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과 힐링의 이율배반적 단어
몰입이라는 단어로 극복하는 시간
세월과 삶을 그려본다.
목발 짚고 걷기연습하는데 할아버지 소리를 가끔 듣는다.
나조차 생각하지 않은 할아버지란 말을 말이다.
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는 말을 실감한다.
오전의 실내 자전거타기 1시간은 땀이 범벅이 되는 시간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핸드폰으로 웹소설을 자주본다.
몸에서 땀이 솟고 웹소설에서 킥킥거리고...
재활과 힐링은 어울릴 수 없는 말이지만
그 차이를 좁힐 수 있는 것이 다른 것에 몰입하는 것이다.
웹소설의 장점, 댓글 읽기
"돈까스 먹고 싶어서
분식집 앞을 열 번 쯤 지나다녔던 심정"
이란 본문의 글귀를 가지고 댓글이 이어진다.
"저런 경험은 없지만, 저런 사람도 우리 주변에 있다는 걸 알면서 살고 싶습니다."
"님은 연세가 있으신가 봅니다."
"연세까지는 아니지만,아직도 마음은 젊은데 어느날 돌아보니까 세월이 훅~ 지나갔네요."
"님이 나이 많이 보이는 이유가 '읍니다' 때문인 것 같네요. 허허 뭐 40대 후반 쯤 됐나요?"
"님, 40대 후반은 넘었습니다. 살다보니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지금은 그런데 첫 댓글 땐 후반?"
"님, 그런데 제 나이가 궁금하세요? 저는 개띠입니다."
"올해 지천명의 나이시군요"
"님, 지천명이라, 부러운 나이입니다~~"
"헐... 아니시면 제 아버지뻘이시네요. ㄷㄷ"
"58년 개띠시네요. 6.25이후 출산율이 가장 많던 시기에 태어나셨네요. 국민학교도 오전반 오후반 나눠서 하셨겠네요 ㅎㅎ"
"저 어렸을 때 불었다 놓으면 삐이 소리나는 풍선하나만 사달라고 졸랐는데 그거 사줄 돈이 없는 현실에 부모님이 괴로워하셨다고요."
"58년이시라구요? 아버지랑 동갑이셨군요."
"찬이 심정 백프로 공감합니다. 전 초코파이였네요.ㅎㅎ"
"제 이야기네요."
........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 댓글 속에서 소통하는 사람들
댓글을 죽죽 읽어내려가면서 세월을 떠올린다.
댓글에서 나의 위치를 가늠하기 힘들다.
'먹을 것을 보아야 먹고 싶지, 보지도 못했는데...'
'국민학교 오전 오후반은 도시 얘기, 깡촌이라 남녀반만 있었는데'
'58년 개띠, 내 동생인데.."
공감하는 건 "살다보니 어느새"...
내 아이들도 연탄 아궁이 현관 밖에 있고 방안은 추워서 물걸레가 어는 곳에서 살았고
옷이나 신발도 물려받고 물려주고 하였던 어려운 시절을 겪었는데
살다보니 훌쩍 타임머신을 탄 현실이다.
웹 세계가 펼쳐진 공간에 익숙해야만 심심하지 않다.
할아버지 세대는 아니라고 부정하지는 않지만, 티낼 필요는 없다고.
(2022-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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