찾느라 수없이 검색을 했으니까
궤적이 있다면 오름 투어 방향은 결정된 거다.
제주오름, 281번째 하늬보기
오름투어가 점점 어려워지는 느낌이다.
이렇게 한 여름이 가고 있다.
(2024-08-19)
하늬보기
위치 /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 산 89번지 일대
규모 / 표고 592m, 비고 42m, 둘레 505m 형태 원추형
오름 투어 / 2024-08-16 (11:00~15:16)
오름 평가 / 비추천 (가시덤불길, 전망 없음)
하늬보기오름
하늬보기오름은 안덕면 상천리 지경의 오름으로, 영아리오름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에 위치해 있는 오름 중 서쪽에 위치한 오름이다. 이 일대의 오름 중 맹주격인 영아리오름을 중심에 두고, 동쪽에는 어오름, 서쪽에는 하늬보기, 남쪽에는 마보기, 북쪽에는 이돈이가 자리하고 있다.
이 중에서 마보기는 동풍을 뜻하는 마파람에서, 하늬보기는 서풍을 뜻하는 하늬바람에서 이름을 따서 부르고 있는 경우로, 바람의 이름을 따서 오름의 이름을 지은 특이한 경우이다. 즉, 서쪽을 뜻하는 ‘하늬’와 복을 맞이한다는 의미로 ‘보기, 복이’를 합성하여 ‘하늬보기’, ‘하늬복이’로 부르며, 다르게는 ‘하늬복오름’, ‘하네보기’등으로도 불린다.
하늬보기를 찾아가는 길은 거리상으로는 1.3km 정도 밖에 안 되는 짧은 거리지만, 실제로는 너무나 험했다. 처음에는 편안한 길로 시작되었으나 얼마 가지 않아서 길이 험해지기 시작하였다. 큰 돌들이 바닥에 울퉁불퉁 깔려 있기도 하였고, 큰 나무들이 쓰러져서 길을 가로막기도 하고, 바윗덩이들이 길 가운데 놓여 있어서 나무와 바위들을 피하며 조심조심 걷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하늬보기에 가까워지면서는 동쪽으로 향하던 길이 북동쪽 방향으로 향하면서 조금 경사가 높아지고 있었고, 길이라고 하기보다는 바위 무더기와 쓰러진 나무 둥치를 타 넘고 가시덤불을 헤치면서 걸어가야 하는 험난한 길이었다.
(출처 / 서귀포신문, 한천민의 서귀포 오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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