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노우산대이끼는 이번 여행의 인연이 닿지 않았다.
대신 나 홀로 처녀들과의 아름다운 데이트
처녀이끼, 좀처녀이끼, 구름처녀이끼, 그리고 끈고사리들

제주의 어느 계곡에서 이끼를 찾을까?
아무래도 서쪽 계곡이 더 나을 것 같다.
김밥 한 줄 사서, 계곡 입구에 내렸다.
혼자라서 외로워 보였을까?
검은 강아지 한 마리가 졸졸 따라와 하루 종일 붙어있다.
구슬이끼를 본 후, 너구리꼬리이끼를 보는데 날름 강아지 들어와 앉는다.
배낭을 벗어놓고 처녀들에게 다가갔다.
비가 내려 처녀이끼들 또한 생기발랄하다.
양치식물인데도 처녀이끼란 이름을 얻은 작은 고사리들이다.
그 작은 처녀이끼들 속에 끈고사리라 불리는 독립배우체들이
융단처럼 깔린 모습을 본다.
와! 탄성이 나오는 끈고사리들이다.
비가 선물한 처녀이끼들의 독립배우체(n)의 세상은
미국의 Hymenophyllum tayloriae의 사진을 보는 듯
처녀들의 섬세한 막 아래 이리저리 얽힌 꿈같다.
이 계곡에 여러 번 왔어도 끈고사리를 보지 못했는데
하루 전 내린 비가 축축한 절벽에 촉촉이 숨어들어
1mm 정도의 끈고사리 엽상체를 화려한 페스티벌로 승화시킨 모습이다.
익숙한 곳에 다른 것을 보는 것은
시니어의 좁아진 인연에서 찾는
더 깊은 인연의 얼굴이다.
(2026-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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