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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과 꽃이 만나지 못하는 상사화
꽃과 꽃객에 헤어진 그리움
수원에서 그리운 제주의 오름과 계곡
한라산에서 낙상사고를 당하여
배편으로 고속도로로 달려온 수원
살려고 버둥쳤던 제주탈출 경로
그 끔찍했던 봄날을 거쳐
삼복더위를 넘기고
가을에 접어든 햇살 속에서도
목발 짚고 걷기운동하며 제주의 산천을 그리곤 한다.
꽃이 좋아 제주살이를 했는데
다리 골절로 재활하고 있으니 보고싶은 꽃을 만나지 못한다.
오늘도 그리움에 떨며 목발을 짚는다.
오후의 태양이 아파트에 가려 산책길은 응달이다.
아파트 사이 햇빛이 들어 건너편을 비춘다.
그런데 저기 꽃무릇의 붉은 꽃이 오후 햇살에 반짝인다.
제주의 꽃을 그리며 힘들게 걷기운동하는 눈에
상사화의 붉은 눈물이 보이는 듯 하다.
목교를 건너 맞은 편으로 가서 꽃무릇 있는 데로 다가갔다.
산책길에 벗어나 냇가 언덕에 핀 꽃무릇
아파트 그림자로 가려지기 전에 보아야 한다.
목발을 조심스럽게 확실하게 짚고 살금살금
언덕을 내려가 상사화에 가까이 갔다.
무릎을 굽힐 수 없어 위에서 내려 찍자니 영 아니다.
목발을 놓고 엉덩이를 땅에 댄 후 누운 자세를 취했다.
푸른 하늘에 상사화 꽃이 포커싱된다.
핸드폰 화면에 그려진 상사화와 하늘
제주의 그리움을 꽃무릇의 사연으로 비유하는 마음
목발 짚고 뭐하냐는 의문도, 다친 다리로 또 다칠려냐는 안타까움도
나의 그리움에는 닿지 못했다.
다리의 고통도, 허리의 통증도, 앉는 것 자체의 힘듦도 잊고
사라지는 햇살에 아쉬움을 토하며 상사화의 심정을 새기고 새긴다.
광(狂)
(2022-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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