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살이/한라산 낙상사고

계곡 탐사 철수기 - 어두운 계곡, 첨벙첨벙 개울이 된 등산로

풀잎피리 2023. 11. 13.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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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상사고 투병기 314] 

 
고사리를 찾아 계곡을 찾았는데
비가 오기 시작해서 철수했다.
하산길은 개울이 되고 첨벙첨벙

등산로

 

개울이 된 등산로

 

 

혹시 희귀 고사리는 아닐까?
기대를 품고 다시 찾은 계곡 탐사
걷기운동의 유연성을 주는 계곡이다.
 
그런데 날씨가 수상하다.
잔뜩 흐린 날씨가 계곡을 어둡게 만들었다.
그래도 이왕 왔으니 탐사를 계속하자
 
앗! 빗방울이 떨어진다.
마음을 정리하고 얼른 계곡을 탈출하였다.
등산로로 나와 비옷을 입었다.
 
등산로를 급히 빠져나오는데 소나기가 내린다.
배낭을 비옷 위에 메고 배낭 커버를 씌웠으나
소나기에는 속수무책이다.
 
그래서 빗속에서  배낭을 벗고 비옷을 벗었다.
배낭을 메고 비옷을 걸치는데 생 난리를 쳤다.
옷도 젖고 배낭도 젖고
 
하늘에서는 천둥이 치고 비는 억수로 쏟아진다.
등산로는 냇가로 변했고
신발은 물에 젖어 질척거리고 온 몸이 젖어온다.
 
하산길은 개울이 되고 첨벙첨벙 물놀이 걸음이다.
주차된 곳에 오니 비가 그친다.
젖은 양말을 벗고 운동화를 신었다.
 
운전하며 내려오는데 해가  비춘다.
더 내려오니 비가 온 흔적조차 없다.
맑은 풍경이 다가온다.
 
 어두운 계곡에서 정말 탈출하기 잘 했다.
탈출 과정은 악몽을 꾸었던 것처럼
맑은 날씨가 나의 기억에 혼동을 준다.
 
집에 와서 등산화에 신문지를 구겨넣고
배낭에서 카메라를 꺼내 물기가 날아가게 했다.
젖은 배낭을 베란다에 펼쳐 놓았다.
 
옷을 벗어 세탁기에 집어넣고
싸갔던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새소리와 아이들 소리가 들린다.
 
더운 여름의 시가지는
제주 계곡의 무서움이나 신비함을 알까?
이렇게 누워있는 낮 시간이 생소하다.
 
진창에서 헤메듯 진퍼리고사리의 변화무쌍한 모습에
늘 놀라고 헷갈리고
혹시나 했던 기대에 처참한 허탈을 안겨주는 놈
 
꿈 같은 제주살이는 양치식물을 알게하고
낙상사고는 인생사의 질곡을 느끼게 했다.
재활이란 단어를 절박하게 체감하는 제주의 시간
 
(2023-08-17)
 

 

 

 

젖은 신발

 

 

젖은 배낭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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