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1박의 꿈은 사라지고
그 흉내를 내는 야생의 1박 2일
이끼 탐사 첫날의 이벤트였다.

산도 꽃도 사람도 인연이 있어야 한다.
인연이 불러 제주에 닿았고
인연이 있어 야생의 1박을 할 수 있었다.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곳
멀리서 멍멍 소리만 들려오는 곳
편리성이란 찾아볼 수 없는 곳
장작불 난로를 피우고
감자를 구워 먹으며
이 얘기 저 얘기 웃음꽃을 피운다.
침낭에 들어가 백두대간 텐트 얘기도 하면서
그때 끓인 물을 넣은 수통을 침낭 발끝에 놓아
난방 역할을 했던 시간도 말하며 늦은 밤까지 이야기했다.
아침에 일어나 혹란 어린 개체를 보고
버섯을 넣은 라면을 먹었다.
이런 야생 연습도 삶이다.
(2026-03-23~24)



활활 타는 장작 난로, 시인의 혼(魂)이런가
뜨겁게 솟구쳐 오르는 불꽃의 노래는
차가운 이 산속에서 시(詩)로 물들이네
어둠 깊은 농원에 유일한 온기 되어
침낭 위로 번지는 난로의 숨결이
한라산 예행연습이라, 든든한 동반자여

장작불 깊은 갈무리, 검게 탄 껍질 속에
속살은 노랗게 익어 포슬포슬 웃고 있어
시니어 둘의 우정이 감자 향에 배어있네
염소탕 든든한 뒤에 간식 배는 따로 있어
뜨거운 껍질 까며 나누는 웃음소리
구수한 이 맛이야말로 참된 인생 맛이라네

아들 소식 궁금하여 불통 지역 벗어나니
적막한 산속 농원 후라시 불빛만 가르네
밤길은 어느새 꽃 찾아가는 여정이 되었구나
갑자기 터진 불빛 어둠 속에 숨은 얼굴
제주백서향 뽀얀 살결 은하수처럼 흐르네
놀랍다 이 밤에 홀로 피어 향기를 뿜다니

다시 찾은 제주 땅에 이끼 향기 가득한데
십 년의 지네발란 액자 속에 웃고 있어
첫날밤 설레는 마음 숨길 길이 없구나
십 년을 비껴간 인연, 절벽 끝에 피어
험한 바위굴 뚫고 로프에 몸을 실어
그제야 마주한 연분홍, 숨이 멎는구나
어렵게 맺은 인연, 고마운 이에게
제주의 바람과 추억, 그 안에 오롯이
찬사 속 피어난 지네발란, 영원히 살리

한라산 1박 목표 좁다란 침낭 하나
제주살이 비 태문에 인연이 닿지 않아
훗날을 약속하고서 농원에 맡겼었네
제주여행 첫날밤, 사연 깊은 침낭 속에서
지네발란 꽃 아래 한라산을 꿈꿨네
차가운 대지 위로 핀 열정의 하룻밤


메마른 나무껍질, 그 깊은 틈새 뚫고
뻗어 내린 하얀 뿌리, 모태(母胎)를 잇는 탯줄이라
지독한 야생의 숨결을 온몸으로 길어 올리네
연둣빛 작은 잎끝, 수줍게 머금은 약속
새끼손톱보다 작은, 그러나 단단한 세상
안에서 피어날 미래는 꽃으로 만개하리


표고버섯 큼직하고 느타리 결 고운데
야생의 아침 안개, 라면 김에 섞여 드니
이름난 맛집 요리도 이 맛만은 못하리
라면이라 얕보지 마라, 숲을 담은 성찬인걸
후루룩 넘기는 한 입, 온몸으로 번지는 기운
1박의 고단함조차 국물 속에 녹아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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