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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응급실 데자뷰
재활의 눈으로 본 평범한 모습
찬란한 순간은 어디에 있지?
목발 없이 침대에서 거실 왕복
목발 들고 2km 아장아장 걷기
어제 이룩한 성과에 몸이 쉬잔다.
그래, 오늘 하루는 소프트하게 보내자.
목발을 짚고 2km 천천히 걷자.
다리를 위로하며 머리의 힐링을 찾는다.
징검다리 건너 양지 쪽에서 한 할머니가 앉아 다리를 맛사지하고 있고
그 앞 산책길에서 힘차게 걷는 줌마가 지나간다.
저 할머니 머리는 젊은 시절을 그렸으리라
나는 오전에 읽은 의학소설의 댓글을 떠올린다.
"아이가 깨진 병에 발목을 베어 발목 절반 정도가 잘리는 부상을 입었는데
토요일이라 과장이 퇴근하고 없다며 이틀 후 월요일에 오라더군요. 멱살 잡을 뻔..."
한라산에서 구조되어 서귀포의료원에 금요일 저녁에 입원했는데
토, 일요일에는 정형외과 주치의는 퇴근하여 월요일에나 수술여부를 알 수 있단다.
이런 제길, 가까스로 일요일에 제주를 탈출한 내 처지의 데자뷰 같다.
삶은 곳곳에서 얼퀴고 설켜 세월을 만든다.
내가 아무리 재활을 잘 하더라도 과거에 만들었던 찬란한 순간을 만들지는 못하겠지만
세상으로 눈을 돌려 따스한 순간을 잡는 센스는 필요할 것 같다.
천천히 걸으며 생각의 변화무쌍함에 피식 웃는다.
그래 이것도 인생이다.
힘들어도 걸어야하고, 땀을 흘려야하는 재활
(2022-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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