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의 들쭉나무 열매를 보러가야 하는데
연일 장마가 계속되어 습기가 유난했던 여름
7월말 예정이었던 한라산 탐사가 3주나 늦게 실행되었다.
그동안 장마가 끝나길 얼마나 기다렸던가?
장마가 끝나니 왜 이리 바쯘 일정의 연속인가?
그디어 틈을 냈다고 생각하고 한라산을 오른다.
그런데 아뿔사! 땀을 흘리며 오르는 중 저녁 약속이 떠올랐다.
정상에서 그냥 원점회기할까?
아니지 이왕 온 것 종주를 해야지~
오로지 마음은 들쭉나무 열매
그동안 바쁜 일정이 만든 몸은 왜 이리 무겁나?
기분 좋게 오른 한라산에서 탄성을 지른다.
그래 이제 화룡점정만 남았다.
그러나 배고픈 큰부리까마귀를 원망할까?
늦게 오른 나를 원망할까?
찾고 찾아도 들쭉나무 열매는 보이지 않는다.
허탈한 마음에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그러나 어쩌랴? 내년을 기약할 수 밖에~
하산길에 본 수많은 꽃들이 나를 위로한다.
백록담을 넘나드는 구름이 눈을 감탄하게 한다.
지루한 하산길, 뻐근한 다리를 이끌며 그래도 풍성한 하루를 남겼다.
(2020-08-20)
한라산과 백두산 등 높은 산의 바위지대에 사는 토종 블루베리이다.
백두산의 낮은 지대에서 무릎 높이의 들쭉나무를 보았는데
한라산 정상 부근에서는 한뼘 미만 높이로 아주 작았다.
열매는 보지 못했지만
잘 살아만 다오.
내년에 다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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